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원제 : The 39 Apartments of Ludwig Van Beethoven)
조나 윈터 | 그림 배리 블리트 | 옮김 정지현 | 문학동네어린이
(발행 : 2008/12/22)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이 책 표지엔 ‘상상과 추리로 엮은 모큐멘터리 인물 그림책’이란 짧은 소개가 있습니다.

모큐멘터리(Mockumentary)란 영화와 TV 프로그램 장르의 하나로, 소설 속의 인물이나 단체, 소설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치 허구의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것을 말합니다.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라는 공포영화가 모큐멘터리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주로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고 ‘블레어 윗치’의 영향으로 공포영화에서 이 형식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결혼했어요’, ‘나는 가수다’ 등과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쓰이고 있어요.

그럼 이 그림책에서는 어떤 사실을 중심으로 모큐멘터리 형식의 이야기가 펼쳐지는걸까요?

<사실>
1.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다리 없는 피아노 다섯대가 있었고, 방바닥에 앉아 위대한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2.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서른아홉번이나 이사를 다니며 셋방살이를 했습니다.
3. 피아노를 옮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피아노 다섯대를 옮기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모큐멘터리 기법의 이 그림책에서 소재로 삼은 사실은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베토벤은 피아노가 다섯대나 있었다는 사실, 두번째는 베토벤은 자신의 저택에서 살았던게 아니라 셋방살이를 하며 음악활동을 했다는 사실, 마지막 세번째 베토벤은 이사를 39번이나 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그림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추가로 생각해야 할 두가지 사실이 더 있습니다. 베토벤은 작곡가입니다. 그리고 피아노와 아주 밀접한 작곡가죠. 그는 아버지의 극성때문에 당시 사용되었던 대부분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처음 접한 악기, 그리고 가장 사랑한 악기가 바로 피아노입니다. 다양한 곡을 썼지만 전생애에 걸쳐 쓴 곡은 피아노 작품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추가로 생각해야 할 사실 두가지중 하나는 바로 그가 피아노를 무척이나 아꼈다는겁니다. 나머지 한가지는 바로 그가 점점 청력을 잃어갔었다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피아노를 사용해서 작곡을 했던 베토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자 점점 더 세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을겁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그의 피아노 소리는 요즘의 ‘층간소음’ 문제를 일으켰을테고, 셋방살이 신세의 베토벤은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옮겨다닐 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이제 베토벤이 왜 무려 39번이나 이사를 했는지는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자주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뒤따르는 호기심이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다섯대나 되는 피아노를 갖고 어떻게 39번이나 이사를 할 수 있었던걸까요? 요즘처럼 사다리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텐데말이죠. 바로 이 호기심에서 그림책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베토벤이 애지중지하는 피아노 5대를 옮기는 엄청 힘든 일이었기때문에 그가 이사를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오랜 시간 궁리하고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었을겁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먼저 살던 곳에서 다른 집 옥상으로 미끄럼틀을 설치해서 피아노를 일단 중간지점으로 이동시킨 후 이사할 새 집으로 투석기를 이용해서 날려 버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들 없이는 이사 자체가 불가능했을겁니다. 치밀한 계획을 위해 그림을 펼쳐든 사람들의 사뭇 진지한 표정 좀 보세요 ^^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바퀴달린 판자에 피아노 한쪽 끝을 올려 놓고 밀고 당기면서 옮기기도 하고, 치과 벽을 뚫고 통과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베토벤이 사는 집의 현관문이 피아노가 들어가기엔 너무 작았었나보네요. 실제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토벤 옆집이었던 치과의 한쪽 벽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기발한 추리를 해내는 바로 이런 점이 모큐멘터리 형식이 주는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베토벤이 살던 집들의 다양한 흔적들을 통해 작가는 피아노를 옮긴 방법, 피아노가 이동한 경로를 유추해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하지만, 책에서 사실이라고 전제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딱 세가지 뿐이니 중간중간 제시하는 단서들은 어쩌면 작가의 상상일 수도 있겠죠? 여하튼 분명한것은 베토벤의 이사는 정말 쉽지 않았을거라는 사실이에요. 이사하는 장면들마다 베토벤이 숨어서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피아노들이 다치지는 않는지, 제대로 옮기고는 있는건지 감시를 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베토벤의 피아노 이사 ^^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그렇다고 그림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피아노를 옮기는 이야기만 나오는건 아니랍니다. 베토벤에 대한 그림책인만큼 음악의 성인이라는 뜻으로 ‘악성 베토벤’이라고 불리웠을만큼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집념,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연주가 되고 있을 그의 음악들이 만들어진 과정들 역시 그림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도 보듯이 인부들이 피아노를 옮기는 동안에도 베토벤의 작곡은 멈추지 않습니다. 떠오른 악상을 건반으로 옮기기 위해 잔뜩 몰입해 있는 베토벤의 표정에 일꾼들은 이사에 방해되는데도 비키란 말을 못했을것 같아요. ^^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베토벤은 하루만에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교향곡 2곡, 현악 사중주 1곡을 작곡하기도 했다고 해요. 시계 바늘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면서 작곡에 몰입하는 베토벤의 다양한 모습과 그의 독특한 버릇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습니다. 베토벤은 작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에 물을 쏟아부었었대요. 천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베토벤 역시 괴팍스러웠나봅니다.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기적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의 면지를 한번 볼까요? 이 책의 면지엔 오래돼 보이는 악보가 있습니다. 바로 베토벤이 직접 그린 <대 푸가>의 피아노 악보라고 해요. 이 악보는 1890년에 경매로 팔렸다가 사라진 뒤 최근에 다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푸가 :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작곡 방식이라고 합니다. 

대 푸가 : 크고 아름다운 푸가 곡이라는 뜻인데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작품입니다.


아이에게 베토벤에 대한 ‘사실’을 조금 더 알려 주세요.

1. 베토벤의 멘토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모짜르트와 하이든이라고 합니다. 30대의 모짜르트는 자신이 작곡중이던 곡의 일부를 주제로 즉흥곡을 연주하는 10대의 베토벤을 보며 ‘이 젊은이가 머지않아 세상을 향해 천둥을 울릴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다고 해요.(참조 : 네이버캐스트 – 루트비히 판 베토벤) 모짜르트가 예견했던 베토벤의 천둥은 아마 ‘운명교향곡’이 아니었을까요?

2.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어딜까요?
베토벤은 독일의 본(Bonn)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주로 살았던 곳은 오스트리아의 빈(Wein)이었습니다. 모짜르트 역시 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당시엔 빈이 유럽의 음악의 중심지였기때문인것으로 보입니다.

3. 베토벤이 39번이나 이사를 했다면 가장 좋아했고, 가장 오래 살았던 집은 어디일까요?
오스트리아에서 베토벤이 머물렀던 곳 중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곳은 모두 세군데입니다. ‘제3교향곡’을 작곡한 <에로이카 하우스>, 말년에 유서를 쓴 <하일리겐슈타트의 집>, 그리고 ‘피델리오’, ‘운명’, ‘월광’등을 작곡한 <파스콸라티 하우스> 이렇게 세곳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은 파스콸라티 하우스인데 네차례에 걸쳐 12년 가까이 살았다고 해요. 이 그림책에서 ‘하루동안 베토벤이 바이올린 소나타 열곡, 교향곡 두곡, 현악 사중주 한 곡을 작곡했다’는 집이 바로 <파스콸라티 하우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 두산백과, 미래를소유한사람들)


또 다른 음악 그림책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