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빨간 양말
책표지 : 비룡소
참새의 빨간 양말 (원제 : Sparrow Socks)

글 조지 셀던, 그림 피터 리프먼, 옮긴이 허미경, 비룡소


참새의 빨간 양말

꼬불꼬불 골목 막다른 모퉁이에서 부모님과 삼촌 둘이랑 ‘맥피 양말 공장’을 하며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소년 앙거스. 앙거스는 집 뒤뜰에 살고 있는 참새 브루스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입니다. 앙거스가 참새 브루스의 먹이며 물을 챙겨줄 때마다 앙거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기도 하고 손바닥에 앉기도 하며 애교를 부리는 브루스.

그런데 요즘 맥피 양말 공장에 걱정거리가 생겼답니다. 사람들이 꼬불꼬불 낡고 좁은 거리를 지나야 올 수 있는 앙거스네 양말가게를 찾아 오는 것 보다는 시내 큰 백화점에서 양말을 사는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죠. 아빠와 삼촌들은 회의 끝에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게 하기 위한 겨울용 신상품으로  ‘빨간 줄무늬에 앞코도 빨간 따뜻하고 폭신한 겨울 양말’을 만들기로 했지만 역시 앙거스네 양말 공장까지 양말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참새의 빨간 양말

그렇게 일거리가 줄어가던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앙거스는 참새 브루스가 몹시 추워하는 모습을 보고 참새를 위한 양말을 한 켤레 만들어 줍니다. 바로  ‘빨간 줄무늬에 앞코도 빨간 따뜻하고 폭신한 겨울 양말’을 참새 사이즈로요. 브루스는 다른 참새들에게 자신의 양말을 자랑했고, 브루스가 부러운 참새들은 앙거스에게 몰려 옵니다. 마음씨 고운 앙거스는 거절하지 못하고 모든 참새에게 양말을 만들어주는 바람에 실타래를 다 쓰고 말아요.

그런데,  ‘빨간 줄무늬에 앞코도 빨간 따뜻하고 폭신한 겨울 양말’을 신고 날아다니는 참새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그 양말을 구하기 위해 백화점으로 달려갑니다. (물론 구할 수 없었죠.)

다음 날 실타래를 도둑 맞았다면서 낙심하는 가족들에게 앙거스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합니다. 떨고 있는 참새들을 위해 양말을 만들어줬다구요. 그 때 앙거스의 호주머니에 있던 브루스는 뭔가 위기감을 느꼈고, 친구 참새들에게 날아가 앙거스에게 양말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해요. 참새들은 앙거스의 양말 가게로 날아가 양말을 벗어 돌려주었고, 마침 참새들이 신은 양말의 근원지를 찾고 찾아 몰려왔던 마을 사람들은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구요? 앙거스네 ‘빨간 줄무늬에 앞코도 빨간 따뜻하고 폭신한 겨울 양말’의 주문이 쇄도하게 되었다는 흐뭇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입니다.

이제 맥피 양말 공장의 멋진 양말 기계는 하루 종일 철컥철컥, 째깍째깍, 붕붕, 윙윙 소리를 내면서 잘도 돌아갑니다. 마을 사람들도 다들 따뜻하고 폭신한 빨간 줄무늬 참새 양말을 신고 있지요. 아, 마을 강아지와 고양이들도요!

마을 강아지와 고양이도 다 신은 것을 보면앙거스네 빨간 줄무늬 양말이 대히트를 기록한 모양입니다.

참새와 빨간 양말

아, 참새들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물론, 마을 사람들이 몰려온 바로 그 날 그 자리에서 양말을 모두 돌려 받았대요. 앙거스네 양말 가게로 참새의 빨간 줄무늬 양말을 사러 왔던 사람들은 기다란 탁자 위에 빨간 줄무늬 양말을 신은 ‘참새 행진’을 보는 행운까지 얻었었답니다.

백화점들이 다양한 방법과 수단으로 홍보를 하는 반면 재래 시장은 그럴만한 무기를 사실상 갖추고 있지 못한데, 날개 달린 참새가 해주는 홍보는 이미 실패했던 ‘빨간 줄무늬에 앞코도 빨간, 따뜻하고 폭신한 양말’ 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살아있는 광고가 되어주었네요. 재래 시장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교통이나 주차, 쇼핑이 편리한 대형 마트나 백화점으로만 사람들이 몰리는 요즘의 우리 현실과 비슷해 보이는 스토리를 가지고 엮어낸 훈훈한 이야기 입니다.

1965년 출간된 이 책은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고 해요. ‘진심을 담은 행동이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다친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행운을 얻는 우리네 전래동화 <흥부전>과 결말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네요. “참새의 빨간 양말”은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이야기를 통해 각박해진 세상에 서로 돕고 사는 사회와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우정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흑백의 섬세한 그림 속 빨간 양말이 가진 의미

연필 선으로 그려진 참새들의 다양한 움직임과 살아있는 듯한 표정을 그린 그림은 비록 앙거스와 말이 통하지 않는 참새라도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세세히 전달해 줍니다. 작가 조지 셀던은 실제 수십 년 동안 참새를 기르면서 관찰했다고 하는데요. (참새를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앙거스 처럼 조지 셀던의 집 뒤뜰에도 참새들이 모여 사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던걸까요?) 아마도 오랜 시간 참새를 관찰한 작가의 특별한 눈이 있었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흑백의 그림에 빨간색 양말이 눈에 쏙 들어오는데요. 왜 초록색도 아닌, 파랑색도 아닌 빨간색 양말로 그렸을까요? 보통 빨간색은 정열이나 사랑을 의미하는 색상입니다.

양말 공장의 경영난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낼지도 모를 앵거스 가족에게 빨간색 양말은 희망의 상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참새들에게 만들어준 빨간색 양말은 앙거스의 사랑을 담은 마음(하트의 빨간색처럼 말이죠)을 표현한것 아닐까요? 빨간색 줄무늬 양말은 흑백의 그림 속에 생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마을을 온기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빨간색으로 말이예요.

치마 입은 남자들,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 ‘킬트'(Kilt)

참새의 빨간 양말

앙거스가 스코틀랜드 소년이라는 첫 머리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이 책의 그림 속에는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가 자주 등장한답니다. 킬트는 스코틀랜드 사람이 전통적으로 착용해 온 체크 무늬 남성용 스커트예요. 앙거스는 그림책 속에서 줄곧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고 있고, 삼촌과 아빠들이 공장에서 일 할 때도 킬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집 안에서 빨간 체크무늬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어요. 보통 스코틀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남자들인데, 그림책을 통해 이렇게 다른 문화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재미 있어서 재미있는 책 “참새의 빨간 양말”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이 올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착한 일을 한 앙거스가 참새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스토리가 흥미진진해 지루한지 모르고 읽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반응 역시 “이 책이 왜 재미있어?” 하고 물어 보면 “재미있으니까 재미있지!”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양말공장 소년 앙거스와 그의 친구 참새 브루스를 통해 양말공장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지거든요. 게다 착한 결말에 눈에 쏙~ 들어오는 빨간코의 빨간 줄무늬 양말까지…^^ 재미있어서 재미있는 책은 읽어주는 엄마 아빠에게도 재미있습니다. ^^


킬트
@SeanConnery.com
※ 킬트의 진실

흔히들 킬트를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킬트의 원형이 스코틀랜드 고조인들이 입던 페일베그(feile-beag)라는 짧은 원피스 형태의 옷이긴 합니다. 킬트는 상하의가 분리된 형태로 영국인인 자본가가 가난한 스코틀랜드 노동자들을 겨냥해 페일베그를 개량해서 만든 옷이라고 해요.

재미있는 것은 한때는 영국의회가 스코틀랜드인이 킬트를 입지 못하게 금지했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영국인과 달라 보이기 때문이라고… 안그래도 독립을 위한 저항으로 골치였던 스코틀랜드인에게 영국인과 다른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옷을 못입게 했던거겠죠. 영국인 자본가가 만들어 보급시킨 옷을 다시 영국 정부가 금지시킨 셈이니 역사와 정치 속엔 참 아이러니한 사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킬트가 근대에 들어 자본주의와 맞물리면서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스코틀랜드를 탄압하던 영국 왕실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나 찰스 황태자가 공식행사에 입고 등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군대의 공식 군복이기도 하다고 하구요.(출처 : 아빠늑대의 음흉한 둥지)

킬트를 입은 멋진 노신사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던 ‘숀 코너리(Sean Connery)‘입니다. 킬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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