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어주었어

가만히 들어주었어

(원제 : The Rabbit Listened)
글/그림 코리 도어펠드 | 옮김 신혜은 | 북뱅크
(발행 : 2019/05/15)


마주 보고 꼭 껴안고 있는 토끼와 아이, 둘의 표정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입니다.  “가만히 들어주었어”, 누가 누구 이야기를 들어준 걸까요? 요리조리 살피다 원서 제목을 보니 토끼가 아이 이야기를 들어준 모양입니다. 토끼와 아이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가만히 들어주었어

파란 줄무늬 옷을 입은 아이 이름은 테일러입니다. 테일러는 오늘 뭔가를 만들기로 했어요. 새롭고 특별한 것 그리고 놀라운 것! 상자에서 꺼낸 나무 블록을 하나하나 공들여 쌓고 쌓아 테일러는 커다란 성을 만들었어요. 완성된 작품 옆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싱긋 웃고 있었죠. 자신의 성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면서요.

가만히 들어주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난데없이 새들이 날아와 테일러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산산조각 난 테일러의 마음처럼 나무 블록들이 여기저기 주변에 흐트러져 버렸어요. 뿌듯함 뒤에 찾아온 당황스러운 감정, 곧이어 모든 상황을 파악한 테일러의 마음속에 슬픔이 밀려옵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닭이었어요. 닭은 어지럽혀진 주변을 바라보며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꼬꼬댁 꼬꼬꼬 에구머니나! 이를 어째, 어떻게 이런 일이!’ 닭은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보라며 수선을 떨었어요. 하지만 테일러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그러자 닭은 흥미를 잃은 듯 쌩하니 가버렸지요.

가만히 들어주었어

웅크린 채 구석에 앉아 울고 있는 테일러를 보고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옵니다. 곰은 화가 날 땐 크게 소리 질러 버리라 말했고, 코끼리는 자신이 고쳐주겠다며 원래 모양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어요. 친구들은 저마다 테일러를 위로한다며 한 마디씩 던집니다. 하지만 테일러의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어요. 그러자 다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표정으로 그냥 가버렸어요.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다 슬쩍 자리를 떠나는 친구들은 테일러가 정말 걱정된 걸까요? 아니면 그저 이 상황이 궁금했던 걸까요?가만히 들어주었어

상처받은 테일러의 마음, 영영 풀릴 길 없으려나 하는 순간 토끼가 슬그머니 찾아옵니다.

너무 조용해서 테일러는
토끼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어.

토끼는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지.

테일러가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까지.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테일러가 드디어 말을 시작했어요. ‘나랑 같이 있어줄래?’하고요. 토끼에게 테일러는 마음속에 갇혀있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냈어요.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가만히 들어주었어

테일러가 울다가 웃고, 화를 참지 못해 소리치는 중에도 토끼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자신의 곁에서 모든 것을 다 들어주고 받아주는 토끼 덕분에 어느새 마음이 풀어진 테일러는 토끼에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흩어졌던 블록 조각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어요. 어느새 테일러의 마음도 처음으로 돌아왔어요.

백 마디의 말보다 곁에서 지켜 주는 것, 상처 입은 이의 속내를 진실한 마음으로 들어주고 헤아려 주는 것, 그것이 진실한 경청의 힘이고 진정한 위로의 방법 아닐까요?

배경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그린 그림은 테일러의 감정 변화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말썽쟁이 까마귀 떼, 수선스러운 닭, 소리부터 치고 보는 곰 등 동물들의 특징을 이용해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 점도 돋보입니다. 테일러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동물 친구들의 표정들을 잘 살펴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 토끼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상대를 위로할 때 어떤 모습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상처 입은 테일러를 찾아온 동물 친구들을 보면서 진정한 위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 진정한 위로는 상대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 조용히 온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 사람은 움직이게 됩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 함께 읽어 보세요 :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