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글/그림 가시와바라 가요코 | 옮김 김언수 | 길벗스쿨
(발행 : 2019/03/08)


저희 아이 어릴 때 Peggy Rathmann의 Ten Minutes Till Bedtime이라는 그림책을 아주 좋아했어요. 잠자리에 들기 10분 전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동안 일 분 일 분 줄어드는 상황이 꽤 재미있었는지 그림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보고 또 보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을 보았을 때 딱 그 책이 생각났어요. 100초 안에 어지럽힌 임금님의 방을 원상복구 시켜야 하는 경비병들, 아슬아슬 쫄깃쫄깃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보일 폭발적인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앞 면지에 등장하는 임금님의 방, 말끔하게 정리된 방에서 경비병 세 명이 임금님을 보좌하고 있어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임금님의 방은 신기하고 재미난 물건으로 가득합니다. 눈 크게 뜨고 임금님 방을 구석구석 유심히 보아두세요. 어떤 물건이 어느 자리에 어떻게 놓여 있었는지를 말이에요.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임금님이 외출한 틈을 타 경비병들이 임금님의 방에서 신나게 놀고 있어요. 입고 있던 제복이며 장화까지 여기저기 내팽개쳐놓고 왕관을 머리에 쓰고 지휘봉을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제 세상인 양 신나게 놀고 있는 경비병 둘, 말끔하게 정리되어있던 임금님의 방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도 이들은 ‘임금님이 돌아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임금님이 도착했어요. 창가에서 사열대를 앞세우며 돌아오는 임금님의 모습을 본 경비병이 큰소리로 다급하게 이렇게 외쳤어요.

이… 임금님이 돌아오신다!
도착까지 이제 100초 남았어!
100초 안에 방을 정리해야 해- !
준비, 시-작!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1 2 3 4 5 6 7 8 9 10 … 시간을 재기 시작하자 지금껏 느긋하게 상황을 즐기고 있던 경비병들은 혼비백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임금님 방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나 심각하게 어질러 놓은 임금님의 방을 과연 100초 안에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그림책의 첫 두 페이지에만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 있고 세 번째 페이지부터는 초를 재는 숫자만으로 이들의 다급한 상황을 아주 긴박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헐레벌떡 이리저리 분주하게 엉망이 된 방을 복구하는 경비병들, 시작은 달콤했지만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런 그들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 두 눈은 내심 즐거우니 진작부터 내 이럴 줄 알았어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10초 만에 어질러 놓았던 탁자가 정리되고 10초 만에 엉망이 된 책꽂이가 정리됩니다. 순식간에 벽 장식물들이 제자리를 찾고 소파와 테이블이 정리됩니다. 임금님의 침대에서 쿨쿨 단잠에 빠져있던 경비병을 깨우고 서둘러 침대를 정리합니다. (아, 초반에 세 명이었던 경비병이 왜 두 명뿐일까 했는데 한 명은 임금님의 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군요.) 훌렁 벗어던져 놓았던 제복을 챙겨 입고 모자를 찾아 쓰고 허겁지겁 양말도 신습니다. 그 와중에 서로의 옷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아요.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성실하게 흘러갑니다. 초반에 조그맣게 등장했던 숫자들은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점점 더 커지면서 상황을 점점 더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96 97 98 99 … 자, 이제 곧 임금님이 돌아올 시간, 헐레벌떡 경비병들도 뛰고 이들을 따라 숫자들도 뛰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아무런 실수 없이 임금님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100! 상황 종료! 이전까지 사방팔방으로 튀어 다니던 숫자들이 상황이 종료됨과 동시에 경비병들과 나란히 섰습니다. 끼이이이이익-! 문이 열립니다.

마지막 장면은 독자와 같은 위치에서 자신의 방을 바라보는 임금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문 앞에선 경비병 세 명이 애써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폐하, 잘 다녀오셨습니까!’하고 임금님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임금님의 방이 처음 모습 그대로 말끔해진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요? 임금님에게 아무것도 들키지 않고 무사할 수 있을까요?

뒷면지에는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뒤 급하게 정리된 임금님의 방이 나오니 처음의 모습과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찬찬히 비교해 보세요. 처음 그대로인 것 같지만 뭔가 어설프게 정리된 임금님의 방, 세세히 살펴보다 보면 마지막까지 웃음 빵 터질 거예요.

100초의 시간 동안 임금님의 방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마치 카메라 연사 버튼을 눌러 찍은 듯 연속으로 보여주는 재미난 그림책 “임금님이 돌아오기 100초 전”, 카운트다운하듯 1부터 100을 따라 세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의 끝자락에 와있어요. 아이들이 보기엔 100이란 숫자가 엄청나 보일 수도 있지만 급박한 순간엔 아주 짧은 순간이란 것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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