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원제 : Doctor De Soto)
글/그림 윌리엄 스타이그 | 옮김 조은수 | 비룡소
(발행 : 1995/09/25)

※ 1983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 1983년 뉴베리 명예상

※ 1982년 초판 출간


책꽂이에 꽂힌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책표지가 엄청 낡았다, 페이지가 너덜너덜하다. 도서관 책꽂이에 꽂힌 그의 그림책들은 수많은 이들의 손길을 거쳐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집 책꽂이에 꽂힌 그의 그림책들에는 그 집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죠. 제목이 무엇이든 그 책이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이라면 말이죠.

1983년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한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역시 그런 책입니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페이지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아주 매력적인,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흠뻑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에요.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솜씨가 좋아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의 병원에는 늘 환자들이 줄을 섰어요. 조수 역할을 하는 드소토 부인과 함께 이가 아픈 동물들을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치료를 해주는 드소토 선생님, 하지만 이들 부부가 절대로 치료해 주지 않는 동물이 있었어요.

고양이나 사나운 동물은 치료하지 않습니다.

쥐에게 위험한 동물은 치료하지 않는다는 진료 원칙을 바깥 간판에도 적어놓은 드소토 선생님은 병원 현관 벨이 울리면 먼저 창밖을 내다보고는 환자를 선별해서 받았답니다.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어느 날 이가 몹시 아픈 여우가 선생님의 치과를 찾아왔어요. 물론 드소토 선생님은 먼저 창가에 서 찾아온 환자가 여우인 걸 확인하고는 치료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어요. 하지만 이가 너무 아프다며 여우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마음이 흔들립니다. 환자에 대한 의사로서의 양심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진료 원칙 사이에서 고민하던 드소토 선생님, 결국 부인과 상의 끝에 여우를 치료해 주기로 마음먹고 병원 문을 열어 주었어요.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여우는 아픈 이를 치료하기 위해 마취를 하는 중에 생쥐를 잡아먹는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합니다. 본성이란 그렇게 무의식중이라도 드러나게 마련이지요. 여우를 치료해 주는 자그마한 드소토 선생님, 여우에겐 한 입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마취를 해서 몽롱해진 여우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이가 아파 눈물을 철철 흘리며 애원하던 좀 전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요. 지금은 그저 소금을 솔솔 뿌려 생쥐를 포도주랑 꿀꺽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드소토 선생님은 훌륭한 치과 의사답게 여우를 잘 치료해 주고 썩은 이를 빼낸 자리에 새 이를 넣어주겠다며 내일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어요.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여우는 생각합니다.

‘내일 치료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을 잡아먹으면 나쁜 일일까 아닐까?’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다음날 여우가 아주 명랑한 얼굴로 다시 찾아왔어요. 한껏 멋을 부리고 찾아온 여우의 남다른 패션 감각이 돋보이네요. 뭔가 저 교활한 표정과 어우러져 보는 이에게 더욱 긴장감을 안겨주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드소토 선생님 부부 역시 자신감 가득해 보여요. 시작한 일은 끝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겠다는 프로의 자세, 아주 멋집니다.

썩은 이를 뽑은 자리에 금니를 끼운 드소토 선생님은 여우에게 한 번 바르면 죽을 때까지 이가 아프지 않은 약을 발라주겠다고 했어요. 진저리 나는 치통을 경험한 여우는 냉큼 드소토 선생님의 제안을 수락했어요.

잡아먹을까 말까 치료를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갈등하는 여우, 그런 여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선을 다해 치료에 열중하는 드소토 선생님. 그림책을 읽는 이의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집니다.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는 여우를 믿지 말라고, 여우는 보은을 모르는 간악한 동물이라고.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여우의 이 하나하나 꼼꼼하게 약을 다 바른 드소토 선생님은 여우에게 몇 분 동안 입을 다물라고 한 후 말했어요.

“하루나 이틀 동안 입을 벌릴 수 없을 겁니다. 이 약은 이에 고루 퍼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이가 아프지 않을 테니까요!”

당황스러워하는 여우의 표정이 커다란 웃음을 안겨줍니다. 생쥐 부부를 잡아먹을 생각에 들떠 황홀했던 여우의 상상에 쩍~~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 여우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딱 하나,

“대다니 고마스니다.”

풀 죽은 표정으로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가는 여우 뒤에서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드소토 선생님 부부. 아, 역시 프로입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들과 따라 해 보세요. 여우처럼 위 아랫니를 딱 붙여놓고 ‘대단히 고맙습니다’를 해보는 거예요. 들러붙은 이 사이로 ‘대다니 고마스니다’가 새어 나오는 걸 실제로 확인하면 킬킬 쿡쿡 웃음이 쏟아져 나온답니다.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여우의 표정 변화

소신을 굽히지 않는 교활함과 완벽함을 가진 두 등장인물의 대결을 바라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그림책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처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여우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 보세요. 그런 환자를 지극정성으로 치료하는 드소토 선생님의 표정도 자세히 살펴보시고요. 작은 점으로 표현한 눈동자에 어찌 그리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는지 보고 또 보아도 놀랍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들
‘생쥐’가 주인공인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들

이 그림책보다 11년 앞서 출간한 윌리엄 스타이그의 1971년 작품 “아모스와 보리스”에도 작은 생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바다에 빠져 위험에 처한 생쥐 아모스가 고래 보리스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향에 돌아오고 훗날 위기에 처한 고래를 다시 도와준다는 내용을 담은 이 그림책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어요.

윌리엄 스타이그는 1992년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이란 작품으로 10년 만에 다시 생쥐 드소토 선생님을 소환시킵니다. 이 작품 속에서 “아모스와 보리스”에 등장한 보리스를 닮은 고래도 볼 수 있고 커다란 코끼리의 엄니를 치료하는 드소토 선생님도 만날 수 있으니 세 작품을 연결해서 읽어 보세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은 1983년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상이 칼데콧상이라면 그해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에 수여하는 상이 뉴베리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선정한 최고의 어린이 책에 수여하는 칼데콧상이나 뉴베리상 모두 영국 작가의 이름에서 상 이름을 따왔다는 점입니다. 뉴베리란 인물이 궁금하신 분은 이곳을 클릭하세요!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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