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올챙이야?

내가 올챙이야?

글/그림 다시마 세이조 | 황진희 | 계수나무
(발행 : 2019/05/20)


“내가 올챙이야?”하고 묻는 말을 두 눈 동그랗게 치켜뜨고 보고 있는 올챙이 한 마리, 하지만 표지 그림만으로는 올챙이인지 아닌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어요.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다음 장을 펼쳐보곤 확신했죠. 면지 가득 꼬물꼬물 올챙이들, 아 올챙이가 맞구나! 그러고 보니 다시 궁금해집니다. 이 많은 올챙이 중에 누가 표지의 올챙이일까? 올챙이는 왜 자신이 올챙이인지 궁금했을까?

다시마 세이조 작가의 그림책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한껏 즐거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올챙이를 만나러 들판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떠날 거예요.

내가 올챙이야?

들판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었어요. 그곳에 올챙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올챙이야.
곧 개구리가 될 거야.

올챙이니까 곧 개구리가 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런데 왜일까요? 이 올챙이만 뒷다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연못 속 뒷다리가 나온 수많은 올챙이들, 눈 크게 뜨고 찾아봅니다. 뒷다리가 나오지 않은 올챙이를… 어딨지, 누구지? 비슷비슷한 올챙이들 사이에서 한참만에 찾았어요. 그래, 뭐 좀 늦을 수도 있지. 힘내, 올챙이야! 곧 뒷다리가 나올 거야 위로를 하면서요. 그런데 이 올챙이 늦되도 너무 늦되네요. 다른 올챙이들은 앞다리까지 나왔는데도 여전히 올챙이는 처음 올챙이 모습 그대로였거든요.

내가 올챙이야?

다른 올챙이들이 모두 개구리가 될 동안에도 여전히 올챙이는 올챙이. 형제들은 올챙이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며 먼저 연못을 떠납니다.

“우리는 먼저 연못을 떠나지만, 힘껏 응원할게!”

이제 어디든 폴짝폴짝 뛰어갈 수 있는 개구리들, 오동통한 개구리참외에 눈이랑 다리가 붙어있는 것 같아요. ^^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개구리들은. 올챙이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형제들이 다 떠난 연못에 홀로 남아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내가 올챙이야?

외톨이가 된 올챙이를 연못에 사는 다른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다들 아직도 올챙이라며 비웃고 놀려댔죠. 급기야 다리도 나오지 않은 주제에 건방지게 수염이 났다면서 올챙이의 수염을 잡아당기기 시작합니다. 형제들이 모두 떠난 연못, 혼자 남은 올챙이는 연못 친구들에게 수난을 당하기  시작합니다.

“아파! 아프다고!”

올챙이가 울먹이며 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다들 아랑곳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재미있어하며 더 세차게 잡아당길 뿐. 군중심리란 이런 걸까요? 아무도 혼자 남은 올챙이의 마음은 바라봐 주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 놀리면서 그걸 놀이처럼 즐거워할 뿐이죠.

어쩌지, 누가 도와줄 친구 없을까? 올챙이가 안쓰러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내가 올챙이야?

자기도 모르게 수염에 힘을 주자 수염을 당기고 있던 녀석들이 올챙이 입속으로 빨려 들어왔어요. 커도 너무나 커다란 올챙이의 입, 지옥불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커다란 입이 ‘너희들을 응징하겠다!’ 하는 듯한…

올챙이는 빨려 들어오는 녀석들을 한 입에 마구마구 먹어치워버립니다. 자기 먹잇감을 다 먹어 치웠다고 화를 내며 덤벼드는 커다란 가재까지도 한 입에 덥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올챙이 몸이 연못만큼 커져 있었어요.

급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읽다 말고 ‘오?’ 하게 됩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런 느낌으로요.

그때 개구리들이 다가와 가르쳐 주었어.
“너는 올챙이가 아니라
메기라는 물고기야!”

아-!

커다랗게 쓴 ‘아-!’ 올챙이 아니 메기의 깨달음이자 읽는 이의 깨달음입니다. 순식간에 앞선 상황들이 머릿속을 팽팽 돌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그래 다리가 안 나온 이유가, 아 그 긴 수염의 정체가…  (한 번 더) 아~~! ^^

내가 올챙이야?

개구리들이 메기를 강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시원한 강에 풍덩~ 이제야 메기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나저나 작별 인사를 나누며 하염없이 눈물 뚝뚝 흘리는 개구리들, 어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까요?

갈등의 상황에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메기의 몸이 점점 커다래지다 화면을 가득 메울 만큼 커지는 것으로 이야기의 정점을 찍습니다. 형제들의 도움으로 본래 살아야 할 강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제 크기를 찾는 것으로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메기 수 천 마리 이상 거뜬히 품어 줄 수 있는 넉넉한 강의 품으로 돌아간 메기, 그곳에서 분명 똘똘하게 살아갈 거예요. 누구에게도 바보처럼 당하지 않고. 나답게 메기답게!

무리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어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은 꼭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메기는 그저 울고 있지 않아요. 놀리고 괴롭히는 친구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응징하는 메기를 보고 있자면 “뛰어라 메뚜기”에서 받았던 시원함이 밀려옵니다.

작가 다시마 세이조는 어린 시절 용수로에서 잡아온 올챙이를 수조에 넣고 길렀는데 그 속에 메기 새끼가 섞여 있었대요. 다른 올챙이들이 개구리가 되어 수조 밖으로 뛰쳐나갈 때까지도 메기는 늘 그대로였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메기가 그랬듯이 사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립하겠지요. 나는 메기가 꽤 몸집이 커질 때까지 키웠는데 큰비가 내린 어느 날 밤, 수조의 물이 넘쳐서 어딘가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 메기는 지금도 빗속의 풀밭을 지나 강으로 도망치고 있겠지요. 나의 추억에서 도망친 메기는 마침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 다시마 세이조 작가의 말 중에서

메기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던 작가 다시마 세이조 덕분에 메기는 그림책이 되어 영생을 얻게 되었네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받으면서요.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 속에 숨은 건강한 철학, 생명력 넘치는 풍부한 색감으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 “내가 올챙이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나는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미운 오리 새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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