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토끼 작은 토끼

큰 토끼 작은 토끼

글/그림 이올림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9/05/31)


큰 토끼와 작은 토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입니다. 둘은 한 집에 살았고 언제나 함께였고 어디든 같이 갔죠. 그런데 두 토끼가 사는 곳에서 꽤나 먼 곳에 아주 특별한 당근 가게가 생겼대요. 토끼들이 좋아하는 당근, 게다가 당근에 관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는 아주 멋진 당근 가게!

큰 토끼 작은 토끼

큰 토끼 작은 토끼

작은 토끼는 그곳이 너무 가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당근 가게가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날부터 작은 토끼는 큰 토끼를 졸라댑니다. 같이 가자고 말이죠. 큰 토끼 역시 그곳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서 쉽게 나서질 못합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당근 가게로 당장에라도 달려가고픈 작은 토끼가 제일 먼저 등장합니다. 그리고 한 장 더 넘기면 큰 토끼가 우산으로 작은 토끼를 못가게 말리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바짝 안달이 난 작은 토끼와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큰 토끼의 표정이 재미납니다.

그런데, 둘이 씩씩하게 달려가면 될텐데 큰 토끼는 도대체 뭐가 저렇게 두려운 걸까요?

큰 토끼 작은 토끼

당근 가게에 가려면 넓은 들판과 깊은 강을 건너고 나무들이 빽빽한 숲길을 걸어가야 한대요. 아, 큰 토끼는 들판을 지날 때 사나운 동물들이 달려들까봐, 강을 건너다 깊은 물에 풍덩 빠질까봐, 깜깜한 숲길을 지나다 귀신이라도 만나게 될까봐 무서운가 봅니다.

큰 토끼 작은 토끼

계속해서 함께 가자고 졸라대는 작은 토끼, 그리고 끝까지 말리기만 하는 큰 토끼. 작은 토끼는 새로 생긴 당근 가게를 당장 구경하지 못해서 실망하고, 큰 토끼는 작은 토끼가 속상해 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작은 토끼가 보이질 않습니다. 당근 가게에 다녀오겠다는 짧은 메모 한 줄 남긴 채 작은 토끼 혼자 떠난 겁니다.

“작은 토끼야, 혼자 가면 어떡해!”

여지껏 집 밖의 모든 것들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큰 토끼는 작은 토끼가 남겨둔 메모를 보자마자 망설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길을 나섭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작은 토끼가 위험에 빠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나 봅니다.

큰 토끼 작은 토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큰 토끼는 그냥 토끼 중에 조금 큰 토끼가 아니었네요. 어마어마하게 큰 토끼였어요. ^^ 들판을 지날 때 사나운 동물들이 잔뜩 나타나긴 했는데 큰 토끼를 보는 순간 모두 줄행랑을 칩니다. 깊은 강물이 나타나긴 했는데 큰 토끼의 무릎 정도 깊이였구요. 이 정도면 큰 토끼가 이 세상을 무서워할 게 아니라 이 세상이 큰 토끼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싶은데요! ^^

큰 토끼 작은 토끼

이제 마지막 관문은 큰 토끼가 제일 무서워하는 깜깜한 숲길뿐입니다. 깊은 밤 숲속에서 잔뜩 주눅든 큰 토끼. 자신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작은 토끼를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큰 토끼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어두운 숲속을 헤쳐 나아가며 크게 외칩니다.

“작은 토끼야, 어디 있니?”

그리고 그 때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을 잔뜩 먹고 커다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친구를 찾아 밤길을 헤매는 큰 토끼의 모습, 반면 비록 작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숲 저 끝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뒤돌아선 작은 토끼의 모습, 두 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더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큰 토끼 작은 토끼

“작은 토끼야, 여기 있었구나!”

“큰 토끼야, 날 찾으러 와 줘서 고마워.”

드디어 다시 만난 두 친구.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여기 있었구나’ 하는 큰 토끼의 말에도, ‘날 찾으러 와 줘서 고마워’ 하는 작은 토끼의 말에도 깊은 안도와 고마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큰 토끼 작은 토끼

함께 있으니 깜깜한 밤길이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큰 토끼와 작은 토끼는 이제 둘이 함께 당근 가게로 향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당근 가게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두 친구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특별한 당근 가게여도 내 단짝 친구가 없다면 아무 소용 없어. 친구와 함께여서 좋은 거야!” 라고 말입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앞서게 됩니다. 그 두려움을 걷어낼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처음의 설레임을 맛볼 수 없겠죠. 그리고 막상 겪어보면 지금껏 내가 겁먹었던 일들이 별 것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될 겁니다.

살다 보면 수많은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되지만 겁먹고 주저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마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능히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책, 내 안에 가득한 두려움을 꾹 누르고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과감히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용기라고 말해주는 그림책 “큰 토끼 작은 토끼”였습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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