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의 호수

아니의 호수

(원제 : Annie Du Lac)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김영미 | 논장
(발행 : 2019/10/15)


“아니의 호수”는 키티 크라우더의 2009년 작품입니다. 상상으로 가득한 신비로운 이야기에 걸맞은 독특한 색감, 세밀한 일러스트를 곁들인 그림책으로 그녀는 전 세계 수많은 어른들을 그림책의 매력 속으로 끌어들인 작가이기도 합니다.

검은 옷, 검은 구두를 신은 여자가 터덜터덜 호숫가 언덕 위 외딴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어요. 커다란 눈에 슬픔인지 외로움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로 그득한 금발의 여자가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 ‘아니’예요.

아니의 호수

아니는 매일매일이 외롭고 우울해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줄곧 혼자 지내고 있거든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 안, 창가에 홀로 앉아있는 아니에게서 슬픔과 외로움이 그대로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아니가 살고 있는 언덕 아래엔 수상한 느낌을 간직한 세 개의 작은 섬이 있는 호수가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세 섬 근처에서 물고기 잡는 걸 꺼렸지만 아니는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곤 했어요. 아니 역시 그 섬이 무언가 수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요.

아니의 호수

하루 하루가 똑같다고 느껴지는 우울한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아니는 문득 한밤중에 깨어났어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생각한 아니는 급히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배를 타고 호수 한 복판으로 향했어요. 세 섬 근처에서 다다른 아니는 망설임 없이 물속에 몸을 던집니다. 다리에 무거운 돌을 달고서…

아니의 호수

호수 깊은 곳에서 아니가 눈을 떴을 때 커다란 두 눈이 아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천천히 다가왔어요. 아니는 기절했어요.

아니의 호수 근처 수상한 세 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가끔 섬들의 자리가 바뀐 것처럼 보였던 것도 마을 사람들이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느낀 것도 다 이런 이유였네요. 세 개의 검은 섬 아래 투명하리만치 찬란한 호수의 푸른 물빛, 작고 아름다운 물속 생명체, 노란 선으로 투명하게 그린 거인들의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거인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기절한 아니는 모처럼 아주 편안하게 잠든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의 호수

꿈결처럼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니는 달라졌어요. 공기는 상쾌했고 햇살이 두 뺨을 어루만져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빛으로 가득했던 호수 바닥의 아름다운 이미지가 가슴속에 가득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어요.

여자 거인과 결혼하지 못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저주에 걸렸다는 거인의 비밀을 알게 된 아니는 호수의 거인들을 여자 거인들이 살고 있는 바다에 데려가 주기로 합니다. 이제 아니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함께 할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까요.

검은 옷만 입고 지내던 아니, 그녀가 노란색 조끼를 덧입었습니다. 호수의 거인 에밀, 틸, 바질의 색깔처럼 노오란 색. 에밀은 아니와 여행 계획을 짜는 중에도, 아니를 어깨 위에 앉혀놓고 길을 걷는 중에도 그녀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해요.

아니의 호수

무사히 바다에 도착했지만 딱 한 사람 에밀은 짝을 찾지 못했어요. 에밀과 아니는 끔찍한 저주를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호수로 되돌아왔어요.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거인 에밀은 호수에서 잠이 들었고, 아니는 곧 거인들의 저주를 받게 될 에밀 곁을 지켜주기 위해 호숫가 바위에 기댄 채 잠이 듭니다.

다시 한번 이별을 앞둔 아니, 그런 아니를  조용히 지켜보는 에밀의 눈이 너무나 슬퍼 보입니다. 이별을 앞둔 아니와 에밀의 슬픔처럼 호수의 아침은 장밋빛으로 밝아오고 있어요.

아니의 호수

깜빡 잠들었던 아니가 눈을 떴을 때 눈앞의 섬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어요. 그 대신 한 남자가 작은 배를 타고 아니 앞으로 다가왔답니다. 조금 작아진 것 같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 얼굴, 그 남자는 바로 에밀이었어요!!!

사랑이 에밀을 아니 곁으로 데리고 온 걸까요? 어쩌면 사랑이 아니를 에밀 곁으로 데리고 간 것일지도 몰라요. 사랑이 저주를 완벽하게 풀어버린 것일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수렁처럼 깊고 깊은 우울증도 끔찍한 저주도 단번에 풀어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랑 안에서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아니와 에밀, 그 따스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아침 햇살처럼 퍼져갑니다. 신화처럼 신비롭고 코끝 찡하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아니의 호수”, 사랑은 회색빛 세상을 건너게 해주는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치유제입니다. 사랑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를 확인 시켜주는 커다란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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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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