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새 그림책, 이번 주엔 밀린 숙제 하는 마음으로 열 권 몰아서 정리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책도 두 권 있고, 오랜만에 추천할만한 태극기를 소재로 한 그림책도 한 권 넣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그림책과 함께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고양이 펠리체의 사뿐사뿐 세계여행

고양이 펠리체의 사뿐사뿐 세계 여행

(원제 : Gatto Felice)
조반나 조볼리 | 그림 시모나 물라차니 | 옮김 유지연 | 찰리북
(발행 : 2019/02/15)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름이 조금 낯선 듯 하지만 가온빛에서 한 번씩 소개한 적이 있는 작가들입니다. 조반나 조볼리는 글 없는 그림책 “악어 씨의 직업”을 기획했고, 시모나 물라차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집”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제 기억나시죠? ^^

고양이는 일곱 개의 목숨을 가지고 태어난대요. 주인공 펠리체는 지금까지 다섯 번 태어나고 죽었어요. 이제 남은 목숨은 두 개뿐, 그래서 펠리체는 정든 집을 떠나 세상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호랑이 가족이 사는 인도, 눈표범 이모의 중국, 스라소니 삼촌의 러시아, 사촌 퓨마의 미국, 검은 표범의 브라질, 마지막으로 사자를 만나러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고양이 펠리체의 여행을 조용히 따라가 보세요.


꿈꾸는 포프

꿈꾸는 포프

(원제 : P+E)
에스펜 데코 | 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지양사
(발행 : 2019/02/12)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자신의 반려견과 모든 것을 함께 하고픈 꼬마 에드바르드, 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처럼 에드바르드와 활기차게 놀아주는 것이 버거운 개 포프. 실은 에드바르드도 포프카 무척 힘들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밖에 데리고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하고 한 걸음이라도 더 산책을 시켜야만 포프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도록 자신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을거라 믿었던거죠. 포프 역시 그런 에드바르드의 마음을 잘 알기에 피곤함과 무기력함을 꾹 참고 에드바르드 곁을 지켜주려고 늘 애쓰지만 결국 둘은 이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며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난 반려견 포프를 자신의 가슴에 묻는 꼬마 에드바르드, 둘이 함께 뛰어놀던 공원 벤치에 엎드려 우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다시 초록 섬

다시 초록 섬

(원제 : A La Vista)
글/그림 다니엘 몬테로 갤런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9/02/22)

우리 어렸을 적엔 산에 오르다 목이 마르면 숲 한 켠에 흐르던 물을 그냥 손으로 움켜 목을 축였었죠. 물통이 비었다면 채워가기도 하구요.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조차 생수를 마시는 분들이 많죠.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때문에 요즘 가장 걱정스러운 건 공기. 어쩌면 휴대용 산소통을 사서 들고 다녀야 하는 날이 올지도…  “다시 초록 섬”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지, 그렇게 망가뜨린 자연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물, 숲, 땅, 바다, 하늘 등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은 그림책의 배경이 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자연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우리의 어떤 행위와 욕심들이 자연을 파괴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해줍니다.

거기서 끝이라면 그냥 평범한 환경 그림책이었겠지만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자연을 서서히 죽이는 것도 우리지만 되살릴 수 있는 것 역시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관심을 갖고 내 주변을 돌아보고 정성과 사랑으로 돌본다면 다시 건강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모두의 태극기

모두의 태극기

박수현 | 그림 진수경 | 책읽는곰
(발행 : 2019/03/01)

지금은 다 까먹고 말았지만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1980년대엔 태극기 그리는 법을 배웠답니다. 요즘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조차 본인이나 부모의 의지가 없다면 태극기를 직접 그려볼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의 태극기”는 태극기에 담긴 뜻과 우리 역사 100년을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태극기의 흰 바탕과 태극, 건곤감리 사괘에 담긴 의미와 태극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떻게 휘날려왔는지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줍니다. 그림책 뒤쪽에는 태극기 그리는 법과 게양하는 법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백령도의 명궁 거타지

백령도의 명궁 거타지

글/그림 이윤민 | 기획 인천광역시 | 한림출판사
(발행 : 2019/01/10)

“백령도의 명궁 거타지”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꼭두와 꽃가마 타고”, “그 집에 책이 산다” 등의 그림책을 선보였던 이윤민 작가가 설화의 느낌을 잘 살린 그림으로 들려주는 신라 진성여왕 때의 명궁 거타지 이야기입니다(참고로 삼국유사에 용맹한 군인으로 묘사된 거타지 이야기는 문헌에 기록된 것 중에는 가장 오래된 설화라고 합니다).

인천광역시는 서해와 수많은 섬들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들 중 30여 편의 대표 해양 설화를 정리했고 그 중 두 편을 골라 그림책을 기획, 출간하였습니다. “영종도 아기장수”“백령도의 명궁 거타지”가 바로 그 책들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서 지역의 전통과 문화, 특색을 잘 살린 그림책을 기획한다는 건 다른 곳에서도 본받을만한 시도라 생각됩니다. 이번 ‘인천 해양 설화 그림책’ 시리즈의 제작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에 연고를 둔 출판사나 그림책 작가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원제 : Little Fox in the Forest)
글/그림 스테퍼니 그레긴 | 스콜라

(발행 : 2019/01/20)

아이들은 누구나 애착 물건이 하나씩은 있죠. “여우가 내 인형을 훔쳤어”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애착 인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잃어버린 자신의 애착 인형을 찾아나선 꼬마가 겪게되는 성장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나눔의 기쁨 등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담아낸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우리 아이의 라이너스 담요는?


영종도 아기장수

영종도 아기장수

글/그림 한태희 | 기획 인천광역시 | 한림출판사
(발행 : 2019/01/10)

“영종도 아기장수”“백령도의 명궁 거타지”와 함께 출간된 ‘인천 해양 설화 그림책’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아기장수’ 설화는 거의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도솔산 선운사”의 한태희 작가가 영종도를 배경으로 아기장수와 그의 발현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외계인 디토

외계인 디토

글/그림 주민정 | 쉼어린이
(발행 : 2019/02/28)

지구와 가까운 어느 작은 별에는 외계인 디토가 살고 있어요. 망원경으로 다른 별들을 살펴보는 걸 좋아하던 디토는 어느 날 지구에서 ‘나무’라는 신기한 걸 발견합니다. 나무를 구하러 지구에 찾아온 디토에게 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하늘과 해, 구름, 비와 바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알려주죠. 그래서 디토는 작은 나무 한 그루와 함께 하늘 한 국자, 해 한 조각, 구름 한 뭉치, 바람 한 봉지, 비 한 바가지를 구해서 자신의 별에 돌아가 나무를 심고 정성껏 돌봅니다.

디토가 정성껏 돌본 덕분에 작은 나무는 커다란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났고 오늘도 디토는 새로운 그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그 나무 위에서 망원경으로 또 다른 별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답니다.

작은 별에서 주변의 다른 별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디토의 모습은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지구를 찾아온 디토에게 나무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준 한 아이처럼 우리 엄마 아빠도 아이들의 엉뚱하고 갑작스런 질문에 열과 성의를 다해 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림책 “외계인 디토”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

글/그림 은미 | 모래알
(발행 : 2019/01/30)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꼬마 지오가 할머니댁 장롱 속 이상한 나라를 무대로 펼치는 환상 체험을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를 민화적인 기법으로 잘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왔고, 그림은 우리의 전통 민화 기법으로 그렸는데 그 조합이 아주 독특하고 신선합니다.

전작이자 첫 그림책이었던 “기이하고 기묘한 서커스”에 이어 이번에도 심심함과 지루함에서 시작되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잘했어, 쌍둥이 장갑!

잘했어, 쌍둥이 장갑!

글/그림 유설화 | 책읽는곰
(발행 : 2019/02/21)

장갑 초등학교 최고의 말썽꾸러기 쌍둥이 엄지장갑. ‘서로 돕는 장갑 어린이’라는 교훈과 달리 쌍둥이 형제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쌍둥이 장갑의 말썽이 심해지자 결국 친구들은 두 녀석과 함께 놀아주지 않습니다.

처음엔 자기들끼리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친구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속에 끼어서 함께 놀고만 싶어집니다. 하는 수 없이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자기들도 끼워달라고 하려는데 갑자기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는 통에 사과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어요. 그런데 친구들 중 제일 가벼운 비닐장갑이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서 높은 나무에 걸려버렸습니다.

말썽꾸리기 쌍둥이 장갑 두 형제는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위험에 처한 친구 비닐장갑을 장갑 어린이들은 어떻게 구할까요?

벙어리 장갑, 야구 장갑, 권투 장갑… 심지어 때 미는 장갑까지 다양한 장갑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 “잘했어, 쌍둥이 장갑!”, 의인화한 장갑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하루 한 권 새 그림책 몰아 보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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