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원제 : Histoire Du Pommier Qui Rêvait D’être Un Sapin)
조아니 데가니에 | 그림 쥘리에트 바르바네그르 | 옮김 명혜권 | 노란돼지
(발행 : 2019/12/06)


울창한 전나무 숲에서 빨간 열매를 장식처럼 달고 선 키 작은 사과나무 한 그루, 어쩌다 이런 곳에서 사과나무가 자라게 되었을까 궁금해집니다. 한겨울 전나무 숲에서 사과나무가 품은 꿈은 오로지 크리스마스 전나무가 되는 것. 사과나무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어느 해 가을 날 엘리스라는 아이가 전나무 숲을 찾아옵니다. 엘리스는 다 먹고 남은 사과 심지를 무심코 숲에 버리고 떠났어요. 사과나무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엘리스가 버리고 간 사과 씨앗에서 싹이 돋아 나오더니 그곳에서 사과나무가 자라났습니다.

낯선 장소에 온 아이처럼 수줍게 서있는 키 작은 사과나무 한 그루. 키 큰 전나무들에 둘러싸여 사과나무는 그렇게 홀로 자라났어요.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하나둘 숲을 떠나는 전나무들과는 달리 사과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었어요. 사과나무는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는 전나무들이 마냥 부러웠어요. 전나무들이 떠난 자리에서는 다시 어린 전나무가 자라났어요. 크리스마스를 위해 온갖 정성으로 전나무들이 길러지는 것을 사과나무는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목표를 향해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어딘가에 나의 쓰임새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요? 크리스마스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어린 전나무들, 그리고 마음 먹은대로 잘 자라서 꿈꾸던 곳으로 떠나는 전나무들을 바라보는 사과나무의 마음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행여 누군가 사과나무를 보더라도 불쌍하게 여기거나 코웃음 치는 전나무숲, 사과나무는 날마다 그곳에서 꿈을 꿉니다. 자신을 반겨 줄 따뜻한 집으로 날아가는 행복한 꿈,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수많은 선물 상자에 둘러싸여 있는 따사로운 꿈, 아름다운 금빛 별로 반짝이는 가슴 벅찬 꿈. 하지만 그건 한낱 꿈일 뿐이에요. 사과나무는 전나무 숲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누구도 관심 주지 않는 전나무 숲에서 전나무만 보고 자란 사과나무, 그러니 그 꿈은 처음부터 사과나무에게는 맞지 않는 꿈이었지만 사과나무는 알지 못했어요. 전나무의 꿈은 사과나무의 꿈과는 다르다는 사실도 둘의 가치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조차도…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그날,
그곳에 있던 백사십육 그루의 전나무가 자유를 찾아 숲을 떠났어요.
12월 24일은 사과나무에게 가장 슬픈 날이 되었어요.

매일 밤, 사과나무가 온몸으로 울면서 꿈을 꾸었지만 그건 사과나무를 제외한 백사십육 그루의 전나무들의 꿈일 뿐입니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 숲에 홀로 남아 마지막 이파리를 달고 선 휑한 모습은 수많은 좌절 속에 흔들리는 사과나무의 마음 같습니다.

각자의 자리를 찾아 모두 떠나간 텅 빈 숲, 올해도 사과나무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렇게 추위 속에 떨며 사과나무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때 맞춰 불어온 겨울바람에 마지막 하나 달려있던 사과가 바닥으로 툭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순간 절망이 그 밑바닥을 쳐버린 것일까요? 홀로 보낸 그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나자 드디어 사과나무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거든요.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차디찬 겨울바람에 떨어진 사과 한 알에서 싹이 자라 나오더니 작은 사과나무가 되었어요. 사과나무가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과나무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요.
사과나무 안에는 새로운 희망이 자라고 있으니까요.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새롭게 맞이한 봄, 사과나무 아래 핀 수많은 꽃들, 이들을 찾아온 부지런한 꿀벌, 예쁜 나비와 수많은 풀벌레들, 무엇보다 자신을 꼭 닮은 작은 사과나무 한 그루가 곁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마치 늦게 찾아온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사과나무 주변이 온통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과는 다른 빛깔로. 세상이 아름다운 건 모두 저마다 다른 빛깔로 반짝이기 때문이겠죠. 전나무는 전나무대로 사과나무는 사과나무대로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나의 봄날을 기다리는 이들을 가만히 위로하는 그림책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세상에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가치로 빛나고 저마다의 이유로 아름다워요. 세상 모든 것에는 각자 빛나는 개성이 있고 능력에 맞는 역할이 있습니다. 지나온 모든 시간 역시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그림책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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