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원제 : Bear Came Along)
글 리처드 T. 모리스 | 그림 르웬 팜 | 옮김 이상희 | 소원나무
(발행 : 2020/03/30)

※ 2020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오늘 아침 막 깨어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알람 울리는 소리에 일어난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나요? 즐겁고 행복한 기분으로 일어난 상쾌한 아침이었나요? 오늘은 어쩌면 일상이 반복되는, 먼 훗날 기억에서조차 남아있지 않을 그런 날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아주 특별한 날일 수도 있고요.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어요. 강을 따라가던 곰 역시 알지 못했어요. 오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기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숲 사이로 흐르는 강을 따라가던 곰이 강에 빠졌어요. 철버덩!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이렇게 대책 없이 강물에 빠져버리다니. 곰은 강에 빠졌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이 엄청난 모험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어요. 우린 지금 순간만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서 당장 벌어진 일들만.

그때 통나무를 타고 떠내려가던 곰 머리 위로 폴짝~ 개구리가 뛰어올라왔어요.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웠던 개구리, 하지만 개구리 역시 몰랐어요. 친구가 무척 많다는걸.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우연찮은 사고로 곰이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동안 좁다란 통나무 위는 점점 복잡해져요. 개구리의 등장에 이어 거북이가 출현하고 뒤이어 비버가 이들과 합류해요. 저마다 지금 당장 일어난 일은 알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지 못한 채 그저 같은 통나무 조각을 타고 떠내려갑니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이들이 지나치는 곳마다 색깔이 생겨나고 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넘길 때마다 더욱 생기 가득한 느낌이 드는 건 바로 이 색깔 때문입니다.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비버는 타고난 선장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았어.
하지만 둘러 가는 길도 있다는 건 몰랐지.
너구리들이 떨어져 내릴 때까진 말이야.

‘누구누구는 ~인걸 알았어. 하지만 ~는 몰랐지, ~할 때까진 말이야’ 비슷한 문장이 이어지며 합류하는 친구들이 자꾸자꾸 늘어납니다. 친구들이 늘어날 때마다 장면을 앞, 위, 옆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 이야기의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어요.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에서는 글자의 위치도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에 맞춰 함께 흘러가는 느낌을 주고 있어요. 가로 세로 자유롭게 분할한 화면 위에 철버덩, 폴짝, 훌쩍, 뚝 등등 의성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단편 애니메이션이 플레이 되는 느낌입니다.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이 모험의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할 즈음 위기가 찾아왔어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어마어마한 폭포. 어린 시절 본 애니메이션에서도 강물 장면 끝에는 어김없이 폭포가 기다리고 있었죠. 바로 지금처럼. 콰르릉 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보이는 잔뜩 긴장한 발들, 나도 이들과 함께 통나무 위에서 무시무시한 폭포와 맞닥뜨린 그런 느낌이에요. 저절로 발에 힘이 들어가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입니다.

곰이 강을 따라 갔을 때

위기일발의 순간, 이들은 서로를 꼭 잡아주었어요. 곰이 개구리를, 개구리는 거북이를, 거북이는 비버를, 비버는 너구리를, 너구리는 오리를…… 그리곤 모두 함께 강물 속으로 풍덩~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이쪽까지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그동안 여러 친구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살아왔어.
이렇게 함께 있게 될 줄 몰랐단다.

강을 따라 흘러가 보기 전까진 말이야.

물론 여기서 이야기는 끝이 아니겠죠.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또다시 시작일 테니까요. 이들에겐 아직 많은 나날들이 남아있어요. 만나지 못한 친구들, 경험하지 못한 일들… 서로 부대끼며 배우고 성장해 갈 수많은 날들이.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 속 주인공들처럼 삶이라는 강에 자신을 맡기고 성큼 배에 올라타 볼 것, 개성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치고 함께 모험을 떠나 보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거예요.

         -리처드 T. 모리스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군가에겐 친구를 만나는 과정으로, 또 누군가에겐 한바탕 즐거운 모험 이야기로, 또 누군가에겐 인생을 완벽하게 비유한 이야기로 보는 이에 따라 저마다의 관점에서 즐길 수 있는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인생이란 이처럼 흘러가며 자기에게 이르는 강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 아닐까요? 그 길이 두렵고 무섭더라도 가끔 한 번씩은 옆도 돌아보고 누군가의 손도 잡아주며 좀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가꾸어 가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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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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