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의 방
책표지 : Daum 책
이사벨의 방 (원제 : The Quiet Place)

사라 스튜어트 | 그림 데이비드 스몰 | 옮김 서남희 | 시공주니어


“이사벨의 방”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멕시코 소녀 이사벨의 이민 생활 적응 과정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이사벨은 서툰 영어로 멕시코에 살고 있는 루삐따 이모에게 미국으로 이사 온 후의 생활에 대해 편지를 보냅니다. 처음엔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서툰 영어로 보고 싶은 이모에게 편지를 써야 하는것 조차 불만이었는데, 이사벨의 영어 실력이 늘수록 이모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도 점점 기분 좋은 이야기들로 바뀌어 가면서 이민 생활에 적응해 가는 소녀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이사벨의 방

“이사벨의 방”은 독특하게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위 사진에서 좌측하단의 그림을 보면 루삐따 이모에게 안겨 있는 이사벨과 이사벨의 엄마가 보입니다. 아빠와 오빠는 짐을 싣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에요. 우측상단의 그림은 이제 모든 짐을 다 싣고 차에 올라 타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사벨은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루삐따 이모에게 손을 흔듭니다.

이제 자동차는 미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벨은 뒤돌아 앉은 채 멀어지는 고향 마을의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인형을 든 팔에 자신의 얼굴을 반쯤 묻은 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이사벨…

이사벨의 방

이사벨 가족의 미국 이민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 잘 적응해 가고 있는데 이사벨만은 예외네요. 엄마가 분주히 일하는 동안 식탁 밑에서 눈물을 훌쩍이며 루삐따 이모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낯선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만 엄마 품 속으로, 식탁 밑으로 숨어드는 이사벨…

어느 날 아빠가 커다란 냉장고를 샀는데 이사벨은 냉장고가 들어 있던 커다란 상자에 눈이 갑니다. 오빠가 상자에 문을 만들어 준 후로부터 이사벨의 지나친 상자 사랑(?)이 시작됩니다. 이사벨의 엄마는 생일 파티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해요. 가끔씩 엄마가 일하는 곳에 따라 가곤 했던 이사벨은 친구들이 함께 수영하자는데도 오로지 커다란 상자에만 관심을 갖죠. 이사벨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상자로 가득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사벨의 방

그동안 모은 상자들로 만든 이사벨만의 공간, ‘고요한 방(The Quiet Place)’ 깊숙한 곳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이사벨의 모습입니다. 얼핏 보기에 상자로 만든 방이 꽤 근사해 보이긴 하지만 웬지 이사벨은 쓸쓸해 보이기만 하네요.

루삐따 이모에게

곧 고요한 방의 사진들을 보내 드릴께요.
매주 이모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스페인어 단어들이 꼭 친구들처럼 정답게 느껴져요.
저는 영어로 말을 더 잘하려고 날마다 공부하지만,
다음 달에 개학할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에요.
제 주위의 모든 낯선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이모에게 영어로 편지 쓰는게 훨씬 편해요.
이모가 저를 사랑하는 걸
마음 깊이 알고 있으니까요.

고요한 방에 갇혀 있는 이사벨의 축 처진 모습, 루삐따 이모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니 아직 낯설기만한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말해야 하는 두려움, 혹시나 실수하면 사람들이 놀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아 안스럽습니다.

이사벨의 방

그런데 엄마가 일해 준 어느 생일 파티에서 엄마의 음식들이 칭찬을 받게 되요. 늘 혼자 보내는 이사벨을 걱정하던 엄마는 이사벨을 생일파티에 모인 아이들 앞에 데리고 나와서 인사도 시키고 스페인어로 멕시코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게 하죠. 어색했지만 엄마가 곁에 있었기에 이사벨은 용기를 내봅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박수 갈채 속에서 이사벨 엄마는 멋진 제안을 합니다.

헤어지기 전에 엄마가 거기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제 생일에 우리 집으로 초대하신거예요!
저는 선물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 단어들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이사벨의 방

모두 왔어요! 빠짐 없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을 알려 드릴게요.
해돋이, 나이팅게일, 저녁 어스름, 자장가,
소리 내어 말하고 싶은 단어는 나무 이름인 ‘플라타너스’예요.

저는 제 손님들에게 멕시코 생일 노래를 가르쳐 주었어요.
우리는 모두 창밖을 향해 노래를 불렀지요.

미국에 이민 온 후 아직 친구가 없던 이사벨에게 한꺼번에 아주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이사벨의 모습, 고요한 방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아까의 모습과는 아주 다르죠. 활짝 웃는 모습이 참 예쁘죠? ^^

다음 장면은 양쪽 대문 접지로 되어 있어서 아주 크게 활짝 펼쳐집니다. 이사벨의 엄마 아빠가 정답게 춤을 추고 있는 장면에서 그림을 양쪽으로 쫘악 펼치면 그동안 이사벨이 만들고 꾸며 온 고요한 방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이사벨의 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사벨이 고요한 방 깊숙이 들어가 있었기때문에 겉모습은 알수가 없었는데 지금 보니 루삐따 이모와 함께 살던 고향 마을을 그대로 옮겨 온 듯 하네요. 그림 맨 왼쪽의 계단에 앉아 있는 여자는 틀림 없이 루삐따 이모일거예요. (맨 처음에 이 그림책은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 장면으로 돌아가보세요. 이사벨 가족이 막 이사를 떠나려는 장면에 보면 이사벨이 살던 멕시코의 마을 모습이 나오는데 이사벨이 만든 고요한 방과 비슷하지 않나요? )

고요한 제 방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지만 전 괜찮았어요.
집에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행복한 제 기분을 이모도 느끼셨으면 좋을 텐데!
이 기분에 딱 어울리는 멋진 단어는 못 찾겠어요.

이사벨은 그동안 루삐따 이모에게 보내는 편지의 맨 마지막 서명란엔 늘 이렇게 썼어요.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이사벨’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오늘 친구들과 즐겁게 생일 파티를 하고 난 후 쓴 편지엔 이렇게 썼네요.

이모가 여기 함께 있었으면 하는 이사벨

이젠 루삐따 이모에게 돌아가고 싶은게 아니라 이모를 데려 오고 싶을만큼 이 곳이 좋아졌나봅니다 ^^


같은 주제, 같은 느낌 그림책 : “내 이름은 윤이에요


내 이름은 윤이에요“이사벨의 방”은 주제나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전에 소개했던 “내 이름은 윤이에요”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소녀 윤이. 영어 이름 ‘Yoon’을 거부하고 한글 이름 ‘윤’을 고집하죠. 선생님이 자신의 영어 이름을 써 보라고 할때마다 윤이는 고양이처럼 구석에 숨고 싶어하고, 또는 새처럼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어하죠.

그러던 어느날 낯설게만 보이던 친구들 중 하나가 윤이에게 준 컵케이크 덕분에 자신이 컵케이크가 되어 교실 위로 둥둥 떠다니는 상상을 하며 친구들과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죠.

이사벨은 윤이가 영어 이름을 싫어했던 것처럼 영어로 편지쓰는 것에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스페인어 단어들을 친구처럼 느끼기도 하죠. 그리고 고양이나 새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했던 윤이처럼 이사벨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상자들을 모아서 그리운 고향 마을을 만드는 것에 집착합니다.

물론, 사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 가는 윤이처럼 종이 상자로 고요한 방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멕시코 소녀 이사벨만의 낯선 미국땅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었어요.

이사벨의 방

“이사벨의 방”은 개학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했던 이사벨이 친구들의 환영 속에서 스쿨버스에 올라타는 장면으로, “내 이름은 윤이에요”는 윤이가 거리를 두고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던 금발의 선생님과 포옹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또 다른 그림책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가 함께 작업한 그림책들 중엔 “이사벨의 방”처럼 주인공이 특정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책들이 또 있어요.

“리디아의 정원”에서는 이야기의 상황에 맞춰 어떤 때는 자신을 임시로 돌봐줄 짐 외삼촌께, 어떤 때는 꽃씨를 보내주시는 할머니께, 그리고 때로는 보고 싶은 엄마 아빠께 보내는 편지들로 이야기가 흘러간답니다.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 형편으로 인해 혼자서 멀리 떨어진 외삼촌 댁에 가서 지내게 된 리디아, 엄마 아빠 품을 떠나는 어린 소녀의 두려움, 무뚝뚝하지만 따뜻하게 자신을 돌봐주는 외삼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의 설레임과 흥분,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는 기쁨과 그동안 정든 외삼촌과의 이별의 아쉬움 등을 리디아의 밝고 명랑한 편지글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책표지 : 시공주니어)

한나의 여행“에서는 독특하게도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일기장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행지에서의 들뜬 마음, 여행을 양보해 준 클라라 숙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집에 대한 그리움 등 도시 여행이 처음인 아미시 소녀의 감정이 잘 담겨진 편지형식의 일기들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입니다.(책표지 : 비룡소)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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