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원제 : Small In The City)
글/그림 시드니 스미스 | 옮김 김지은 | 책읽는곰
(발행 : 2020/01/08)


책표지 속 걱정 가득한 얼굴의 한 아이. ‘괜찮을 거야’라는 제목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책을 집어든 사람의 마음에 다가옵니다. “거리에 핀 꽃”, “바닷가 탄광 마을”, 앞서 만났던 두 권의 그림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번 작품 역시 표지 그림 한 장만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자 시드니 스미스의 새 그림책 “괜찮을 거야”입니다.

버스 창 밖으로 뿌옇게 내다 보이는 도시의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스치듯 지나는 소음들과 사물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지나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아이에게는 이 모든 게 불안의 대상이고 염려의 원인인 듯 합니다. 아이의 실루엣 뒤로 겹겹이 배치하듯 펼쳐지는 바깥 풍경의 원근감에서 아이의 불안과 걱정이 얼마나 깊고 절박한지 느껴집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괜찮을 거야

나는 알아.
이 도시에서 작은 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사람들은 너를 보지 않아.
커다란 소리로 겁에 질리게 해.
그럴 때마다 넌 어쩔 줄 모르지.

음, 아이가 아니라 친한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나 봅니다. 친구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걸까요? 아마도 아이는 이 북적대는 도시 어느 한 구석에서 겁에 질려 있을 그 친구를 찾아나섰나 봅니다.

화면을 작게 분할해서 그림 한 장 속에 거리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면서 친구를 찾아 헤매는 아이의 상황과 착잡한 아이의 심정을 잘 담아냈습니다. 오고가는 수많은 인파들 중에서 어느 누구 하나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메마른 눈길이 아이는 더 원망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길을 잃은 자신의 친구에게도 이 사람들은 무심할 테니까요.

괜찮을 거야

빵빵거리는 택시들, 사방에서 울려대는 사이렌과 공사장 소리 덕분에 아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둡고 음산한 뒷골목들, 사납게 으르렁 거리는 커다란 개들 이 모든 게 다 친구에게는 위험한 존재들이고 그래서 이런 소란스러운 거리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못마땅합니다. 건물 유리 속에 여러 겹으로 비쳐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거리의 아우성 속에 혼란스럽기만 한 어린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괜찮을 거야

숨기 좋은 곳도 많아.
뽕나무 덤불 아래처럼 말이야.
아니면 검은호두나무 위도 괜찮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통풍구도 있어.
거기선 한여름 같은 냄새가 나.
그 밑에서 웅크리고 한숨 자도 괜찮아.

아, 아이가 찾아 나선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였군요.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 곳곳에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아이. 저기 나무 위는 다른 동물들을 피하기 좋겠구나, 저쪽 골목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통풍구 아래는 잠깐 한숨 자기 좋겠네, 종종 들리던 생선 가게의 인심 좋은 아저씨는 고양이가 찾아오면 생선 한 마리 내어줄지도 몰라… 이 골목 저 골목 고양이가 있을만한 곳들을 꼼꼼히 살피며 아이는 잔뜩 겁 먹은 채 길을 헤매고 다닐 고양이가 자신의 당부를 듣고 무사히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괜찮을 거야

하지만 집은 안전하고 조용해.
접시에는 먹을 것이 가득하고
따스한 담요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 바로 돌아와도 괜찮아.

안 그래도 추운 날씨인데 이제 눈까지 내리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뒤덮는 눈발에 시야가 가려질수록 아이의 마음도 점점 더 무겁고 막막해집니다. 한 장 한 장 전단지를 붙이는 동안 누군가 고양이를 봤다며 연락 줄 것만 같았고, 이번 골목엔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얄궂게 펑펑 내리는 눈 덕분에 먹먹해지는 아이의 마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보는 우리 마음도 뭉클합니다.

괜찮을 거야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온 집 앞엔 엄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날 길을 잃은 고양이가 혹시나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 고양이를 찾아나선 아이가 고양이를 찾아서 환한 얼굴로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

괜찮을 거야

엄마에게 달려가서 와락 안기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다독입니다. 괜찮을 거라고.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아이도 마음 속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

괜찮을 거야.

입 꾹 다문 채 수심 가득한 눈으로 추운 겨울날의 황량한 거리를 온종일 헤매며 고양이를 찾아 다니는 아이의 뒤를 쫓던 우리 역시 고양이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제 길을 걷다 마주치는 길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가 예사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잘 아는 아이가 애타게 찾고 있는 그 고양이일지도 모르니까요.

아스팔트 틈 사이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 바닷가 탄광 마을을 비추는 아침 햇살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찾아내던 작가 시드니 스미스. 이번엔 우리 주변의 소소한 존재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우리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지금 이 순간 삶의 길을 잃고 좌절에 빠진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 뿐이라 힘겨운 누군가에게, 힘들지만 그래도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소소한 이웃 모두에게 우리 서로서로가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작지만 힘차게 외칩니다.

괜찮을 거야!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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