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을 보면 밖을 보면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원제 : Dedans Dehors)
그림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마티아스 아르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0222)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이란 그림책 제목, 어딘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안을 보면’은 보이는 그대로 쓰여있고 ‘밖을 보면’은 거울에 비친 것처럼 쓰여있어요. 속표지에는 그림책 제목이 이와 반대로 쓰여있습니다. 안쪽과 바깥쪽에 새긴 두 문구를 서로 반대편에서 바라본 것처럼 말이죠.

이 그림책은 시간의 흐름, 자연의 변화, 그리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들을 아름다운 그림들로 담아낸 글 없는 그림책 “시작 다음”의 작가 안느-마르고 램스타인과 마티아스 아르귀의 작품이에요. 아이들에겐 재미난 볼거리를, 어른들에겐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건네주는 그림책을 선보였던 두 작가가 이번에는 하나의 대상을 두고 안과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림책 속에 펼쳐놓습니다.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알속에 웅크리고 있는 아기 새에게 알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아기 새는 알고 있을까요? 껍질을 깨고 나왔을 때 자신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기 새를 둘러싸고 있는 알, 커다란 알이 놓여있는 알 밖의 또 다른 세상, 한 페이지에 두 세상이 공존하고 있어요. 알 속에 든 아기 새가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듯 알이 부화되길 기다리는 엄마 새 역시 알 안쪽을 볼 수 없어요. 껍질 안과 밖의 세상은 이렇게나 다릅니다.

안을 보면 밖을 보면

그렇다면 이 장면은 어떤 상황의 안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요? 베개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침대 캐노피는 너덜더덜 찢어져 있어요. 찢어진 캐노피는 침대 기둥에 묶어 창문 밖으로 던져놓았습니다. 누군가 저 줄을 타고 창문 밖으로 도망친 것 같은데 창문을 타고 도망친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그림책 제목을 생각하며 오른쪽 페이지에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위 그림의 오른쪽 모자이크를 없애보았습니다. 어느 방의 안쪽에서 본 모습, 바깥쪽에서 바라본 풍경, 자 무언가를 찾았나요? 높은 탑이 보이고 그 아래 긴 금발 머리 여자가 연못을 헤엄쳐 건너가고 있습니다. 탑에는 방금 타고 내려온 자주색 줄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고요. 높은 탑, 늘어뜨린 줄, 긴 금발 머리 여자. 추측해보면 왼쪽 방은 라푼젤이 갇혀있던 방이고 저기 도망치는 금발 여자는 동화 속 주인공 라푼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들은 독자들이 라푼젤 이상의 의미를 찾기를 바랐을 테구요.

안을 보면 밖을 보면

눈보라가 흩날리는 어느 성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작은 스노우볼입니다.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세상의 일부일 수 있고 아주 작은 세상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바라보는 시각,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것도 이렇게 달라 보이니까요.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이렇게 그림책에는 열여덟 가지의 다양한 상황이 담겨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이야기뿐 아니라 새장의 안쪽과 바깥쪽, 개미굴 안쪽과 바깥쪽, 잘 익은 사과 안쪽과 바깥쪽, 고동치는 심장 안쪽과 바깥쪽 풍경 등 똑같은 대상의 안쪽과 바깥쪽을 보여주면서 시선을 달리해서 보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양쪽 페이지를 활용해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른쪽을 가리고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어떤 상황인지 이곳은 어디인지 보는 시각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를 상상하며 바라보면 그림책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 무엇을 보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것도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관점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니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마음, 세상을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 아닐까요?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 속에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차분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아주 작은 일부를 보고 전체라 판단하고 전체를 보면서도 아주 작은 일부분만 알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은 이야기합니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찬찬히 오래오래 생각해 보라고, 시야를 넓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판단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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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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