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만지

쥬만지

(원제 :  Jumanji)
글/그림 크리스 반 알스버그 | 옮김 정회성 | 비룡소
(발행 : 2019/12/11)

※ 1982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1981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아빠랑 엄마는 오페라를 보고 손님들을 모시고 올 거야.
그러니 집 어질러 놓지 말고. 알았지?”

아이들에게 이 말은 어떤 의미로 들릴까요? ‘아빠랑 엄마는 지금부터 잠시 집에 없으니 알아서 맘껏 놀아라.’ 이런 의미로 들리지 않을까요? (앗, 저만 그렇게 들리나요? ^^)

1981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1982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쥬만지”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엄마 아빠가 외출하고 남매만 남은 집, 따분해진 두 아이가 밖에 나갔다 주워온 정글 탐험 게임에서 본격적인 환상 여행이 시작되죠. ‘쥬만지’는 그 정글 탐험 게임의 마지막 도착지인 황금 도시의 이름이에요.

쥬만지

공원 나무 아래 얇고 기다란 상자에 들어있는 보드게임은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진 않았어요. 게다가 누군가 버린 것 같은 찜찜한 느낌. 하지만 아이들은 순수하고 호기심도 아주 많아요. 일단 상자를 집에 가져가 보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에요. 큰 글자로 쓰인 ‘게임이 시작되면 황금 도시 쥬만지에 도착할 때까지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주의사항을 읽고도 피터와 주디는 별 의심 없이 게임을 시작했어요.

게임 속 상황이 현실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주사위를 던진 후였습니다. 주사위 숫자만큼 동생 피터가 게임 말을 옮기자 ‘사자가 공격할 것’이라고 쓰여있는 말판 글귀 그대로 현실에 사자가 나타나 으르렁댔거든요.

쥬만지

배고픈 사자, 음식을 훔쳐 먹는 원숭이들, 폭우가 쏟아지는 집, 길 잃은 안내원, 잠자는 병을 옮기는 체체파리, 코뿔소 떼의 공격…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집, 그리고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 하지만 게임은 처음 규칙 그대로 아이들 마음대로 끝낼 수 없었어요. 피터와 주디 둘 중 하나가 황금 도시 쥬만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쥬만지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벽난로에서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는 위기일발의 순간 다급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주사위를 던진 주디 덕분에 쥬만지 게임이 끝날 수 있었어요. 게임이 끝나자 엉망이었던 집안이 마치 마법처럼 말끔히 정리되었어요. 피터와 주디는 밖으로 나가 원래 게임 상자가 놓여있던 나무 아래 게임을 던져놓았어요.

곧이어 엄마 아빠가 손님들과 함께 돌아왔죠. 이렇게 피터와 주디 둘만 아는 비밀 세계로의 여행이 끝났구나 싶었을 때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깜찍한 반전이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쥬만지

손님으로 찾아온 버드위 부인의 아이들이 오솔길을 달리는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어요. 한 아이는 옆구리에 얇고 기다란 게임 상자를 끼고 있었죠. 몇 시간 전 피터와 주디처럼요.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칼데콧 메달을 받았던 1980년대의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을까요? 현란한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드 게임 속 벌칙들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상을 담은 이 그림책은 어떤 느낌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전집에 판권이 묶여 있어 볼 수 없었던 이 그림책을 근 40여 년 만에 만났다는 사실이 제게는 아주 묘하게 느껴집니다.

흑백의 그림으로 낯익은 일상 속에서 만난 환상 세계를 기묘하면서도 엉뚱하고 몽환적이면서 독특하게 그려낸 “쥬만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 그림책은 1996년 영화로도 만들어졌어요.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했던 영화, 그게 벌써 24년 전이니 아, 세월은 정말 쏜살같구나… 이 그림책을 보는 내내 느꼈던 건 세월이었어요. 흑백 그림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쥬만지

이 그림책에도 예외 없이 불테리어가 등장해요. 크리스 반 알스버그 대부분의 책에 등장하는 눈에 검은 반점이 있는 하얀 불테리어, 그림책에서 꼭 찾아보세요.


참고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쥬만지(1981), 폴라 익스프레스(1985), 자수라(2002) 세 권의 그림책들은 모두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워낙 잘 알려진 영화들이라 책보다 먼저 본 분들이 더 많을 것 같긴 하지만 미처 모르고 있었다면 꼭 한 번 찾아 보시길~ ^^

영화로 만들어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영화로 만들어진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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