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숲속의 공주

잘 노는 숲속의 공주

미깡 | 그림 신타 아리바스 | 후즈갓마이테일
(발행 : 2020/02/20)


“잘 노는 숲속의 공주”라는 그림책 제목을 듣자마자 떠오른 건? 다들 똑같을 것 같네요. 샤를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백설 공주, 인어 공주와 함께 어린 시절 닳고 닳도록 읽었던 공주 동화 시리즈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핑크색 리본,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숲속에 누워있는 아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잘 노는 숲속의 공주예요.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아서는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온 숲을 헤집고 뛰어다닐 것 같습니다.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숲속에서 만난 친구와 매일매일 즐겁게 뛰어놀던 아이, 아이는 생각했어요. 그 아이와 정말 모든 게 잘 맞는다고. 맨발로 숲을 뛰어노는 아이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숲속 친구와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던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숲에 가지 않게 되었어요. 이유는……

잘 노는 숲속의 공주

공주 드레스를 입고
새 친구들과 놀고 싶었거든.

싱그러운 초록의 숲에서 나와 다른 세상으로 옮겨간 아이, 아이가 속한 세상이 변하자 아이가 입고 있던 차림새도 변했습니다. 숲에서 뛰어놀기 좋았던 편한 옷을 모두 던져 버렸죠. 여전히 그때 그 아이지만 이제 아이가 입고 있는 건 몸에 꼭 맞는 핑크색 원피스. 그렇게 새 친구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얌전히 노는 동안 아이는 숲에서 함께 뛰어놀던 그 친구를 잊어버렸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었어요.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 밤 아이의 꿈속에 숲속 친구가 찾아왔어요. 여전히 숲에서 놀고 있다는 그 친구에게 아이는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말했어요. 아주아주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고 기다릴 거라고.

하지만 그 친구는 아이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과 뛰어노는 동안에도 아이 머릿속에는 온통 숲속 친구 생각뿐이었죠. 그날 밤 다시 아이 꿈에 찾아온 숲속 친구가 말했어요.

“너를 찾을 수가 없었어.
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너무 많았거든.”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아이는 밤마다 꿈속에 찾아온 숲속 친구에게 말했어요. 내일은 다른 차림을 하고 있을 테니 자신을 꼭 찾아오라고. 하지만 숲속 친구는 매번 아이를 찾지 못했어요. 온통 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뿐이어서, 핑크색 리본을 달고 있는 아이가 너무 많아서, 다들 유리 구두를 신고 있어서.

“그럼
어떻게 하면
나를 찾을 수 있어?”

숲속 친구는 말없이 빙긋 웃기만 했어요. 마치 그 대답은 아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듯. 아이는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어요. 옷장 문을 열고 선 아이, 오랜만에 아주 밝은 표정입니다. 활짝 열린 옷장 문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이 마음 같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옷을 입고 숲을 다시 찾은 아이, 숲속 친구가 아이를 단박에 알아보곤 소리쳤어요.

“찾았다!”

딸을 키우다 보면 아이 관심이 온통 ‘공주’에 집중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인어 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따라 옷이며 신발이 모두 공주 풍이 되죠. 거기에 색깔까지도 무조건 핑크색! 엄마들이 흔히 우리 아이가 핑크 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예요. 아이는 온통 핑크 핑크한 세상 속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되는 것을 꿈꿉니다.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엔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었으면 좋겠는데 무조건 치마나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고 우기니 그런 일로 뜻하지 않게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 늦어도 열 살 쯤 되면 아이 스스로 알게 됩니다. 거추장스러운 옷이 얼마나 불편한지, 시야가 넓어지면서 아이는 핑크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상에 관심을 보이면서 핑크와 공주에 대한 미련과 환상을 버리고 한 뼘 성장해요. 아이 스스로 말이죠.

아마도 사회적 환경이 여자아이는 핑크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라는 고정화된 색깔을 심어준 영향이 클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나답게, 자신감 있는 멋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일은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 아닐까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아이 스스로 답을 찾고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에요.

색다른 공주 이야기를 신선한 시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잘 노는 숲속의 공주”,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 기준이 아닌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입니다. 내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나’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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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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