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윤은주 | 그림 이해정 | 사계절
(발행 : 2019/09/20)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건 몇 해 전 겨울입니다. 딸아이와 만나기로 한 시내 서점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둘러보다 무심코 집어들었던 책이었는데, 별 생각 없이 몇 장 읽다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서너 권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했었더랬죠. 그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바로 내일 개봉합니다. 시사회에서 먼저 본 분들에 의하면 책의 아쉬운 부분들이 잘 보완되어 만족스러웠다는 평들이 많더군요.

당황스러운 건 이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반대부터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여자 연예인들에게 득달같이 몰려가서 악플을 다는 이들이 허다한 시절이니 말입니다.

페미니즘(feminism) :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만 보더라도 여성은 모두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여성이 남성에 의해 억압되어 왔던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이 세상 그 어떤 여성도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되니까요. 그런데 왜 페미니즘을 다룬 영화와 페미니스트임을 밝힌 여성들이 공격을 받아야 할까요? 아무리 이해 해보려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페미니즘의 가치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건 합리적인 상식의 가치 체계 위에서 운영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범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온몸을 시커먼 천으로 감싸도록 강요하고, 조혼의 악습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수많은 규율로 여자들을 옭아매고 억누르는 그런 사회와 우리가 속한 사회는 엄연히 다릅니다. 82년생 김지영을 헐뜯고, 페미니스트 연예인들을 손절하고 악플을 다는 이들조차 우리 사회가 저런 곳들과 같다거나 저런 악습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요즘 세상에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엔 대부분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역시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을지도 모를 여성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어머니고 나의 누이들이며 내 딸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냥 그렇게 방관하고만 있을 건가요?

우리의 딸과 우리의 아들들이 여자답게 남자답게가 아닌 멋진 사람으로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제목 그대로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를 소녀와 소년 모두의 관점에서 균형 있고 재미있게 설명한 좋은 책이어서 간단히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삶의 주체로서 기존의 잘못된 관습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을 주장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합니다. 성 편견은 남자아이들에게도 작용합니다. 남자가 그러면 못쓴다, 그런 건 여자나 하는 거지 등등 이런 것들이 그릇된 생각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여자아이들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들은 그동안 여자들이 차별 받았으니 무조건 남자들이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억지스레 말하지 않습니다.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여자다운 남자다운 사람이 아니라 멋진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멋진 사람들이 멋지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입니다.

  • 여자아이들에게 : 쉽게 양보하지 마 / 본보기가 되는 여자들을 찾자 /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 자꾸 왜냐고 물어보자 / 칭찬에 매달리지 않는 소녀가 되자 / 너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 보자 / ‘아니’ ‘싫어’라고 말하자 / 예쁘다는 말을 사양하자 / 손을 들자 / 싸움을 두려워하지 마
  • 남자아이들에게 : 다정한 소년이 되자 / 당당하게 겁 많은 사람이 되자 / 잘 씻고 자주 갈아입자 / 펑펑 울자 / 소년이여, 작은 꿈을 꾸자 / 말로 하자 / 상처받았다고 표현하자 / 소년이여, 밥을 하자 / 아빠를 바꾸자 /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 알자
  •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너희에게
  • 우리가 사는 세상 속 여자와 남자 : 직업을 택할 때 / 만화 캐릭터 / 겉모습 / 장난감
  • 우리 집의 여자와 남자
  • 여자의 몸, 남자의 몸? : 남자가 여자보다 근육이 많아? 그래서? / 몸에도 기준이 있을까?
  • 여자랑 남자는 좋아하는 것도 다를까?
  • 우리도 연애할 거예요

여자아이들에게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제 이름은 샬럿이고 일곱 살이에요. 오늘 장난감 가게에 가서 레고를 봤는데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으로 되어 있었어요. 여자들은 다 집에 있거나 바닷가에 가거나 쇼핑을 하고, 직업도 없었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모험을 하고, 생명을 구하고, 직업도 있고, 상어랑 수영도 했어요. 여자 레고를 더 많이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여자 레고들이 모험도 하고 더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시겠죠? 고맙습니다.

샬럿 씀

남자아이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레고 장난감에 실망한 샬럿이란 일곱 살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일곱 살 어린 친구지만 실망으로 끝나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레고 회사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 아이들은 보다 다양한 레고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 봐!’라는 말 참 멋지지 않나요? 이 말은 굳이 여자아이들에게만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지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남자아이들에게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잘 보이지 않아.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곳이 아주 잘 보여. 밝고 크고 강한 편에 속해 있으면 어둡고 작고 약한 편이 어떤지 모르기 쉬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강한 편에 속해. 남자가 날 때부터 강하기 때문이 아니야. 여자들을 계속 억눌러 왔기 때문이야.

뉴스를 조금만 유심히 봐도 알 수 있어. 사회의 중요한 자리에 여자가 얼마나 적은지 말이야. 그 많던 여자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는 왜 그렇게 많을까? 생각해 보자.

네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알아야 해. 너에게 편하고 당연한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힘든 세상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평등한 세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야.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강한 편에 속한 것은 남자가 날 때부터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껏 여자들을 계속 억눌러 왔기 때문이고, 나에게 편하고 당연한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힘든 세상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챕터에 있는 내용이지만 굳이 남자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겁니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돌볼 줄 아는 마음, 내 주변에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는 없는지 돌아볼 줄 아는 마음, 우리 모두가 늘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세상이 될테니까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너희에게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어떤 사람이 멋진 사람일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잘 설명할 줄 아는 사람 그러면서도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줄 아는 사람, 자기와 다른 사람을 봤을 때 참견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

여자든 남자든 이런 괜찮은 사람, 쓸 만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되라는 말은 성별을 나누어서 할 필요 없잖아.

작가들의 말에 힘을 더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어떤 사람이 되라는 말은 성별을 나눠서 할 필요가 없다는 말, 여자든 남자든 괜찮은 사람 쓸 만한 어른이 되자는 말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엄마 아빠들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고 있나요? 다 같이 모여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눠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멋진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작가들이 꿈꾸는 멋진 사람, 멋진 세상 들어보며 오늘의 책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소개 마칩니다.

소녀와 소년 -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어떤 사람이 멋진 사람이고,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할 권리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 누구나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때?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확 바꾸기는 어렵지. 하지만 어린이가 세상을 똑바로 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면 앞으로 세상은 분명히 달라질 거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는 어린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말이야.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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