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입만 먹어 볼까?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원제 : Chocolate Cake)
마이클 로젠 | 그림 케빈 월드론 | 옮김 김영선 | 국민서관
(발행 : 2019/01/30)


접시에 놓인 초콜릿 케이크를 바라보며 아이가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야아 으으응 아유 이것 좀 봐 우아아아 오 이걸 어떡하지? 결국 아이는 이렇게 말했겠죠.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세상 모든 비극(?)의 시작은 바로 이 딱 한 입만, 딱 한 번 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케이크 반죽 그릇에 비친 꼬마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반죽을 향한 존경과 기대, 경외심을 가득 품은 꼬마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내가 어렸을 때
엄청 좋아한 간식이 있었어요.
바로 엄마가 만든……

초콜릿 케이크!

오오!
나는 초콜릿 케이크를 정말 좋아했어요.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못다 먹고 남긴 케이크를 엄마가 간식으로 싸주신 날이면 꼬마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습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학교 가는 아이 표정 좀 보세요. 학교 가는 길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까요? 마치 초콜릿 케이크를 먹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 같아요.

흥분된 듯 동그랗게 뜬 눈. 초콜릿 케이크에 속사포 랩처럼 쏟아지는 찬사, 엄마가 만들어 준 초콜릿 케이크를 꼬마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어느 날, 꼬마는 저절로 한밤중에 눈이 번쩍 떠졌어요. 이 모든 건 부엌에 남겨진 초콜릿 케이크 때문이었죠.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간절해지는 법! 꼬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초콜릿 케이크를 한번 보고 오기로 마음먹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안방 앞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면서 밤 고양이처럼 계단을 살금살금, 조용조용 내려가 부엌으로 가서 찬장을 열어보았어요. 그곳에는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이야하호!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초콜릿 케이크가 얌전히 놓여 있었어요.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잠깐 보기만 하려고 꺼낸 케이크, 처음엔 주변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찍어 맛보려고 했는데…… 쓱쓱 싹싹 싹싹 쓱쓱 꿀꺽 쓰으으싹! 으음 꿀꺽꿀꺽 꿀꺽꿀꺽 우걱우걱. 소리가 다 말해주고 있죠. 꼬마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빈 접시만 남아있었어요.

무아지경이란 말은 딱 이럴 때 쓰는 말이겠죠? 리얼한 아이 표정에 웃음이 빵! 케이크 부스러기라도 핥아 먹고자 애쓰고 있는 강아지 표정에 또 한 번 웃음 빵 터지는 순간입니다.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꼬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엌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접시랑 칼을 씻고 물기까지 닦고 처음 놓여있던 곳 그대로, 모든 것은 소리 없이 조용조용히!

아, 포근한 느낌.
배는 초콜릿 케이크로 빵빵.
좋아, 좋아, 좋아.
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어요.

한밤중 거나하게 당을 섭취하고 행복한 포만감에 스르르 잠드는 꼬마, 내일의 일은 내일의 일로! 지금 당장은 행복하니까, 만족스러우니까~ ^^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댓가는 혹독합니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당당했는데 막상 엄마와 마주치자 꼬마는 시리얼 상자 뒤로 숨고 또 숨고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엄마가 묻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온몸이 쪼그라 들고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부엌일을 하느라 바쁜 엄마가 눈치를 채지 못할 거라 기대했지만 결국 엄마에게 케이크가 없어진 걸 들키고 말았어요. 요리조리 발뺌을 해보았지만 엄마는 단번에 범인이 꼬마란 걸 알아챕니다.

엄마는 어떻게 단번에 눈치챘을까요? ^^

다음번 초콜릿 케이크를 먹을 때쯤 엄마가 오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릴 거라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하던 꼬마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묻습니다. 흥분으로 동그래진 눈이 아닌 놀래서 동그래진 눈을 하고.

그런데 정말로 엄마가 잊어버릴까요?

오늘 아침 등굣길, 꼬마 손에 들려있어야 할 초콜릿 케이크는 이미 뱃속에, 지난밤 잠깐의 달콤함은 이 아침 허무함과 근심으로 꼬마 곁에 남았습니다. ^^

“딱 한 입만 먹어 볼까?”는 “내가 가장 슬플 때”, “곰 사냥을 떠나자” 등의 작가 마이클 로젠의 작품입니다. 초콜릿 케이크를 기다리는 설렘, 기쁨, 걱정과 근심의 다양한 감정이 재미있는 의성어와 함께 그림책 한가득 들어있어요.

그림책도 재미있지만 이 이야기를 실감 나게 들려주는 작가 마이클 로젠의 영상도 놓치기 아까울만큼 재미납니다. 디테일한 표정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실감 나는지 이야기에 금방 몰입되고 말아요. 그림을 그린 케빈 월드론이 꼬마의 눈동자를 왜 저렇게 동그랗게 그렸는지도 알 수 있답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완전 범죄를 꿈꾸었던 꼬마의 유쾌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생각만 해도 눈이 번쩍 떠지고 너무나 행복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것, 그런 것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언제나 찰랑찰랑 행복으로 그득하겠죠.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것들이 참 많았었는데… 그림책 속 꼬마처럼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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