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원제 : Once A Mouse)
글/그림 마샤 브라운 | 옮김 엄혜숙 | 열린어린이
(발행 : 2004/01/26)

※ 196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196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는 196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품입니다. 칼데콧 메달 세 번에 칼데콧 명예상 여섯 번까지 무려 아홉 번이나 칼데콧상을 받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마샤 브라운, 그녀는 강렬한 이미지의 목판화로 인도의 옛이야기를 깊이 있게 표현해냈습니다.

어느 날, 한 도사가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앉아 있었단다.
그때 갑자기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났어.
그런데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까마귀가 생쥐를 잡아채려고 했어요. 그 광경을 목격한 도사는 급하게 달려갔습니다.

커다란 날개, 뾰족한 부리와 날카로운 두 발까지 상대적으로 커다랗게 표현된 까마귀는 생쥐의 위급함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산과 묘하게 이어진 산 그림자는 마치 까마귀가 입을 쩌억 벌린 모습처럼 보여 극적인 상황을 더욱 강조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커다란 까마귀가 땅에서는 거대한 그림자가 합세해 작은 생쥐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목판 자국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판화 그림에 입체감을 살려내고 있어요.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수행 중이던 도사는 급히 달려가 까마귀로부터 생쥐를 구해줍니다. 도사의 보살핌 덕분에 생쥐는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번에는 어디선가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도사는 도술로 작은 생쥐를 튼튼한 고양이로 바꾸어줍니다.

고양이 모습으로 바뀐 생쥐가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던 고양이를 위협하고 있어요. 뾰족뾰족 날카롭게 곤두선 털까지 표현한 커다란 고양이 그림자는 이전 보다 훨씬 강해진 고양이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도사가 위기에 처한 생쥐를 바꾸어 놓았지만 끊임없이 더 큰 짐승들이 생쥐를 찾아왔어요. 고양이보다 더 큰 개가 찾아와 도사가 고양이를 큰 개로 바꾸어 놓자 이번에는 숲속을 어슬렁거리던 호랑이가 달려들었어요.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는 것, 결국 도사는 손짓 한 번으로 개로 변했던 생쥐를 멋지고 당당한 호랑이로 바꾸어 버립니다. 생쥐에서 고양이로 고양이에서 개로 그리고 숲속에서 가장 강한 호랑이로 변신한 생쥐. 이제 더 이상 생쥐를 만만히 보고 달려들 짐승은 숲속엔 없을 것 같네요.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하지만 변신을 거듭하던 호랑이는 자신이 본디 무엇이었는지를 까먹고 말았어요. 호랑이는 하루 종일 자신의 힘을 뽐내면서 의기양양하게 숲을 돌아다닙니다. 호랑이의 등장에 겁을 먹은 숲속 동물들이 이리저리 한구석으로 밀려나 숨어버렸어요. 예전의 겁 많고 나약한 생쥐가 그랬던 것처럼. 도사는 그런 호랑이를 크게 나무랐습니다. 호랑이는 그것이 못마땅했어요. 어쨌든 이제 생쥐는 더 이상 생쥐가 아닌 이 숲에서 가장 강한 호랑이가 되었으니까요.

“누구도 예전에 내가 생쥐였다고 말하지 못하게 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놈은 죽여 버릴 테다.”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호랑이의 마음을 읽은 도사는 결국 호랑이를 원래의 생쥐로 만들어 버렸어요. 호랑이는 처음의 겁 많고 보잘것없는 작은 생쥐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생쥐는 숲속으로 달아나, 다시는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도사는 앉아서 생각했단다.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에 대해서……

가장 힘센 호랑이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생쥐, 이 장면은 마치 커다란 호랑이가 생쥐를 토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세요. 얼룩덜룩 호랑이 무늬는 자세히 보면 그저 주변 나무 덤불과 빛이 만들어낸 착시입니다. 도술이 만들어낸 허상에 갇혀 마음의 눈이 멀어버린 생쥐의 모습을 통해 작가 마샤 브라운은 힘이란 그저 잠시 잠깐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 힘세다는 것과 약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커다란 힘을 갖고 있는 이들은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우쭐대지만 그 역시 찰나의 순간일 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권력을 가지고 으스대며 자신의 본모습을 잊어버린 생쥐처럼 우리는 모두 한순간을 살아가는 미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목판으로 찍어 거칠게 표현한 그림은 대자연 앞에 모든 생명체는 그저 하나의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 있어요.

허상 앞에 자신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마는 어리석은 마음을 경계하는 그림책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작품이 발표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이 주제는 우리에게 커다란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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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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