★ 내 마음은
(원제 : My Heart)
글/그림 코리나 루켄 | 옮김 김세실 | 나는별
(발행 : 2019/01/27)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그리고 어떤 색깔일까요? 투명해서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바로 느낄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내 마음은”은 의도하지 않았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된 놀라운 이야기를 멋지게 그려낸 “아름다운 실수”의 작가 코리나 루이켄의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입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들어오는 창가, 바깥세상은 아이가 있는 이쪽 공간과 다르게 환한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내 마음은 창문,
내 마음은 미끄럼틀.내 마음은 꼭 닫히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해요.
그림책 속에서 마음은 참 많은 것에 비유됩니다. 창문, 미끄럼틀, 물웅덩이, 얼룩, 먹구름… 문을 닫고 있으면 빛 한 줄기 새어들 수 없을 만큼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마음이에요. 때론 끝을 모르게 떨어져 버리는 미끄럼틀 같기도 하죠. 어떤 날은 축축하고 질척한 물웅덩이 같기도 하고 때론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얼룩지는 것이 바로 마음입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치 무거운 마음은 먹구름 같기도 해요. 먹구름 속에서 아이를 향해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어요. 무거운 마음에 압도당해 작아지고 작아져 버린 아이, 아이 홀로 저 큰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머리 위에 드리운 커다란 먹구름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림책은 단순한 해결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순간의 내 감정, 내 마음에 집중하고 있어요. 어두운 실내 창가에 선 아이의 뒷모습으로, 아마득하게 높은 미끄럼틀 위에 올라선 아이의 마음으로, 꼭꼭 닫힌 창문으로, 활짝 열린 창가에서 수줍게 얼굴 빼꼼 내민 모습으로 말이죠.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 감정에 진실하게 다가가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비온 뒤 말랑말랑해진 땅 위에 내 마음처럼 작고 여린 싹 하나를 심습니다. 그 작은 싹은 점점 더 자라나 마침내 모두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수도 있어요. 아이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내어놓는 작은 마음을 노란 하트 모양 꽃으로 표현했어요. 행여 작고 여린 노란 꽃이 지지 않도록, 꺼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루는 아이의 행동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작은 마음도 정성스럽게 살피고 보듬는다면 언젠가는 커다랗게 자랄 수 있어요. 그 마음을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죠. 커다랗게 자란 마음은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마음이 늘 밝아야 하고 화창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때론 마음은 세상을 가로막는 담장이 되기도 하고 쨍그랑 깨져버려 상처받는 날도 있어요. 마음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 않아요.
다친 마음은 나을 수 있고,
닫힌 마음도 언젠가 다시 열 수 있어요.
내렸던 커튼을 열어젖히고 환한 햇살을 받아들이는 것, 음울한 마음에 한 줄기 빛을 쪼여 뽀송뽀송하게 말릴 수 있는 것, 마음을 열고 닫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어요.
암울한 검은색 끝에 매달린 노란색은 마음이 가진 이중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어둠에 잠식되어버릴 것 같은 순간에도 마음은 여전히 따스한 빛 한 줄기를 품고 있다고,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찬란한 빛 한쪽 끝에 매달린 까만색으로 마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어떤 때라도, 그 어떤 모습이라도 언제나 나의 소중한 마음이란 사실!
어떤 마음 상태라도 모두 소중한 내 감정임을 묵직한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 “내 마음은”, 닫힌 마음, 활짝 열린 마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세찬 비를 뿌리는 마음, 희망 가득한 작은 꽃을 심고 가꾸는 마음, 잘 자란 마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마음…… 수많은 그림책 장면 중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둡든 환한 빛으로 가득하든 모든 마음 한편에는 사랑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