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원제 : Pearl)
글/그림 몰리 아이들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발행 : 2020/01/25)


플라밍고와 플로라가 종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환상의 발레 공연 “FLORA and the Flamingo” 기억하시나요? 이 그림책으로 2014년에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몰리 아이들이 이번에도 역시 환상적인 색감의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 “펄”을 내놓았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 속에서 ‘펄’은 주인공 꼬마 인어의 이름입니다. 꼬마 인어 펄은 플라밍고 곁에서 폴짝폴짝 즐겁게 춤추던 꼬마 플로라가 하늘하늘 예쁜 꼬리를 달고 바닷속으로 들어간 것 같아요.

펄

아름다운 빛깔로 빛나는 산호초, 물결 따라 이리저리 일렁이는 다시마 숲, 바다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생물들,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넓고 푸른 바다는 다채로운 빛깔로 가득합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펄은 어느 날 거대한 생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인어를 보았어요. 펄은 자신도 그 일이 꼭 하고 싶었어요. 이제 누군가를 도울 만큼 자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펄에게 엄마는 펄이 보살펴야 할 아주 소중한 것을 보여주기로 합니다.

바다 깊은 곳 거대한 문어를 지나 일렁이는 수초들 너머 엄마는 자꾸만 자꾸만 위로 헤엄쳐 올라갔어요. 그리곤 사방이 모래벌판으로 둘러싸인 뭍으로 올라갔죠. 아무리 둘러봐도 돌봐야 할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곳에서 엄마는…

펄

펄이 밤낮으로 돌보고 지켜주어야 할 것을 조심스럽게 건네셨어요. 엄마가 건네준 건… 아주 작은 모래알 하나, 눈 씻고 다시 보아도 모래알 하나.

“아니, 엄마… 내가 아주 소중한 걸 보살피게 될 거라고 했잖아요.”
펄은 투덜대듯 말했어요.
“펄, 가장 작은 것들이 때로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든단다.”
엄마가 대답했어요.

소중한 것을 건네는 엄마의 표정과 실망감으로 가득한 펄의 표정이 대조적입니다. 이렇게나 작고 흔한 걸 왜 소중하다고 말하는 건지, 가장 작은 것들이 도대체 어떤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건지 펄은 엄마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에요.

펄

엄마의 말에 담긴 뜻을 다 헤아리기에는 아직 어린 펄은 실망에 빠지고 맙니다. 겨우 이 작은 모래알 하나라니… 펄은 얄미운 모래알을 매섭게 노려보며 작은 주먹으로 꼭 쥐었어요. 그러자 손가락 틈새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어요. 펄이 손을 살며시 펴자

펄의 손바닥에 놓인 모래알은 반짝반짝 광택이 났어요.
전에는 없던 빛이었어요.

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작은 빛, 펄은 그런 빛을 발하는 모래알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작은 모래알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어요.

펄

어떤 순간에도 펄은 모래알을 놓지 않았어요. 언제나 작은 손에 꼭 쥐고 있었죠. 신기하게도 모래알을 쥔 펄의 손가락 틈새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어요. 그 작은 모래알은 펄의 보호 아래 조금씩 자라고 자라면서 은은한 빛이 나며 점점 밝아졌어요.

펄

환해진 빛은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르더니 마침내 온 세상을 비추는 커다란 빛이 되었어요. 바다 깊은 곳까지 비출 만큼 환한 빛, 그 커다란 빛이 시작된 곳은 바로 펄의 작은 손이었습니다.

세상엔 내가 없어도 되는 일이 많아요. 내가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일들도 많죠. 하지만 내 작은 힘이 보태어진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세상이 돌아갈 거예요. 커다란 일도, 위대한 일도 작은 행동에서 출발해요. 더불어 꾸준한 실천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물결의 일렁임, 몰아치는 파도, 헤엄치는 인어의 모습… 드림웍스에서 일했던 이력 때문인지 몰리 아이들은 작품 속에 동적인 느낌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색감 역시 두드러지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종이 질이나 인쇄 상태입니다. 출판사가 이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썼더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훨씬 더 멋진 그림책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 놀라운 결과, 꿈을 이루는 과정을 아름답게 전하는 그림책 “펄”, 누군가는 펄을 바라보며 꿈을 품겠죠. 아마도 그 시작 역시 어쩌면 모래알을 돌보는 것처럼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 시작될지도 몰라요. 처음 펄이 그랬던 것처럼!

“The smallest of things can make a great difference!”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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