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쓰담쓰담

글/그림 전금하 | 사계절
(발행 : 2019/09/26)


어딘가 텅 비어버린 느낌, 무언가 마음 한켠 딱지처럼 단단히 눌어붙어 갑갑하고 무기력해져 마냥 늘어져 버리는, 그래서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 있죠. 내 마음 나도 모르겠는 그런 날…

있잖아,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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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왔어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요. 그저 ‘나 이상해’, ‘답답해’, ‘머리 아파’, ‘울렁거려’, ‘왜 자꾸 이럴까’라고 생각할 뿐.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울렁울렁 마음이 흔들립니다.

쓰담쓰담

그때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손 하나, 살포시 아이를 쓰다듬어줍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귀찮아요.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몰라’, ‘내버려 둬!’, ‘혼자 있을래’. 손은 조용히 물러나 아이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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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마음껏 울음을 뱉어냈어요. 깊은 골짜기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후~ 하고 남은 숨을 뱉어냅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빨간색이었던 아이 몸이 노랗게 변했어요.

다시 슬그머니 돌아온 손, 아이는 이제 그 손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발끝을 쓰담는 손길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져요. 따뜻해요. 다리 지나 배꼽, 얼굴을 쓰담쓰담, 등도 쓰담쓰담쓰담. 아이가 빙그레 웃습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처럼 이리저리 일렁대던 바닥도 이제 평평해졌어요.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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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어깨에 걸친 쓰담쓰담 글자들이 작은 날개가 된 것 같아요. 그 날개를 달고 아이가 포로롱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어깨가 간질간질해진 아이가 쿡쿡 웃습니다. 아이처럼 나도 따라 쿡쿡 웃습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아이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소리칩니다.

고마워!

가볍게 폴짝 뛰며 고맙다 인사하는 아이, 어느새 싱그런 초록 아이가 되었어요.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가만히 지켜봐 줘서 고마워, 쓰담쓰담 따뜻하게 위로해 줘서 고마워. 아이 마음입니다. 견뎌내줘서 고마워, 웃어줘서 고마워, 고맙다 말해줘서 고마워. 지켜보는 우리 마음입니다.

어떨 땐 깃털처럼 가볍다가도 어떨 땐 하릴없이 무거워지는 마음, 그 마음에 색깔을 덧입혔어요. 무겁고 힘든 마음에는 빨간색을, 실컷 울고 풀어진 마음에는 노란색을, 한층 가벼워진 마음에는 초록색으로요. 이제 아이 손은 또 다른 마음을 쓰담쓰담 쓰다듬는 따스한 손이 되겠죠. 마음을 잇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잇습니다. 따스한 손으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최소화한 글, 하얀 여백으로 가득한 배경 속에 선과 색을 단순화 시킨 그림으로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쓰담쓰담”,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손, 그 손은요 지금 내 손이 될 수도 있고 네 손이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여러분의 손도 될 수 있구요. 이제 누구를 찾아갈까요? 이렇게 예쁜 손!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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