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원제 : Yo Voy Conmigo)
글/그림 라켈 디아스 레게라 | 옮김 정지완 | 썬더키즈
(발행 : 2020/03/31)


“난 나와 함께 갈 거야”는 첫사랑에 빠진 한 아이를 통해 아이에서 소녀로, 또 소녀에서 자신의 삶의 어엿한 주인공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자존감을 포기한 사랑은 공허할 뿐이라고, 나 아닌 누군가를 또는 우리 이웃과 이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한 첫 걸음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우리 아이들에게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난 마틴이 좋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면
마틴이 내 옆을 지나갈 때
코끝이 간지러웠고
무릎이 휘청거렸거든.
하지만 마틴은 그걸 몰라.
마틴은 날 쳐다보지 않아.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한 소년을 반가운 웃음을 머금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 이 꼬마 아가씨가 얼마나 개성 넘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 머리 위에는 커다란 전축과 알록달록 색색깔의 작은 새들이 앉아 있고, 큼지막한 안경에 독특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잠자리 날개처럼 반투명의 반짝이는 날개.

마틴이 옆을 스치는 순간 코끝이 간지럽고 무릎이 휘청거리는 걸 느끼는 아이. 이건 분명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첫사랑! 하지만 마틴이라는 녀석은 아이에게 눈길조차 주질 않네요.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친구들이 저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마틴의 시선을 끌기 위해 친구들 말대로 안경을 벗고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풀어보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지 않고 미소만 살짝 지어보기도 하고, 혼자서 흥얼거리기를 멈춰보기도 하고, 주근깨를 가리고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틴은 소녀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이 모든 시도들이 실패로 끝나자 소녀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하나, 자신의 날개를 떼내기로 마음 먹습니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자신의 것을 하나씩 포기할 때마다 조금씩 잃어가는 예전의 환한 미소. 입가에 가득했던 웃음을 잃은 채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기만 하는데 말이죠.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마틴이 드디어 날 알아봤어!
걔가 나에게 웃는 것 같아!
마틴이 날 봤어!

하지만…

마침내 날개를 떼내고 마틴이 소녀를 알아봅니다. 마치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녀의 표정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습니다. 커다란 전축도, 작은 새들도, 개성 넘치는 안경과 멋진 날개도 다 떼내버린 소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립니다.

이제는 내가 날 제대로 볼 수 없어…

난 나와 함께 갈 거야

나 스스로에게 말했어.
날개가 없는 거,
이건 내가 아니라고.
내 날개는 내 머리 위에 있는 새들과 같은 거야.
날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거.

이제야 알겠어.
난 나와 잘 어울려.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보여.
난 날개가 있어.

이제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 자신을 버릴 필요 없다는 것을, 나다운 모습 나다운 삶을 포기할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성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존감 아닐까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 나만의 삶을 지켜낼 줄 아는 용기야말로 언제나 나만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던 엄마 아빠 품을 떠나 이 사회에서 홀로 우뚝 선 나로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자 가치 아닐까요?

혹시나 누군가 여러분을 흔들어댄다면 마음 속 거울에 비친 여러분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잘 보이나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러분의 멋진 날개를 활짝 펼치고 힘껏 날아 오르세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요!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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