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4/05/13
■ 업데이트 : 2016/02/12


엄마 마중
책표지 : 보림
엄마 마중

이태준 | 그림 김동성 | 보림

★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4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엄마 마중”은 소설 “복덕방”의 작가 이태준이 1938년 <조선아동문학집>에 실은 짧은 동화를 2004년 출판사 ‘소년한길’에서 김동성 작가의 채색 수묵화로 다시 펴낸 그림책입니다. 짧고 간결한 이태준의 글엔 굳이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큼 깊은 울림이 담겨 있어 ‘한국의 모파상’이라는 그의 별명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 작가의 그림은 짧은 글에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의 아득한 깊이를 더해 주는 듯 합니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엄마 마중

전차정류장으로 가까스로 오르는 꼬마 아이. 엄마에게 엎혀 있는 아이와 덩치가 비슷합니다. 아직 엄마에게 업어 달라고 졸라댈만큼 어린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러 전차정류장까지 혼자 나왔나봅니다. 이어지는 세컷의 그림엔 엄마 모습 보이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의 조바심과 지루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낙서도 해 보고, 정류장표지판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하릴 없이 전차가 들어오는 곳을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보기도 하는 아이의 모습…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은 잔잔한 단색으로 표현을 한데 반해 전차가 들어오는 장면들은 화려하고 몽환적으로 표현을 해서 묘한 대조를 보여줍니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 각장마다 왼편에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단조롭게 보여주고 오른쪽엔 그와 대조적으로 아래 세컷의 그림처럼 전차가 들어 오는 장면을 환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엄마 마중

전차가 멀리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현실이라기보다는 아이의 상상의 세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몽환적으로 그려졌습니다. 거대한 나무 밑을 지나 숲을 통과하는 전차, 깊은 바닷 속으로부터 물고기떼를 지나 헤쳐 나오는 전차, 그리고 아득히 먼 하늘로부터 새들과 함께 날아드는 전차의 모습은 과연 어떤 의미들을 담고 있는걸까요?

그림책 전반에 걸쳐 그 시절의 어렵고 각박한 생활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전차가 들어 오는 장면은 화려함과 희망, 환상으로 가득합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지루하지만 곧 엄마를 볼 수 있다는 희망, 하루 종일 혼자 있다가 이제 곧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아이의 심정을 그려낸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엄마를 마중 나오기 전까지만해도 집에 딱히 먹을것도 없었을테고, 엄마를 만나서 다시 집에 돌아가도 역시나 배고프고 넉넉치 못하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엄마를 만나기 직전의 그 순간만큼은 엄마를 곧 만난다는 기쁨이 아이에게 잔뜩 희망을 머금게 해 주고 있음을 환상적인 그림들로 표현해낸게 아닌가싶습니다.

엄마 마중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엄마를 곧 볼거라는 기대로 달동네 맨 윗자리에서부터 총총거리며 뛰어왔을 아이, 여지껏 엄마를 만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는데 이제 슬슬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엄마가 오긴 오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기 시작합니다. 전차정류장 주변 풍경 속에 아주 작은 점처럼 묘사된 아이가 점점 클로즈업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 가득 들어 온 아이의 모습, 코끝이 벌개진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안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보는 이들는 이 장면에 빙그레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 물론 그 웃음 끝엔 아이와 안타까움을 나누게 되면서 가슴 한켠이 막막해지지만 말이죠.

엄마 마중

기다리는 엄마는 보이지 않고 어느새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둠이 드리워지는 하늘 가득 하얀 눈발이 내려 앉습니다. 엄마 마중 나온 아이의 막막하기만한 심정이 아득한 하늘아래 절로 느껴집니다. 엄마는 오기는 오는걸까요….

엄마 마중

하늘 가득 내리는 눈이 달동네의 지붕들마저 온통 뒤덮어 눈천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엄마 마중 갔던 아이는 드디어 엄마를 만났습니다. 내리는 눈 속에 엄마 손을 꼬옥 붙잡고 하루 종일 기다렸던 엄마 얼굴 올려다 보며 걸어가는 아이의 다른 한쪽 손엔 무언가 쥐어져 있습니다. 달디 단 사탕일까요? 아니면 내일도 또 하루종일 혼자 집지킬 아이를 위해 사준 장난감일까요?

이 마지막 장면은 원작자인 이태준의 글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태준의 짧고 간결한 글만으로는 그림을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가슴이 너무 막막했었나봅니다. 코가 벌개지도록 추운 눈발 아래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가에게 엄마 손 꼭 잡고 다른 한쪽 손엔 엄마 선물 꼬옥 쥐고 아장아장 걸어 올라가는 기쁨을 주고 싶었던거겠죠 ^^

김동성 작가의 여운이 깊이 남는 그림이 매우 인상적인 그림책 “엄마 마중”이었습니다.


※ 간송미술관, 심우장, 최순우 옛집, 성북동 비둘기, 그리고  ‘수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 등은 요즘 잘 알려진 성북동 탐방 코스들입니다. 이 중에서 수연산방은 바로 소설가 이태준이 서울에서 기거하던 곳입니다. 그의 외손녀가 10여년 전부터 전통찻집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했다고 합니다.

“엄마 마중”은 ‘소년한길’에서 처음 출간했고, 2013년 ‘보림’에서 다시 찍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글은 ‘소년한길’에서 나온 판을 보고 썼습니다.

※ 소설가 이태준이 원래 썼던 글은 시가 아니고 동화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처럼 간결하고 함축적인 글이어서 가온빛에서는 ‘시그림책’으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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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to “★ 엄마 마중”

  1. 오늘 서울역사박물관 앞 지나는데 “엄마 마중” 생각나게 하는 전시물이 있더군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라 도시락 들고 전차를 쫓아 뛰는 엄마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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