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졸로토와 마사 알렉산더는 1966년 자매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 “Big Siter And Little Sister”를 출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우리 언니”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오랜 시간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올해 출간된 “언니와 동생”은 바로 이 “Big Siter And Little Sister”를 사카이 고마코가 재해석한 그림책입니다. 같은 이야기가 그림을 그린 작가에 따라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전해지는지 두 권의 그림책을 비교해 보며 읽어보세요. 감동 역시 두 배입니다.


언니와 동생

(원제 : Big Siter And Little Sister)
샬롯 졸로토 | 그림 사카이 고마코 | 옮김 황유진 | 북뱅크
(발행 : 2020/02/15)

언니와 동생이 있었어요.
언니는 언제나 동생을 보살펴 주었지요.

언니와 동생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잠시도 동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언니, 어린 동생 곁에는 늘 알려주고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다정하고 상냥한 언니가 있었어요. 그런 언니를 보면서 동생은 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언니는 못하는 게 하나도 없구나.

언니와 동생

언니 그늘 아래 가만히 있으면 위험한 일도 어려운 일도 힘든 일도 절대 없을 텐데… 하지만 동생은 어느 날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곁에서 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언니 말이 듣기 싫어졌거든요. 언니가 주스와 과자를 준비하는 동안 동생은 언니 몰래 살짝 집을 빠져나와버렸어요.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자매였지만 둘은 이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요. 동생은 언니 품을 나와 길을 따라 멀리 가버렸어요.

언니와 동생

그렇게 풀밭으로 달아난 동생이 들국화와 풀잎 사이에 쏙 숨어버렸는데 금세 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언니는 다급하게 동생을 부르고 또 불렀지만 동생은 대답하지 않았어요. 동생을 애타게 찾는 언니의 소리를 들으면서 동생은 풀밭에 누워 혼자 생각에 잠깁니다. 언니가 준비하던 주스와 과자, 언니가 읽어주겠다 약속했던 그림책, 그리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언니의 말들…

언니와 동생

하지만 지금 동생은 혼자예요. 누구도 동생에게 뭐라 말하지 않아요. 언니의 목소리 대신 커다란 벌이 근처에서 붕붕 노래하고 있을 뿐. 그렇게 동생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다시 언니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언니와 동생

혼자만의 시간을 맘껏 즐기고 있던 동생과 달리 언니는 여전히 동생 생각뿐입니다. 풀밭을 달리며 정신없이 동생을 부르던 언니, 언니는 들국화 사이에 털썩 주저 않아 훌쩍이기 시작했어요. 못하는 게 하나 없이 언제나 완벽했던 언니가 울고 있어요. 예전에 동생이 울 때처럼 자그마한 어깨를 들썩이면서…

동생이 울면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고는 손수건을 꺼내 “자, 코 흥!”하고는 달래 주던 언니. 하지만 지금 울고 있는 언니는 혼자예요.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손수건을 꺼내 “자, 코 흥!”해 줄 이도 없이 언니는 혼자 울고 있어요. 어린아이처럼 그저 엉엉 울고 있어요.

언니와 동생

동생은 그런 언니에게 살그머니 다가갑니다. 언니의 울음에 놀람과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어. 동생은 예전에 자신이 울 때 언니가 해주었던 것처럼 언니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는 손수건을 꺼내 다정하게 말했어요.

“자, 코 흥!”

한바탕 소동이 끝났어요. 이번에는 동생이 먼저 언니 손을 이끕니다. 두 자매는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갔어요. 예전처럼 두 손 꼭 잡고. 하지만 이제 둘은 조금 달라졌어요. 동생은 자신도 언니에게 줄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언니는 언제나 아기 같았던 동생이 때론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자매는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배웁니다.

오래된 앨범 속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빛바랜 사각의 틀 속에 두 자매 이야기를 뭉클하게 그려낸 그림책 “언니와 동생”, 아련함 가득한 사카이 고마코의 그림이 잊고 있었던 진한 그리움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언니

우리 언니

(원제 : Big Siter And Little Sister)
샬롯 졸로토 |그림 마사 알렉산더 | 옮김 김은주 | 사파리
(발행 : 2002/05/20)

※ 1966년 초판 출간

“언니와 동생”의 원작인 “우리 언니”는 1915년 생인 샬롯 졸로토와 1920년 생인 마사 알렉산더의 합작품이에요. 주홍빛 테두리 속 언니와 동생이 다정하게 데이지 꽃밭에 누워있어요.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만발한 데이지 꽃들… 그 속에 나란히 누운 자매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 언니

다정한 언니와 어린 동생이 있었어요.

짧은 문장과 함께 보이는 커다란 벽걸이 액자는 마치 누군가 액자 앞에 서서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며 들려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우리 언니

사카이 고마코의 작품이 오랜 앨범 속 추억들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면 마사 알렉산더의 작품은 벽걸이 액자에서 시작된 추억을 이야기로 듣는 느낌이에요. 밑그림이 보일 정도로 옅게 채색한 그림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아득하게 재생되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언제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자매, 그들의 싱그럽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언니

사카이 고마코는 언니 뒤로 살금살금 달아나는 동생을 그렸고 마사 알렉산더는 몰래 도망치는 동생 뒤로 간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언니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우리 언니

데이지 꽃밭 속에 옹크리고 앉은 동생, 언니는 그런 동생을 애타게 부르며 찾고 있어요.

우리 언니

동생이 울면 언제나 언니가 달래주었는데,
언니는 혼자였어요.
우는 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손수건을 건네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언니는 혼자서 엉엉 울었어요.

손 닿을 듯 가까이 있지만 동생이 거기 있는지도 모른 채 언니는 울고 있어요. 누구보다 가깝다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그 사람의 입장을… 언니는 동생이 아니고, 동생은 언니가 아니니까요.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언니를 바라본 동생은 그제서야 언니 마음을 이해합니다. 언니가 그토록 동생을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벽한 언니도 자신처럼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는 것을, 자신도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그렇게 둘은 서로의 관계를 배우고 이해하며 단단하게 성장해 갈 것입니다.


언니와 동생vs우리 언니

사카이 고마코는 동생의 머리를 매만져 주는 언니의 모습이 담긴 속표지 그림으로 그림책을 시작하고 있어요. 마사 알렉산더는 언니와 동생이 인형놀이하던 장면을 속표지에 실었습니다. 사카이 고마코는 노란색과 연초록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했고 마사 알렉산더는 연핑크색과 연초록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해 그림책 속에 아련함을 그려냈습니다.

언니와 동생vs우리 언니

그 날부터 언니와 동생은
서로 아끼며 사이좋게 지냈어요.
그리고 둘은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소중한 자매의 사랑을….

때론 미워하기도 하고 질투도 느껴 보고 그러다가도 금세 같이 놀고 같이 웃고… 세월이 흐른 뒤에 우린 알게 되겠죠. 그렇게 함께한 순간들이 모두 사랑으로 가득했음을,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 함께 읽어 보세요
  • 자매는 좋다
  • 순이와 어린동생 / 쓰쓰이 요리코, 하야시 아키코 / 한림출판사(1995)
  • 흔한 자매 / 요안나 에스트렐라 / 그림책공작소(2017)
  •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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