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원제 : John Brown, Rose And The Midnight Cat)
제니 와그너 | 그림 론 브룩스 | 옮김 최순희 | 느림보
(발행 : 2003/11/19)

※ 1977년 초판 출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모든 걸 독점하고 싶어집니다. 그 사람이 나만 바라보았으면, 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이었으면, 우리 사이에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열망은 결국 아주 사소한 것에도 쉽게 질투하고 예민해지게 만들기도 하죠.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에 등장하는 로즈 할머니네 복슬개 존 브라운처럼요.

로즈 할머니는 오래 전에 남편을 잃었습니다.
할머니는 복슬개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복슬개의 이름은 존 브라운입니다.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언제나 할머니 곁을 지키는 존 브라운에게 로즈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어요.

“존 브라운, 너랑 나랑 둘만 있으면 돼.”

따스한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는 포근한 할머니네 집 거실, 단둘이 있지만 쓸쓸하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아요. 커다란 존 브라운이 할머니 곁에 있으니 든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할머니에게 안긴 덩치 커다란 존 브라운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여요. 존 브라운 역시 그렇게 믿었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이 행복이 계속될 거라고. 그날 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창가에 있던 할머니가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존 브라운을 부르자 존 브라운은 고양이 같은 건 없다며 할머니의 말을 단칼에 부정해 버렸어요.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할머니는 분명히 보았어요. 정원에서 움직이는 고양이를. 물론 존 브라운도 보았죠.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고양이를.

그날 밤 할머니가 잠들자 존 브라운은 고양이를 쫓아 버렸어요. 하지만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아요. 고양이는 계속해서 할머니 집 주변을 맴돌았고 로즈 할머니는 자꾸만 창밖 고양이에게 마음을 썼거든요. 존 브라운이 고양이의 존재를 부정해 보기도 하고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몰래 준 우유 그릇을 엎어 버리기도 했지만 모두 소용없었어요.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고양이는 필요 없어요. 할머니에겐 제가 있잖아요.”

할머니의 마음도 존 브라운의 마음도 모두 고양이를 향해있어요. 하지만 둘은 다른 마음이에요. 할머니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존 브라운은 고양이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고 있죠. 할머니는 문을 열어 고양이를 안으로 들이고 싶었지만 존 브라운은 완강하게 거부했어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고.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다음 날,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침대에 누워있자 존 브라운도 결국 혼자가 되었어요. 사랑하는 할머니의 분홍 신발을 안고 홀로 생각에 잠겨있는 존 브라운의 모습이 찡하게 다가옵니다.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있던 존 브라운은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어요.

“고양이를 데려오면 나을 것 같아요?”
“그럼! 그렇고 말고.”

존 브라운은 결국 스스로 문을 열어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입니다. 그렇게 할머니네 집에서 존 브라운과 할머니와 고양이, 셋이 살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이 곁에 언제까지나 나만 있었으면… 우리 둘만 존재했으면… 존 브라운의 마음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가 아픈 건 참을 수 없어요.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견뎌낼 수 있죠. 사랑은 참 오묘한 감정이에요.

커다란 복슬개 존 브라운이 작은 고양이에게 질투를 느끼는 모습은 동생이 생긴 아이 같기도 하고 연인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싶어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이의 모습 같기도 해요. 동전의 양면처럼 사랑과 질투는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스스로 의식하고 있든 아니든 사랑과 질투를 동시에 마음속에 품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질투에 휩싸여 집착하고 구속하게 되는 순간 사랑은 감옥이 되고 말아요. 문을 닫아걸고 창밖을 볼 수 없게 커튼을 내렸던 존 브라운의 행동처럼요. 진짜 사랑은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함께 더 큰 세상을 꿈꾸는 것입니다.

차분한 색감, 세밀한 펜 선으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책 “복슬개와 할머니와 도둑고양이”, 아이들에게 시기나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커다란 복슬개 존 브라운에게 스스로의 감정을 대입해서 바라보면 아이들도 조금 쉽게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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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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