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제 : L’éléphant de l’ombre)
나딘 로베르 | 그림 발레리오 비달리 | 옮김 지연리 | 달리
(발행 : 2019/11/20)


짙푸른 땅, 푸르스름한 하늘, 파란 코끼리. 표지 그림만 보더라도 우리에게서 등을 돌린 채 맥없이 주저앉아 있는 코끼리의 기분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저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다 같이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을 꼭 감은 채 드러누워 있는 코끼리. 화가 난 걸까요? 슬픔에 빠져 있는 걸까요? 코끼리는 원래 그늘을 좋아하는 것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가벼이 넘겨 버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단순히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코끼리…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초원에 사는 동물 친구들은 그런 코끼리를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코끼리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궁리했지요. 제일 먼저 나선 원숭이는 자기가 아는 제일 재미난 이야기를 코끼리에게 해주었어요. 원숭이의 다음 차례는 타조들입니다. 타조 자매는 스윙-캉캉이라는 재미난 춤을 선보입니다. 악어는 코끼리가 제일 좋아하는 아카시아 잎을 그릇에 잔뜩 담아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원숭이의 이야기와 타조 자매의 춤, 그리고 악어의 선물 그 어떤 것에도 반응을 하지 않아요. 악어가 선물을 들고 다가갔을 때 코끼리가 반응을 하려는 듯 슬쩍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이내 반대편으로 돌아눕고 마는 바람에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물 친구들의 마음만 더 안타까울 뿐이었죠.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지나가던 어린 생쥐 한 마리가 코끼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코끼리는 자신을 웃게 하려고 온 거라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라고 대답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잠시 쉬고 싶을 뿐이라며 생쥐는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하루 종일 열쇠를 찾아다녀서 너무 지쳤다… 그 열쇠는 언니가 가진 것 중 가장 귀한 황금색 열쇠였다… 자기가 몰래 가지고 놀다가 풀밭에서 잃어버렸다… 열쇠를 찾아다니다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는 바람에 길을 잃어버려서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도 힘들겠구나.”

생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코끼리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하고는 울기 시작합니다. 흐느끼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울었지만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어요. 우는 코끼리를 보며 생쥐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렇게 실컷 울고 나니 코끼리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생쥐를 물끄러미 내려다봅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있는 생쥐를 한참을 바라보던 코끼리가 드디어 일어나 그 작은 친구에게 다가갑니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끼리는 울고 있는 생쥐를 다정하게 안아 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같이 가자.
달이 집으로 가는 길을 밝혀 줄 거야.”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끼리의 듬직한 등에 올라탄 생쥐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합니다.

“가는 동안 네 얘길 해 줄래?
듣고 싶어.”

깊고 푸른 밤 파란 달님이 길을 나선 두 친구를 잔잔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픔, 외로움, 우울함… 이런 감정에 빠진 경우 본인도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져 나오기 위해 허덕이다 보면 더욱 더 깊이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감정의 늪’이라고 하는 거겠죠. 본인도 어찌할 바를 모르기에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덩달아 힘들어지곤 합니다. 위로해주고 싶은데 정답이란 게 없으니 바라보는 이들 마음 역시 답답하고 아플 수밖에요.

코끼리를 웃게 하려고 애썼던 원숭이와 타조, 그리고 악어의 방법 역시 잘못된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코끼리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고 그 덕분에 생쥐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바탕 울 수 있었고, 그러고 나서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정답은 시간 아닐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슬픔이건 외로움이건 내 마음을 깊이 가라앉게 만드는 감정들은 결국엔 시간이 흘러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마음에 난 상처도 조금씩 조금씩 아물어 갈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지켜봐주고 나와 함께 울어줄 가족과 친구가 있다면 결국엔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을 수 있겠죠.

슬픔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니 한바탕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고, 마음에 찾아온 어둠의 시간들은 그저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일뿐이니 겁 먹지 말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그림책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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