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깨비
잠잠깨비

글/그림 이연실 | 빛그림 김향수 | 반달
(발행 : 2013/11/27)


밤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고 아침에 엄마에게 이야기 하면 키 크느라 그런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분명 누가 잡아가도 모를 만큼 푹 잘 잔 것 같은데 깨어보니 밤새 누가 팔다리를 당긴 듯이 아팠던 기억, 그리고 아직 자고 싶지 않은데 키 크려면 일찍 자야한다던 어른들 말씀도 생각나네요. 일찍 안 자면 정말 키가 크지 않을까, 왜 일찍 자야 키가 클까 정말 궁금했던 그 이유를 그림책 “잠잠깨비”에서는 재미있고 예쁘고 기발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연구하던 잠잠깨비는 소리통이 울리며 신호가 오자 당당깨비와 쑥쑥깨비를 깨워 서둘러 짐을 싸서 먼 길을 떠납니다. 잠들지 않게 조심하면서 꿀잠 꽃밭 지나 드르렁 개울 건너 베개산 아래 깊은 잠 동굴 지나 졸음 안개를 걷어 내고 이들이 환한 얼굴로 도착한 곳은 한 아이가 세상 모르게 잠든 곳이었습니다.

잠잠깨비

이렇게 먼 길을 온 깨비들이 나오는 곳은, 바로 아이가 베고 잠든 베개의 구멍입니다. 깨비들은 잠든 아이의 여기저기를 만져도 보고, 찔러도 보고 잡아당겨봐도 아이가 꼼짝도 하지 않자 챙겨 온 짐을 꺼내 아이 몸을 톡톡 두들겨 주며 안마를 시작합니다. 조심조심 아이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아이가 뒤척이거나 잠꼬대를 할 때마다 쏜살같이 숨었다 다시 나타나 조심조심 하던 일을 계속하기도 하고 아이의 발길질에 위기를 맡기도 했던 깨비들은 여러 도구 중 당김열쇠가 보이지 않아 마음을 졸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당김 열쇠를 겨우겨우 찾아옵니다.

잠잠깨비

그런데 돌아와 보니 아이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황한 깨비들이 아이를 찾아 낸 곳은, 바로 침대 밑이었어요. 아이는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진 채로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습니다. ^^ 깨비들은 아이가 깨지 않도록 잠잠향수를 뿌려주죠. 그리고 잠잠기계를 아이의 팔, 다리, 머리에 설치하고 당김열쇠를 넣어 기계를 작동시켜 밤새도록 아이를 당겨줍니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예요.

잠잠 잘 자고 ♪ 당당 당기면 ♬ 쑥쑥 키커라  ♪

잠잠깨비

밤새 일한 깨비들은 해가 뜨기 전 서둘러 아이방에서 나와  도시락도 먹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집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져버렸어요. 처음 깨비들이 출발 신호로 아이의 잠자는 소리를 들려주었던 소리통이 띠링띠링 울리자 이번에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엄마, 왜 이렇게 무릎이 아프지?

어젯밤에 내 팔다리가 저절로 움직인 것 같아!

잠잠깨비

잠잠깨비, 당당깨비, 쑥쑥깨비를 못 보았다고요?
어느 날, 바지가 못 입을 만큼 작아지고,
키가 훌쩍 컸다면
틀림없이 깨비들이 다녀갔다는 뜻이랍니다.

볼거리 가득한 포근한 빛그림(사진)으로 만든 입체 일러스트 그림책 “잠잠깨비”

잠잠깨비와 당당깨비와 쑥쑥깨비가 함께 사는 집부터 그 속 키 크기는 것을 돕는 책이며 열매와 약초, 집안 소품들, 깨비들이 들고 다니는 키 커지는 기발한 기계들, 깨비들의 풍부한 표정을 잘 살린 빛그림은 이야기를 읽는 순간 빠져들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밀어주고 톡톡 두드려 주고 당겨주는 깨비들의 다양한 도구들은 기발하기도 하지만 손으로 만든 정성 때문인지 정감어린 느낌까지 전해집니다. 깨비들의 최첨단장비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날로그적 감성!

잠잠깨비

하지만 이 모든 기계들 중 가장 압권인 것은 아이들이 잠자는 소리를 들려주어 깨비들이 일하러 갈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일 마치고 왔을 때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하는 소리통입니다.(아래 그림 중 왼쪽 기계는 깨비들이 일하러 갈 시간을 알려주는 아이들 잠자는 소리를 내보내는 소리통, 오른쪽 기계는 아이들이 밤 새 깨비들의 마사지를 받고 무릎, 팔다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내보내는 소리통)

잠잠깨비

깨비들은 소리통을 이용해 아이가 잠든 소리를 확인하면 바로 찾아온답니다.

정성 가득 섬세함이 잘 살아있는 입체 일러스트에 잠잠깨비, 당당깨비, 쑥쑥깨비, 꿀잠 꽃밭, 드르렁 개울, 소록소록 버섯숲길, 베개산, 깊은잠 동굴, 졸음 안개, 쑥쑥 망치, 잠잠기계, 당김열쇠, 잠잠향수, 잠잠스프, 잠과 연관시켜 만든 다양하고 예쁜 이름들과 함께, 쿵 톡톡톡 부스럭부스럭, 토로롱 쿠우울쿨 새근새근, 띠링띠링, 피유우 푸… 새근새근… 도로롱 쿨쿨 등 잠과 연관된 다양한 의성어들은 말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도와주는 감칠맛 나는 양념과 같습니다.

잠잠깨비

계절이 바뀐 어느날, 지난 계절 입었던 바지며 티셔츠를 꺼내 아이에게 입혔다 옷이 짤룩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몇 달 전 찍었던 사진을 보다 새삼 아이가 훌쩍 자란 것을 느끼며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대견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마법같은 아이의 성장을 잠잠깨비와 당당깨비와 쑥쑥깨비의 비밀스런 작전으로 풀어간 재미있는 그림책 “잠잠깨비”를 읽어보면 ‘오, 그래서 그렇구나! ‘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거예요.

재미있고 참신한 스토리에 정성 가득한 인형과 소품들, 그리고 빛그림의 조합, 거기에 잠잠깨비와 당당깨비와 쑥쑥깨비가 맘 편히 다녀갈 수 있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좋은 메세지까지 담긴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책 “잠잠깨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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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깨비
먼지깨비

글/그림 이연실 | 빛그림 김향수 | 한솔수북
(발행 : 2009/03/02)

찾다 찾다 잊고 있었던 물건이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짜잔~하고 나타났던 그런 적 있나요? “먼지깨비”는 그런 아주 소소한 에피소드를 잘 살려 만든 그림책입니다.

먼지 마을에 살던 먼지깨비는 시끄러운 소리에 먼지산에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 먼지깨비는 하늘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하죠. 그리고 그 곳에서 한 아이가 물건이 없어져 흐느끼는 것을 보고 먼지산에서 보았던 물건을 아이 방에 몰래 갖다 놓습니다. 아이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본 먼지깨비는 이후로도 종종 아이 물건을 아이 방에 되돌려 놓곤 하죠.

없어졌던 물건이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이유는 먼지 마을에 살고 있는 먼지깨비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일을 해주기 때문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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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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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맘
2014/06/17 09:28

졸음이 얼굴에 가득한데도 안졸리다며 안자겠다고 버티는 둘째랑 재미나게 봤어요. 그런데 잠잠깨비들 보겠다고 더 안자려고 드네여… 원래는 이게 아닌데…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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