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비가 주룩주룩

글/그림 다시마 세이조 | 옮김 김수희 | 미래아이
(발행 : 2019/01/30)


경쾌한 봄비 소리, 시원한 여름비 소리, 쓸쓸한 가을비 소리, 처량한 겨울비 소리… 빗소리는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여운을 안겨줍니다. 그림책 시작부터 빗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주룩주룩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 앞뒤로 쫘악 펼친 표지에도 면지에도 빗소리가 가득합니다. 농도를 달리해 손으로 ‘주룩주룩’이라고 쓴 글자에서도 빗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릴 것 같아요.

“비가 주룩주룩”은 비 내리는 날 집에 남아 엄마를 기다리는 오누이의 이야기를 즐거운 상상으로 재미있게 엮어낸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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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외출하던 엄마는 금비와 은비에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당부합니다.  엄마가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목을 길게 빼고 손을 흔들고 있는 오누이, 그런 오누이를 돌아보며 먼 발치에서 손 흔들어주는 엄마.

비가 내립니다. 저만치 엄마가 가고 있는 오솔길 위에도 푸른 숲에도 울타리에도 마당에도 계단에도 연못 위에도 비가 주룩주룩. 세차게 내리는 비에 길도 숲도 건너편 빗속을 달리는 자동차들도 모두 어른어른 흔들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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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미 버스를 타고 떠난 줄 알았던 엄마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창문 밖에 어른거리는 초록 우산을 보고 금비와 은비는 엄마가 깜박하고 놓고 간 물건을 가지러 돌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초록우산이 가까이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금비도 은비도 창문 가까이 코를 박고 밖을 내다봅니다. 앗,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초록 우산을 쓰고 다가온 이는 다름 아닌 머위 잎 우산을 쓴 개구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 문 앞에 선 개구리가 다정하게 금비와 은비에게 손을 흔들어댑니다. 마치 이리 나와서 자기와 놀자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빗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온갖 소리들로 가득한 바깥세상, 밖에 나가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깰 수 없는 오누이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커다란 창문입니다. 그렇게 두 아이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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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여전히 주룩주룩주룩. 창밖을 내다보던 은비가 깜짝 놀랐어요.

“앗! 올챙이가 가득해!” 은비는 깜짝 놀랐어요.
금비가 말했어요. “괜찮아. 다들 귀엽잖아.”

창문 가득 주룩주룩 빗방울 같은 올챙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이젠 창가에 내리는 빗방울을 보면 올챙이가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아요. ^^ 그렇게 금비와 은비네 집 창가엔 개구리와 올챙이, 그리고 꼬물꼬물 달팽이가 기어 오고 물고기가 찾아왔어요.

빗소리 장단에 맞춰 세상 모든 것이 함께 춤추고 노래합니다. 나무와 풀과 채소들은 창밖에서 춤추고 금비랑 은비는 집안에서 춤을 추고 놀아요. 빗방울을 맞으며 통통 튀는 나무와 풀과 채소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모두들 금비와 은비에게 이렇게 신나는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춤추고 놀자고 졸라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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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놀지 않기로 엄마와 약속했는데 어느새 금비와 은비는 물고기 등에 올라타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아유아유, 어유어유 이를 어쩌지!’하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의 표정은 신이 나 있어요. 온통 비, 온통 물, 온통 물고기, 미끌미끌 첨벙첨벙 주룩주룩 신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비가 와서 신나고 비가 그쳐서 신나고 비가 오려 해서 신나고 비가 그치려 해서 신나고, 그게 바로 아이들의 세상이니까요.

한참을 즐겁게 놀고 있는데 누군가가 도와달라 소리쳤어요. 쏟아지는 비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메뚜기, 딱정벌레, 도마뱀, 달팽이. 친구들을 위해 금비와 은비는 나뭇잎 배를 만들어 줍니다. 무려 3785개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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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등에서 놀아도 즐겁고 조각배를 타고 친구들과 놀아도 즐겁고, 무엇을 해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놀이하는 매 순간을 커다란 축제로 만들어 버리는 아이들! 세상은 온통 초록이고 파랑입니다. 즐거운 메아리와 행복의 노래가 빗소리와 함께 가득 울려 퍼지는 것 같아요.

절정의 순간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때맞춰 해님이 쏘옥, 비가 뚝!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금비 은비 때문에 서둘러 돌아왔는지 엄마 머리가 흐트러져 있어요. 집 잘 지키고 사이좋게 잘 지낸 오누이에게 줄 선물을 들고서 말이죠. 두 아이에게 엄마가 가지고 온 선물을 무엇이었을까요?

주룩주룩 비가 내리던 창밖은 환하게 개었습니다. 올챙이와 달팽이, 그리고 물고기가 매달렸던 창가에는 아이들 얼굴처럼 말간 해님이 방실 떠있어요. 집 안에는 아이들이 놀았던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엄마 없는 집에서 빗소리를 벗 삼아 자연과 교감하며 환상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 “비가 주룩주룩”, 청량하고 순수하고 생명력 넘치는 그림으로 다시마 세이조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 멋진 그림책입니다. 아주 작은 생명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세상, 그곳이 바로 아이들이 진정 행복한 세상, 푸르고 싱그러운 상상의 세상입니다.

※ 손글씨로 쓴 그림책 제목 “비가 주룩주룩”은 한글판 출간을 기념해 작가 다시마 세이조가 직접 쓴 것이라고 합니다. 높낮이를 달리해서 쓴 글자 배치가 비 내리는 풍경처럼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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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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