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팬티

수영 팬티 : 내 인생 최악의 여름방학

(원제 : Le Slip De Bain Ou Les Pires Vacances De Ma Vie)
샤를로트 문드리크 | 그림 올리비에 탈레크 | 옮김 김영신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9/06/30)


“수영팬티”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아픔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며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그려낸 그림책 “무릎 딱지”의 샤를로트 문드리크와 올리비에 탈레크의 그림책입니다.

아홉 살 미셸은 부제목 그대로 인생 최악의 여름 방학을 맞게 됩니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말썽꾸러기 사촌 형들과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거든요. 형에게 늘 ‘엄마 껌딱지 오구구’라 놀림당하는 어린 미셸의 최악의 여름 방학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수영 팬티

사람도 집도 보이지 않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요. 그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까마귀 떼들이 놀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아마도 난생처음 집을 떠나 시골로 가고 있는 미셸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순간 ‘난 언제쯤 엄마 아빠를 처음 떨어져 보았더라’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수영 팬티

무성하게 자란 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댁, 텁수룩하게 자란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넋 나간 듯 우두커니 서있는 미셸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어요. 말이 별로 없고 엄격한 할아버지도 무섭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땅꼬마로 취급하는 사촌 형 셋과 여름 방학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미셸은 끔찍하기만 합니다.

수영 팬티

전화도 없는 시골집, 할머니는 엄마에게 날마다 편지를 써서 주말에 보내자고 말씀하셨지만 미셸은 딱히 엄마에게 쓸 말이 없어요. ‘잘 지낸다, 여기 되게 좋다’라고 달랑 두 줄 쓰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미셸은 그곳에서 하루하루 적응을 해가며 시간을 보냅니다. 사촌 형들에게 누가 제일 안 씻는지 내기하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악동 짓에 어울리며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엄마 껌딱지로는 상상도 못할 일 ‘위험하고 짓궂은 일’들을 사촌 형들과 함께 하면서 말이죠.

수영 팬티

무섭고 엄격했던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미셸은 할아버지와도 한결 가까워집니다. 할아버지도 옛날엔 어린아이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절 이 집에서 자신처럼 할아버지의 사촌들과 짓궂은 장난을 치며 즐겁게 보냈다는 이야기에 미셸은 할아버지와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나는 편지에 쓰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우리를 정말 잘 돌봐 줘.
그리고 나 이제 할아버지가 하나도 안 무서워.’
진짜다. 할아버지도 옛날엔 어린아이였다는 걸 알고 나서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섭지 않다.

처음 시골집에 왔을 때의 미셸과는 완전히 달라진 표정이에요. 미셸의 마음이 세상 밖으로 스르르 열리고 있어요. 시골집에서 지내는 동안 미셸은 엄마 아빠의 울타리 밖에도 이렇게 신나는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영 팬티

하지만 미셸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미셸 가족들은 아홉 살이 되면 3미터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치러야 해요. 성공할 때까지 계속 미룰 수는 있지만 그동안 감당해야 할 부끄러움은 오롯이 미셸의 몫입니다. 결국 미셸은 용기 내어 다이빙대 위로 올라갔어요.

잘못 챙겨온 형의 커다란 수영복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미셸의 마음 같습니다. 다이빙대를 올라가는 동안 다리가 휘청거리고 온몸이 정신없이 떨려옵니다.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의식을 앞둔 미셸, 과연 미셸은 마지막 난관을 무사히 통과해 낼 수 있을까요?

‘나’를 주인공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린 그림이 스토리와 풍경 사이 일정한 거리를 보여주면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 시절 나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 내 곁에 작고 사소한 일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 샤를로트 문드리크와 올리비에 탈레크의 “수영 팬티”, 시골 할머니 집의 푸근함을 보여주는 노란 톤의 색감과 성취감을 상징하는 푸른 톤의 색감으로 그린 그림은 미셸의 여름 방학을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알게 된 일탈의 해방감, 다이빙의 성공으로 성취감을 맛본 미셸. 이 계절이 모든 아이들에게 자신 속에 숨어있던 긍정적 자아를 찾아 몸도 마음도 한 뼘 자라난 그런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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