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반반

드니 반반 – 절반의 영웅

(원제 : Denis Fifty-Fifty)
올리비에 코스트 | 그림 로랑 시몽 | 옮김 나선희 | 책빛
(발행 : 2019/04/30)


뒤에 붙은 ‘반반’의 리듬감 덕분에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의 제목이 재미있는 “드니 반반”.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무슨 뜻이지 궁금해집니다. 원서 제목 “Denis Fifty-Fifty”를 읽어 보아도 뚜렷이 와닿는 느낌이 없어요. 힌트를 얻고 싶어 표지 그림 속 거울에 비친 아이 얼굴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러다 발견했어요. 한 쪽은 웃고 있는 얼굴이고 아래쪽은 찡그린 표정이란 사실을…

드니 반반

내 이름은 드니 반반이에요.
나이는 여섯 살 반이고요.
나는 뭐든 반만 해요.
아침에 옷을 입을 때면 한쪽 소매만 걸치고,
양말과 신발도 한 짝씩만 신어요.

아, 무엇을 하든 딱 반만 해서 ‘드니 반반’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주인공이군요. 나이도 그냥 여섯 살이 아니라 ‘여섯 살 반’, 이제 서서히 독립심이 자라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네요(흠,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

드니 반반

무엇이든 반만 하는 아이 드니 반반은 아침에 일어나면 옷은 반만 입고 깽깽이 걸음으로 부엌에 가서 차가운 우유 반 컵, 바게트 반 쪽, 따뜻한 코코아 반 잔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이를 닦아요. 딱 절반인 아랫니만. 윗니는 저녁에 닦죠.

이런 드니를 보고 새엄마는 반나절만 일하는 아빠를 닮아 게으른 거래요. 드니 반반의 어른 버전인 듯한 아빠 모습이 나란히 거울에 비쳐 보입니다. 드니는 아빠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드니 반반

하지만 나는 반나절도 일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너무 피곤할 테니까요.

내 인생의 반은 놀면서 보내고 싶어요.
나머지 반도 즐길 거예요.

나도 나도! 하고 손드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해 딱 절반만큼만 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드니 반반, 완벽하지 않으면 좀 어떤가요? 끝까지 해내지 않으면 좀 어떤가요?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죠.

드니 반반

이런 드니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건 드니 곁에 늘 찰떡처럼 붙어있는 강아지 보위입니다. 드니는 보위와 뭐든 함께 나눴어요.

보위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 드니는 생일날 한밤중에 촛불을 켜고 보위와 둘만의 파티를 벌이려다 집에 불을 지르고 말았어요. 위기일발의 순간 드니가 반만 잠근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온 물 덕분에 불을 끌 수 있었죠. 거실의 절반은 타고 절반은 물에 잠겨 버렸으니 참 절묘하네요. 이 난감한 순간까지도 물 반 불 반 반반이라니…

한밤의 소동에 깨어나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엄마 아빠를 풀 죽은 표정으로 응시하는 드니 반반, 뭐든 반만하는 드니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어요. 전부 다 말할 수밖에…

그런데,

드니 반반

아빠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드니가 반만 한 덕에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아있는 거라고. 새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드니, 네가 우리 목숨을 구했구나!
멋진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뭐가 좋겠니?”

양팔을 활짝 벌리고 미소 지으며 드니를 바라보는 아빠와 새엄마. 새로 꾸려진 가정 속에 반만 속해있던 아이 드니 반반, 생일날 밤 드니는 엄마 아빠 품으로 들어갑니다.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완벽한 가족으로 새롭게 탄생한 밤입니다.

그나저나 무엇이든 반만하는 소년 드니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

반만의 행복으로 살아가려던 드니 반반,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서 완벽한 행복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을까요? 물론 살아가는 동안 가족에게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드니는 잊지 않을 거예요. 그날 밤 가족이 보여주었던 사랑과 이해의 힘을.

글 작가 올리비에 코스트는 소설가이자 그림책 작가,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일러스트레이터 로랑 시몽은 “점과 선이 만나면”이란 그림책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작가예요. 톡톡 튀는 유쾌한 그림으로 점과 선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또 색깔들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주 재미있게 보여준 바 있죠.

행복의 의미와 함께 가족의 의미까지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그림책 “드니 반반”, 나는 몇 퍼센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완벽한 100%를 쫓느라 어쩌면 10%도 행복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요.


※ 작가 올리비에 코스트가 유튜브에 공개한 “드니 반반”의 음원, 유쾌하게 감상해 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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