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

작은 꽃

글/그림 김영경 | 반달
(발행 : 2020/03/01)


“작은 꽃”은 자신의 틀 안에 스스로 갇혀 버린 사람들, 세상과 연결된 문을 굳게 닫아버린 사람들, 혼자 짊어진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사람들, 나만 홀로 고립되고 단절된 것 같아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와 응원의 손길 같은 그림책입니다.

그냥 남들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며 자신의 삶에 쌓인 생각과 경험들, 언제부터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 안에 갇혀 버린 파란 아이에게 노란 꽃 한 송이 들고 찾아온 빨간 아이. 두 아이의 만남과 그 관계가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와 여러분의 삶에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은 꽃

파란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려 자신만의 성을 짓는 중입니다. 성벽이 점점 더 높아질 때마다 파란 아이도 점점 더 커집니다. 그 성의 높이만큼. 성이 높아지고 키가 커질수록 더 멀리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텐데 파란 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그 성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란 아이의 성 앞에 빨간 아이가 찾아옵니다. 빨간 아이는 파란 아이가 궁금합니다. 인사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친해지고 싶습니다. 더 알고 싶고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파란 아이는 늘 그랬듯이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작은 꽃

하루는 빨간 아이가 어디서 꺾어 왔는지 노란 꽃 한 송이를 파란 아이에게 건넵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꽃을 받아드는 파란 아이.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고마워, 이 꽃 예쁘네, 어디서 찾았어? 이 꽃 이름이 뭐야? 등등 작은 꽃 한 송이만으로도 서로 이야기 나눌 거리가 적지 않은데. 파란 아이는 빨간 아이가 내민 꽃을 그저 받아들고 다시 자신의 성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작은 꽃

파란 아이의 성 쌓기는 아직도 진행중이었습니다. 그 날도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리고 있었는데… 벽돌을 올려놓을 자리에 빨간 아이가 주고 간 노란 꽃이 놓여 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꽃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노랗고 작고 예쁜 꽃이 파란 아이의 가슴에 아주 작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작은 꽃

난생 처음 성벽 너머로 발을 내딛는 파란 아이. 손에는 조심스레 작은 꽃을 꼭 쥐고서 약간은 흥분한 듯한 몸짓으로 성 밖 세상으로 나서는 파란 아이.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지 보는 내 마음이 다 설렙니다.

작은 꽃

파란 아이가 찾은 건 빨간 아이입니다. 빨간 아이가 선물한 작은 꽃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아이. 파란 아이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파란 아이는 빨간 아이를 다시 봐서 좋습니다. 파란 아이는 빨간 아이가 궁금합니다. 빨간 아이는 그런 파란 아이를 전부터 친한 친구였던 것처럼 맞이합니다.

작은 꽃

파란 아이가 자신의 성의 벽돌을 가져다 무언가 새로 짓기 시작합니다. 빨간 아이도 거듭니다. 둘이 짓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작은 꽃

파란 아이는 빨간 아이를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렸습니다. 빨간 아이에게는 너무 높은 곳에 피어난 꽃을 빨간 아이가 마음껏 볼 수 있도록. 그 곁에서 파란 아이도 함께 꽃을 바라봅니다. 이제 파란 아이가 쌓는 벽돌은 파란 아이를 더 이상 가두지 않습니다. 빨간 아이, 그리고 세상과 파란 아이를 연결시켜줍니다.

작은 꽃

파란 아이는 빨간 아이와 함게 자신의 성을 허물고 다시 새로운 성을 짓습니다. 파란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고 가둬두었던 성이 허물어질수록, 세상과 이어지기 위해 빨간 아이와 함께 쌓기 시작한 새로운 성이 완성되어갈 수록 파란 아이는 점점 작아집니다. 빨간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빨간 아이가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만큼.

작은 꽃

새로운 성은 파란 아이와 빨간 아이가 나란히 앉아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둘이 바라보는 푸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초승달이 빛나고 있습니다. 만월을 향해 서서히 채워져 가는 초승달처럼 두 아이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갈겁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다양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서. 별과 달이 세상 어디와도 닿아 있듯이 두 아이 역시 소중한 사람들과 이웃, 세상에 자신들의 마음을 활짝 열고서.

우선은 나만의 집을 짓고 나만의 성을 쌓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켜켜이 쌓인 생각들과 경험들은 나만의 집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흔들어대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지켜주는 견고한 성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과 가치 판단의 기준이 없이는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단 그것이 지나치게 경직되어선 안됩니다. 자칫 그 안에 나를 가둬버릴 수 있으니까요.

언제든 벽을 허물고 나를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삶에는 정답도 영원한 것도 없습니다. 그 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일이 허다합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가치 판단의 기준도 끊임 없이 진화해야 합니다. 잘못된 구석이 있다면 언제든 그 자리의 벽돌을 빼내고 거기에 딱 맞는 것으로 갈아 끼울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작은 꽃’은 무엇일까요? 홀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언제든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세상에 맞춰 내가 변하기도 하고,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입니다. ‘작은 꽃’은 파란 아이와 빨간 아이,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 고리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꽃을 찾아보세요.

나의 빨간 아이는 누구일까요? 살다 보면 외롭거나 힘든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내 옆을 지켜주고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빨간 아이는 누구일까요? 또 나는 누구의 빨간 아이일까요? 언제나 나를 지켜봐주고 티나지 않게 내 삶을 지탱해주던 그 누군가가 있었음에도 여지껏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나의 관심과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건 아닌지 우리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세상으로 연결시켜주는 노란 꽃이자 빨간 아이같은 그림책 “작은 꽃”이었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