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원제 : Little Doctor and the Fearless Beast)
글/그림 소피 길모어 | 옮김 이수지 | 창비
(발행 : 2020/05/04)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는 다친 악어들을 정성껏 돌보는 꼬마 의사를 통해 작은 힘이라도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또 우리의 작은 행동이 우리 이웃에게 때로는 커다란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는 우리가 잘 아는 이수지 작가입니다. 올초 출간된 고프스타인의 그림책 “우리 눈사람”“이름을 알고 싶어”에 이어 두 번째 번역 작업이네요. 이수지 작가는 과연 어떤 매력에 빠져 이 그림책의 번역을 맡았을지 함께 감상해 보시죠.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악어들 사이에서 ‘꼬마 의사’라고 불리우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온갖 상처를 입은 악어들이 꼬마 의사를 찾아왔고 아이는 정성을 다해 악어들 하나하나를 돌봐주었습니다. 꼬마 의사는 악어의 딱딱한 등가죽과 크고 힘센 턱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치료비는 신나고 재미난 이야기들입니다. 치료를 받은 악어들은 꼬마 의사에게 이야기를 선물합니다. 무시무시하고 아찔한 사건, 난장판 모험, 용감한 짐승들의 이야기에 푹 빠진 꼬마 의사의 모습. 방금 전까지도 의젓한 의사 선생님이었는데 악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건 영락 없이 호기심 많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입니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그러던 어느 날 무시무시한 악어가 찾아왔습니다. 이 악어는 ‘사나운 덩치’라고 불렸고, 꼬마 의사도 진작에 이 어마어마한 짐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동물보다도 몸집이 컸고, 꼬마 의사 정도는 한 입에 집어삼킬 만큼 넓적한 입을 가진 바로 그 ‘사나운 덩치’가 꼬마 의사의 진료실로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사나운 덩치’는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려주지도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꼬마 의사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노려 보고만 있습니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하는 수 없이 꼬마 의사가 멍든 곳은 없는지, 뼈가 부러지진 않았는지 조심조심 살펴보는 동안 사나운 덩치의 매서운 눈길이 꼬마 의사를 따라다닙니다. 누가 누구를 진찰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죠.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가 아픈지 알아낼 수 없었던 꼬마 의사가 체온을 재기 위해서 체온계를 사나운 덩치의 입으로 들이밀려는데…

사나운 덩치가 불같이 화를 냈어요. 하지만 꼬마 의사는 포기하지 않았죠. 다시, 또 다시, 또 또 다시… 체온을 재려고 이리저리 시도를 해보지만 사나운 덩치의 무시무시한 몸부림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거람?”

지쳐버린 꼬마 의사는 투덜 거리며 다른 아픈 악어들을 보살피러 가버렸습니다. 다른 악어들을 치료하는 걸 지켜보던 사나운 덩치는 다정한 꼬마 의사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는지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사나운 덩치가 잠든 것을 눈치 챈 꼬마 의사가 묘책을 떠올리고 다른 악어들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세상 일이 어디 마음 먹은대로 다 되나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성공할 줄 알았던 꼬마 의사가 그만 악어의 입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그 순간 어수선한 분위기에 눈을 뜬 사나운 덩치.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그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머리 위를 쳐다 봅니다.

꼬마 의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히고 말까요?

꼬마 의사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와그작와그작 씹혀 버릴 것만 같았어요.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와그작와그작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그 대신, 낑낑대는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꼬마 의사는 눈을 떴습니다.

사나운 덩치의 입 속으로 떨어지는 순간 꼬마 의사는 무서워서 두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질 않았습니다. 대신 누군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죠. 그 소리에 꼬마 의사가 눈을 뜨자…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사방이 캄캄했던 건 꼬마 의사가 두 눈을 꼭 감아 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꼬마 의사의 눈 앞에는 작은 아기 악어들이 플라스틱 고리에 걸린 채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음료수를 먹고는 아무렇게나 버린 플라스틱에 하마터라면 아기 악어들의 소중한 생명을 잃을 뻔 했습니다.

사나운 덩치의 입 안에 자신을 맡긴 꼬마 의사,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새끼 악어들을 꼬마 의사에게 맡긴 사나운 덩치. 이제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는 서로를 믿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

치료비는 멋진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란 사실 기억하시죠? 이 세상 그 어떤 동물보다도 큰 사나운 덩치는 과연 그 이름에 걸맞는 굉장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꼬마 의사와 다른 동물들 모두 사나운 덩치 곁에 둘러앉았습니다. 그리고 덩치만큼이나 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합니다.

“잘 들어 봐.
다정하고도 용감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주 용감한 짐승이야.
이렇게 사나운 덩치도 겁내지 않고 끝까지 도와준
바로 이 꼬마 의사.”

이야기가 끝나자 악어들이 야단법석을 피우며 환호성을 질러댔습니다. 꼬마 의사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활짝 피어났구요. 꼬마 의사와 악어들은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밤새도록… 새 날이 밝아올 때까지요. ^^

소피 길모어의 가족은 호주에서 악어의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꼬마 의사가 악어의 딱딱한 등가죽과 크고 힘센 턱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모두가 무서워하고 혐오하는 동물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좋은 점을 찾아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시무시한 악어와 용감한 꼬마 의사의 만남과 그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 우리의 사소한 일탈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일깨워주는 그림책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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