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딸기

이 세상 최고의 딸기

하야시 기린 | 그림 쇼노 나오코 | 옮김 고향옥 | 길벗스쿨
(발행 : 2019/03/08)


커다란 북극곰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자그마한 딸기 한 알, 그 한 알에서 온갖 봄향기가 흩어지는 것 같습니다. 축포라도 터뜨린 것 처럼 하얀 딸기 꽃이 북극곰 곁을 맴돌고 있어요. 북극곰 머리 위엔 무지개 모양으로 그림책 제목 “이 세상 최고의 딸기”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란 어떤 딸기일까요? 어쩌면 지금은 그 느낌을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았던 딸기가 이 세상 최고의 딸기가 아니었을지 그 때의 나는 그 맛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갈매기가 북극곰에게 전해준 편지에는 ‘딸기를 보내 드릴게요’라고 쓰여 있었어요. 누가 무엇때문에 보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북극곰은 편지를 읽고 곰곰히 생각에 잠깁니다.

가만, 그런데 딸기가 뭐지?
딸기……
딸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곰곰 생각에 잠겼던 북극곰은 언젠가 멀리서 딸기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인간 아이가 기뻐하며 맛있게 먹던 딸기, 저녁노을보다 더 빨갛게 빛나던 딸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 북극곰은 정성을 다해 딸기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정말로 딸기가 오면 어떻게 해야할까, 딸기로 무엇을 할까 북극곰의 머리 속은 온통 빨간 딸기로 가득해요.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그리고 마침내 딸기가 도착했어요. 조그만 상자에 정성껏 담아 보내온 딸기 한 알, 곰은 딸기를 예쁜 유리잔에 담아 놓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합니다.

흐음, 새콤달콤 좋은 향기,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딸기,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딸기,
세상에 딱 하나뿐인 나의 딸기.
잘 왔어, 사랑스런 딸기야.

딸기 한 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곰은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그 날 이후 해마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딸기가 도착했어요. 첫 해에는 한 알, 그 다음 해엔 두 알… 해마다 양은 점점 많아졌지요. 곰의 유리잔을 채우는 딸기도 점점 많아집니다. 그런데 딸기가 많아질수록 딸기를 보는 곰의 마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저 해마다 겨울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딸기였으니까요. 여전히 곰은 딸기를 좋아했지만 딸기를 보고 예전만큼 행복해 하지 않아요. 겨울이면 여기저기 쌓아놓고 먹는 딸기, 먹어도 먹어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딸기, 앞으로도 수도 없이 먹게 될 딸기니까요.

빨갛고 반짝반짝 윤이나는 딸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화사한 분홍빛으로 가득했던 곰의 마음, 이제 더이상 딸기가 신기한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닌 그저 딸기일 뿐인 존재로 변해버린 순간 곰의 마음도 검은 색 배경으로 변해버렸어요.

이 세상 최고의 딸기

끝없이 먹을 수 있는 딸기를 바라보던 곰은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딸기가 많아질수록
기쁨은 줄어들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딸기가
뭐냐고 누가 물으면
분명 이렇게 대답할 거야.

사르르 녹아내릴 듯 행복한 맛,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그것은 바로-
처음 먹은 그 한 알.

딸기 한 알로 행복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잔잔하게 전달하는 그림책 “이 세상 최고의 딸기”, 가슴 가득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을 보면서 띠지에 써있던 문구를 조용히 되새겨 봅니다.

많을수록 적어지고 적을수록 많아지는 그 무엇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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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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