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참외씨

대단한 참외씨

임수정 | 그림 전미화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9/06/10)


여름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이른 아침부터 집안으로 훅 밀려 들어오는 더위, 짧아진 옷소매, 바빠지는 냉장고, 그리고 길어진 하루… 매일같이 지나치는 슈퍼마켓 매대의 과일 코너에서도 과일 아저씨의 트럭에서도 여름이 시작됩니다. 귤에서 딸기로 오렌지로 바뀌는가 싶더니 살구, 자두가 차지했던 자리에 어느 날부터 들어선 초록 수박 그리고 샛노란 참외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함이라니. 햇살과 흙, 바람, 물, 새소리, 바람소리가 함께 키워낸 놀라운 기적입니다.

대단한 참외씨

아삭! 아삭!
철이가 참외를 먹고 있어요.
“아이, 맛있어!”

철이 참외 먹는 소리만 듣고도 그 시원함과 달콤함 아삭함이 상상되어 그만 침이 꿀꺽 넘어가 버렸어요. 상상으로 참외 맛을 보고는 철이랑 똑같이 엄치 척! ‘아이, 맛있어!’까지 따라 해봅니다. ^^

바로 그때였어요. 참외씨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 건. 참외씨는 철이 입가에 붙어있다 입가를 쓰윽 닦는 철이 손을 피해 팔꿈치로 달아났어요. 그러다 철이가 자전거를 탈 때 휘릭 날아가 고양이 털에 달라붙었죠.

참외씨에게는 꿈이 있었어요. 바로 ‘흙 속에 들어가 달고 맛있는 참외가 되는 것’이었어요. 참외씨가 자라 참외가 되는 건 어찌 보면 참 당연한 일인데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이 꿈을 이루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네요.

대단한 참외씨

나비를 잡으려던 고양이 앞발에 채여 나비 날개에 매달린 참외씨, 그러다 간신히 화단 아래로 툭 떨어졌어요. 아~ 이제야 살았다 싶었지만 어디 세상일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요? 숨돌릴 틈도 없이 새가 날아와 날름 참외씨를 먹어치웠어요.

달고 맛있는 참외가 되고 싶었던 참외씨의 꿈은 이렇게 끝이구나 생각했지만 또 다른 기회가 참외씨를 찾아옵니다. 찌익~ 새가 싼 똥과 함께 참외씨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거든요. 줄 맞추어 가지런히 심어진 모종들 틈에 홀로 툭! 떨어진 참외씨.

대단한 참외씨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드디어 흙을 찾아온 참외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흙 속으로 파고든 참외씨, 녹아내릴 듯 쏟아지는 뜨거운 햇볕을 견뎌냅니다. 몰아치는 세찬 바람, 차가운 빗줄기도 씩씩하게 이겨냅니다. 힘들 때마다 참외씨는 ‘으쌰,으쌰!’ 외치면서 자신을 응원했어요. 그러는 사이 참외씨에게서 뻗어나간 넝쿨이 조금씩 조금씩 무성해집니다. 열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참외씨, 으쌰, 으쌰!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느 날 달빛을 꼭 닮은 노란 꽃이 피어났어요. 벌과 나비, 개미 떼, 무당벌레, 지렁이, 먼지가 찾아와 참외 덩굴의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대단한 참외씨

달빛을 꼭 빼닮은 노란 참외 꽃, 참외 꽃을 꼭 빼닮은 노랗고 동그란 참외가 줄기마다 주렁주렁.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참외는 참외씨의 오랜 꿈입니다. 그 꿈은 참외씨 곁에서 참외씨를 응원해준 먼지와 별빛, 햇볕과 구름, 달님까지 모두 함께였기에 가능한 꿈이었습니다. 아, 중요한 이를 빼먹었네요. 참외씨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새까지… 참외의 꿈은 이 모든 이들의 수고와 관심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

수박이 주렁주렁, 방울토마토가 오종종, 보라색 가지가 옹기종기 열린 밭 한쪽에서 갓 딴 노란 참외를 껍질째 맛있게 먹던 아이가 이렇게 외칩니다.

아삭아삭

“와, 이 참외
정말 달고 맛있어!”

그렇게 말하는 아이 뺨에 매달린 또 다른 참외씨들, 이들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

참외씨가 돌고 돌아 다시 노란 참외가 되고, 그리고 또 다른 참외씨가 꾸는 꿈.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꿈이란 이런 모습이고 꿈을 위한 열정 또한 이런 모습 아닐까 싶어요.

생명력 가득한 그림 속에 참외씨 한 알의 간절한 꿈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 “대단한 참외씨”, 한 알의 참외가 우리 앞에 오기까지 이렇게 작은 참외씨의 눈물 어린 수고가 맺혀있다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빗소리도 한여름 뙤약볕도 새똥마저도 예사롭지 않아요. 그렇게 그들이 계절을 불러오고 그렇게 그들이 오늘도 으쌰, 으쌰! 세상을 열심히 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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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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