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어린이

(원제 : Che cos’è un bambino?)
글/그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옮김 곽노경 | 한솔수북
(발행 : 2008/10/10)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 속에서 저마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재미있어요. 조카들 얼굴도 있고 이웃 아이 얼굴도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 속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 내 얼굴도 있고요. 한 명의 아이에게서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나오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 ‘어린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920년 8월 개벽 3호에 방정환 선생님이 번역 동시인 ‘어린이 노래 : 불 켜는 이’를 발표했던 때였다고 합니다. 1923년 5월 1일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 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그림책의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그림책 첫 페이지에 어린이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어린이는 작고 귀여운 아이예요.
한동안은 작지만 나중에는 크게 자라지요.
아무도 몰라보게 천천히 자라요.
소리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몸이 길어져요.
어린이는 언제까지나 어린 아이가 아니에요.
때가 지나면 모습이 달라지지요.

어린이

몇몇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나면 이렇게 생각해요.
“어른이 되니까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참 좋아!”
또 몇몇 어린이는 이렇게도 생각하지요.
“어른이 되니까 마음대로 하는 건 너무 힘들어!”

이 글을 읽고 있는 한때는 어린이였던 분들, 지금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어른인가요? 아니면 마음대로 하는 게 너무 힘든 어른인가요?

어린이

어린이는 손도 발도 귀도 작지만 생각까지 작은 건 아니에요. 때때로 엉뚱한 생각으로 어른들을 즐겁게 하기도 해요. 우리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리면서 말하죠. ‘우아!’하고 어린이를 향해 감탄과 존경을 쏟아내는 어른들.

어린이

아침부터 솜사탕을 먹고 밤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즐거워하는 어린이, 예쁜 돌멩이가 물속에 빠졌다고 울고 비누가 눈에 들어갔다고 울고 잠이 쏟아진다고 울고 모두들 들으라고 엉엉 울고 또 울고 일부러 더 크게 우는 어린이. 어린이는 매 순간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요.

어린이

어른들은 깜깜한 데서 자고 싶어 해요.
좀처럼 우는 일도 없어요.
콧속에 비누가 들어가도 말이에요.
정말 울어야 할 때에도 들릴 듯 말 듯 나직이 흐느껴요.
흐느낌이 하도 작아서 어린이는 눈치도 못 채요.
글쎄요. 못 본 척하는지도 모르지요.

콧속에 비누가 들어가도 울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작고 귀엽지만 생각만큼은 작지 않은 아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세상 속에 사는 아이, 언젠가는 어른이 될 아이, 하지만 지금은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 주고 달래주고 재잘재잘 쏟아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어린이에요. 차분하게 들려주는 짤막한 글과 커다랗게 어린이의 얼굴을 담아낸 그림을 찬찬히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지나온 어린 시절을,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우스꽝스럽거나 사랑스럽거나 익살맞거나 수줍거나 다양한 상황에서 마음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개성 가득한 열일곱 명의 아이들이 여운 가득한 글과 함께 담겨있는 그림책 “어린이”, 제목만 보아서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지만 정작 이 그림책은 어린 시절을 훌쩍 지나온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억 속 노란 강아지 인형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어른들에게…


※ 함께 읽어 보세요 : 더 나은 세상 – 어린이가 누려야 할 권리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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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min Seo
Hyunmin Seo
2020/05/01 09:34

좋은 책 정보 믾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동도 알차서 도움이 믾이 될 것 같아요 ^^
아이랑 보물상자 발견한 기분입니다 ♡

Hyunmin Seo
Hyunmin Seo
2020/05/01 09:40

안녕하세요^^좋은 책을 많이 발견했어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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