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의 비밀

70%의 비밀

글/그림 이민희 | 천개의바람
(발행 : 2019/02/20)


영원히 지켜져야 할 비밀이지만 비밀이란 말을 들으면 알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제목을 보고도 그랬어요. “70%의 비밀”이라니, 어떤 비밀을 말하는 걸까 하고 말이에요.

이 그림책은 “라이카는 말했다”,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돌시계가 쿵!” 등의 그림책을 통해 과학 이야기 속에 철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녹여내는 이민희 작가의 최신작입니다.

70%의 비밀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포크로 찍어 한 입 두 입, 달콤한 행복에 포옥 빠진 아이 표정이 보는 이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달콤한 맛, 새콤한 맛, 쌉쌀한 맛, 매운맛, 이 모든 맛을 느끼는 기관은 입이죠. 그런데요. 맛은 입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분위기를 즐기면서 70%의 맛을 채워요.

입으로 느끼는 맛 30%, 다른 모든 감각 기관이 채워주는 맛 70%, 경험해 본 적 있나요?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먹으면 똑같은 음식도 더욱 맛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겠죠.

70%의 비밀

입에는 또 다른 70%의 비밀이 숨어있어요.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이기에 대화를 할 때 두 귀로 잘 들어야 합니다. 말하기 30% 듣기 70%,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내 말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상대의 말에는 싸악 귀 닫고 들어도 못 들은 척 자기 말만 내뱉는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네요.)

일방적으로 엄마 아빠에게 용돈을 달라고 졸라대던 아이가 부모와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통해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70%의 비밀

타석에 들어선 야구 선수는 일곱 번 실패하고 세 번 성공해야 3할의 타율을 유지할 수 있어요. 물론 이 3할 역시 실패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방망이를 계속 휘둘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중 70%는 활동하고 30%인 여덟 시간가량 잠을 자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70%가 곤충이랍니다.

지구의 70%는 바다예요. 놀랍게도 사람 몸의 70%도 물이죠. 70% 물로 채워진 푸른 지구, 지구를 꼭 닮은 우리 인체, 뭔가 굉장히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숨어있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70%의 비밀이 그림책 곳곳에 담겨있어요. 케이크를 맛보는 내 작은 입에서 시작해 우리 주변으로 지구로 우주로 점점 더 공간을 확장해가며 70%의 비밀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70%의 비밀

태양의 비밀, 별들의 비밀까지 70%의 비밀은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나는 좋아하는 게 많아요.
다 잘하지는 못해도 재미있어요.

나한테도 70%의 비밀이 있어요.
그건 바로,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가능성이에요.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숨어 있어요. 더 멀리 가기 위에서는 잠시 쉬어가야 할 때도 있죠. 내 안에 품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 역시 성실하게 보낸 하루하루가 쌓였을 때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의 비밀, 지구의 비밀, 나의 비밀이 아이처럼 순수한 그림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자연의 순리와 비밀을 알려주는 “70%의 비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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