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식혜

천미진 | 그림 민승지 | 발견
(발행 : 2019/05/24)


명절을 며칠 앞둔 날이면 할머니의 식혜가 유독 그리워집니다. 꾸덕꾸덕해진 송편에 달달한 식혜 한 사발도 그립고 추운 겨울날 얼음 동동 밥알 동동 달콤한 식혜도 그립습니다.

저마다의 표정을 가진 재미난 밥알들, 출렁이는 물속에서 뛰놀고 있습니다. “식혜”라 쓴 노란 그림책 제목이 식혜 위에 동동 띄워놓는 노란 잣을 떠올리게 해요. 그림책 표지를 양쪽으로 쫘악 펼쳐 뒤표지를 보면 하얀 밥알이 노란 잣을 타고 신나게 서핑을 즐기고 있어요. 출렁이는 물결을 해치고서 말이죠.

식혜

한적하고 평화로운 날입니다. 하얀 밥알들은 잔잔한 물결 위에서 공놀이, 잡기 놀이를 하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요. 아무런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그래서 다들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하다 느끼고 있을 때 하늘에서 무언가 번쩍! 하더니  잔잔한 수면을 향해 무언가 날아왔어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다섯 개의 투명한 별, 그것의 정체는…?

식혜

엄청나게 커다랗고 반짝반짝 예쁘고 아주 차가웠어요. 그것이 신기해 밥알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갑작스럽게 소용돌이가 일어났어요. 밥알과 반짝이는 차가운 별은 다 함께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속도로 말이죠. 좀 전까지만 해도 심심할 정도로 조용했던 이곳이 이제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이방인의 침입과 함께 시작된 소용돌이에 놀란 것도 잠시, 어떤 밥알은 재미있다 소리치고 어떤 밥알은 기분 최고! 라고 외칩니다. 어떤 밥알은 속이 울렁거린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제각각 자기 이야기를 떠들고 있지만 어쩌면 모두들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식혜

이토록 기다렸던 순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나요? 밥알들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어요. 그리곤 모두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죠.  어떤 밥알은 서핑 보드에 또 다른 무리들은 작은 보트에 몸을 나눠 싣고 파도를 타며 즐겁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지루했던 표정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요. 모두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해요. 즐겁고 흥겹게 파도를 타고 있던 이들 앞에 거대한 폭포가 기다리고 있어요.

쏴아아아!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식혜

쪼르륵~  (쏴아아아 소리가 쪼르륵 소리로 변했습니다.^^) 노란 잣까지 송송송~ 드디어 완벽한 식혜의 완성! 이제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켜는 일만 남았네요.

“식혜가 아주 달고 맛있어요.
시원하게 한잔 마셔 보세요.”

시원한 식혜 한잔 속에 동동 뜬 밥알들, 신나게 즐겼으니 더 이상 미련도 없나 봐요. 즐거웠다고 말하는 식혜 밥알들을 보니 싱긋 웃음이 납니다.

이 그림책은 “된장찌개”, “호로록 물김치” 등의 그림책에서 음식 재료들을 의인화해 그들의 시각에서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주었던 천미진 작가의 글에 밥알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귀여운 그림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한 민승지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와 놀이를 결합해 유쾌하게 만들어낸 그림책 “식혜”, 이제 식혜를 먹을 때마다 작은 밥알들의 외침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슈웅~ 풍덩! 얼음을 던져 넣고 휘휘 저어 쏴아 식혜를 붓다가 흘려 그만 엄마에게 혼쭐 날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슬그머니 눈감아 주세요. 이 모든 건 식혜 속 작은 밥알들의 장난이니까…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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