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배우는 말이 ‘엄마’, ‘아빠’라고 한다면, 아이가 가족의 개념과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생활 반경이 조금 더 확대되면서 배우는 첫 단어는 아마 ‘친구’가 아닐까요? 살면서 많을 수록 좋은게 바로 친구인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를 얻는 방법, 나 자신이 멋진 친구가 되는 방법은 무얼까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로 이 두가지가 아닐까요?


자기 존중

이해와 배려


자기 존중이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믿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남보다 못한 존재라 생각하게 돠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대등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에게 친구라는 관계가 생긴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일겁니다. 나와 내 삶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기 존중의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내가 아닌 타인들의 삶도 소중하게 여겨지고 그들의 존재가 가치 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를 스스로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나면 나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잘 알게 됩니다. 나만의 개성이 있듯이 다른 사람들 모두 제 각각의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만의 개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개성과 그들의 삶의 가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게 되는것이죠.

멋진 친구가 되는 방법, 그 시작은 자기 존중이고, 완성은 친구에 대한 이해와 배려입니다.

이런 생각을 담고 있는 “안 돼!”와 “좀 별난 친구” 두권의 그림책을 통해 친구에 대해서,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까 합니다.


안 돼!

안 돼!

(원제 : No!)
글/그림 데이비드 맥페일 | 시공주니어
(발행 : 2012/02/20)

안 돼!

작은 소년이 편지를 부치러 가는데 우체통 앞에 웬 덩치 큰 사내아이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작은 소년이 우체통 앞에 다가서자 덩치 큰 사내아이는 작은 소년의 모자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툭 쳐서 날려 버립니다. 게다가 작은 소년의 멱살을 잡은 채 금방이라도 후려 칠 기세에 주눅든 작은 소년. 하지만 용기를 내서 ‘안 돼!’라고 말합니다. 덩치 큰 사내아이는 그 말을 비아냥거리듯 ‘안 돼?’라고 따라 말하며 제대로 한방 갈길것처럼 주먹을 불끈 쥡니다.

작은 소년은 좀더 용기를 내서 아까보다 더욱 크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안 돼!

안 돼!

기세 등등하던 덩치 큰 사내아이는 놀라서 자빠지고 맙니다. 작은 소년은 원래 목적했던대로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화가 난 채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납니다. 덩치 큰 사내아이의 표정에서 뭔가 작은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화난 얼굴로 돌아서서 가버리는 작은 소년을 불러보지만 돌아봐주지를 않습니다. 아까 툭 쳐서 날려버렸던 작은 소년의 모자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덩치 큰 사내아이는 모자를 주워서 작은 소년을 쫓아갑니다.

작은 소년에게 모자를 돌려 주는 순간 하늘 위로 전투기가 지나갑니다.

안 돼!

작은 소년이 집을 나설때만해도 미사일을 퍼붓던 전투기는 미사일 대신 자전거를 낙하산에 매달아 내려 보냅니다. 덩치 큰 사내아이가 얼른 자전거에서 낙하산줄을 풀어내고 자전거를 열심히 조립을 합니다. 그리고 작은 소년의 손을 잡아서 뒷자리에 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방금전까지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던 두 소년은 사이 좋은 모습으로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작은 소년과 덩치 큰 사내아이가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관계에서 친구로 발전해 가는 이 짧은 이야기는 “세상을 바꾼 두더지“를 쓴 데이비드 맥페일의 “안 돼!”라는 그림책입니다.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싸우는 교사들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내 마음은 움직였고, 화가 났다. 어른들이 그렇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남을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라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중략) 이 책은 모두에게 세상이라는 운동장이 좀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희망의 표현이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유일한 대사는 바로 “안 돼!”입니다. 데이비드 맥페일은 재치 있는 스토리 전개와 단 한개의 단어만으로 이 세상의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는 자신의 의지와 기대를 표현해냈습니다. 그가 전하는 단 하나의 단어 “안 돼!”는 바로 자기 존중의 시작입니다.

작은 소년이 “안 돼!”라고 외치는 순간 전쟁과 폭력으로 뒤덮였던 세상은 순식간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낙서를 하다 들킨 할아버지와 그를 쫓던 경찰과 경찰견이 다정하게 웃으며 어울리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군인들은 자상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선물 상자를 건넵니다. 화염을 내뿜던 탱크는 농부와 함께 밭을 갈고, 미사일을 쏟아붓던 전투기는 자전거를 선물합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나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나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항해서 ‘안 돼!’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순간 세상은 위협이 아닌 친구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바로 자기 존중의 힘입니다.


좀 별난 친구

좀 별난 친구

글/그림 사노 요코 | 옮김 고향옥 | 비룡소
(발행 : 2013/11/29)

이번엔 근사한 친구들과 사귀기를 꿈꾸는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좀 별난 친구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고양이가 친구를 찾겠다며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친구 찾아 나선 길에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고양이가 기대했던 근사한 친구가 아니라 길다란 뱀입니다. 살갑게 와서 말을 건네는 뱀에게 고양이는 퉁명스럽게 대꾸해주고는 자기는 친구를 찾는 중이라면서 다급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뱀과 마주친 고양이의 표정이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데도 활짝 웃어주는 뱀은 참 성격도 좋습니다 ^^)

좀 별난 친구

길다랗고 징그러운 뱀따위와는 친구가 되지 않을거라며 멋진 친구들을 만날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던 고양이에게 찾아 오는거라고는 이런 저런 시련뿐입니다. 길에서 만난 예쁜 암고양이들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다가 망신만 당한 고양이의 표정이 잔뜩 주눅이 들어 있네요.

좀 별난 친구

이번엔 친구는 커녕 엄청나게 무서운 뭔가가 고양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듭니다. 놀란 고양이가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어느새 나타난 길다랗고 징그러운 뱀이 나무 위로 피하라고 알려 줍니다.

좀 별난 친구

잘난체 하는 암고양이들에게 무시 당하고, 엄청나게 무서운 뭔가의 공격에 놀란 고양이가 잔뜩 풀이 죽어 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무시했던 길다랗고 징그러운 뱀이 고양이 곁을 지키며 위로해 줍니다. 자기가 꺼려했던 뱀의 다독임 속에서 안정을 되찾은 고양이의 마음이 살짝 열리기 시작합니다. 아까는 뱀에게서 벗어나려고 부리나케 길을 재촉하던 고양이가 이제는 은근슬쩍 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함께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수줍은 듯 어색하게 뱀에게 한마디 건넵니다.

아참, 할머니가 생선구이 해 준다고 했는데…

좀 별난 친구

고양이의 어색한 초대로 둘은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와서 할머니가 구워 주신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아, 뱀은 생선을 굽지 않고 날로 먹었대요. 참 별난 친구죠? 그래도 고양이에게는 좋은 친구랍니다.

“좀 별난 친구”는 “100만번 산 고양이“로 잘 알려진 사노 요코가 들려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어릴적 친구를 회상하며 만든 그림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히로가 끔찍이 싫었어요. 피부는 새까맣고, 이마는 감자 같았거든요.(중략) 함께 시간을 나눠 가진 것이 우정이라면, 나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 히로에게 무척 감사해야 할 거예요. 나는 그 히로에게 감사하고 있답니다. (중략)

사람과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계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신기한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길다랗고 별난 친구 뱀은 아마도 작가 사노 요코가 말하는 어릴적 친구 ‘히로’ 였나봅니다. 볼품 없는 외모에 이상한 행동까지 일삼는 히로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늘 함께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옆집 아이 히로, 어린 마음에 그와 친구되기를 거부했었지만 세월이 지나 돌아 보니 오히려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감사해야 할 친구였다는 고백을 통해 작가는 친구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림책 “좀 별난 친구”를 통해 나와는 다르지만 그만의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그리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친구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해 주기 위해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것 아닐까요?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굿 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 The Cure) (1995)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로 늘 꼽히는 영화 중 하나죠. 수혈을 받다 에이즈에 감염된 덱스터, 늘 혼자 지내는 덱스터의 친구가 되어 주는 에릭. 두 친구의 우정이 담긴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친구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과연 어떤 것을 제시할까요?(제가 보기엔 영화에서도 역시 자기존중, 이해와 배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한데… 설마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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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희
주성희
2014/07/08 18:01

나는 어떻게 친구를 사귀었을까 생각해봅니다…지금의 내 소중하고 대견하고 감동적인 친구들을….참 감사한 일이 아닐수 없어요….

이 선주
Editor
2014/07/10 09:24
답글 to  주성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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