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원제 : Give A Dog A Bone)
글/그림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 옮김 박숙희 | 비룡소
(발행 : 1996/03/25)

※ 1985년 초판 출간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는 찰스 키핑, 존 버닝햄과 함께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1985년 작품입니다. 현란하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삶의 본질을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색채의 마술사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은 온통 잿빛으로 가득한 영국 요크셔에 위치한 작은 탄광촌이었다고 해요.

“Everything was grey. There wasn’t any colour.
It was all up to my imagination. I had to draw in my head…”

1962년 서른두 살의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강렬한 원색의 색감이 돋보이는 첫 그림책 “ABC”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을 수상했어요. 대다수의 책들이 흑백이었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첫 그림책은 당시 영국에서 아주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함께 입체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떠돌이 개가 뼈다귀를 찾아다니면서 벌이는 소동을 재미있게 그려냈어요.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속표지에 마을 입구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는 회색 털북숭이 개가 등장해요. 이 개가 오늘 이야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이에요. 떠돌이 개는 어느 날 마을에서 부잣집 푸들을 만났어요. 푸들은 자신의 뼈다귀를 부러워하는 떠돌이 개에게 뼈다귀를 선뜻 건네줍니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떠돌이 개는 푸들이 건넨 뼈다귀를 물고 가던 길을 계속 갔어요.

위 두 장의 그림을 잠시 비교해 볼까요? 이 그림책은 독특하게 반쪽짜리 페이지를 활용해 화면을 구성한 점이 돋보입니다. 페이지 중간중간 삽입된 반쪽 페이지는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과 이어지고 있어요. 푸들을 만난 떠돌이 개가 반쪽 페이지를 넘기면 뼈를 얻어 물고 떠나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 두 장면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주변 풍경은 그대로인데 푸들과 떠돌이 개의 위치만 바뀌어 반쪽 페이지란 기발한 장치로 시간의 흐름을 연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이전에 출간한 “Pelican”(1983년), “Daisy”(1984년)에서 반쪽 페이지를 활용해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든 기법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떠돌이 개에게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지 않아요. 우연히 만난 인심 좋은 푸들에게 커다란 뼈다귀를 얻어 행복했던 것도 잠시, 어디선가 나타난 얼룩 고양이를 보고는 떠돌이 개가 목청 높여 짖고 있을 때…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어디선가 나타난 로드 롤러의 커다란 바퀴 아래 뼈다귀가 깔리고 말았어요. 우지직 우지직 소리를 내면서 부서져버린 뼈다귀. 하지만 떠돌이 개는 포기하지 않아요. 고깃간에서 뼈다귀를 훔쳐 달아나기도 하고 박물관에 들어가 공룡 뼈를 덥석 물어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소동이 일어나면서 뼈다귀를 먹을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아요.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요.

온갖 소동을 겪고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떠돌이 개는 결혼식 마차 뒤에 깡통과 함께 매달린 뼈다귀를 발견했어요. 떠돌이 개는 뼈다귀를 덥석 물고 마차 위로 뛰어올랐죠. 마침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신부 품에 안긴 떠돌이 개, 드디어 영원히 함께할 가족과 집을 찾게 됩니다.

떠돌이 개의 간절한 소망을 화려한 색상을 입힌 유쾌한 이야기로 그려낸 그림책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계속되는 시련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 떠돌이 개, 그 길 끝에 마침내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

서커스 행렬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화려한 색감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요. 화려한 피에로 복장이며 환호하는 사람들, 거기에 끝도 없이 늘어선 서커스 행렬까지 이 모든 떠들썩한 분위기를 다채로운 색깔로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 화려함 덕분에 한쪽에서 이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회색빛 떠돌이 개의 온종일 굶어 지친 모습이 더욱 부각되어 보입니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세요또 하나, 떠돌이 개를 따라다니는 호기심 많은 줄무늬 고양이 네 마리를 찾아보는 것도 그림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지붕 위에, 바퀴 아래에, 건물 기둥 사이사이, 요리사의 부엌, 교회 창문 등등 그림책 장면마다 여기저기 다양한 장소에 주인공인 떠돌이 개의 주변을 맴도는 줄무늬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꼭 찾아보세요.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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