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엄마 까투리

권정생 | 그림 김세현 | 낮은산
(발행 : 2008/05/10)


까투리 이야기 써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3.5
권정생 드림

엄마 까투리의 헌신적인 모성애를 담은 이 그림책의 시작은 2005년 권정생 선생님 친필 편지와 함께 낮은산 출판사에 도착한 원고에서부터 였다고 합니다. 김세현 작가의  생명력으로 가득한 그림 옷을 입고 2008년 출간된 그림책 “엄마 까투리”. 동화나 그림책 속에서 ‘어머니’는 수많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엄마 까투리”만큼 묵직하고 가슴 아린 사랑은 없을듯합니다.

엄마 까투리

봄이 한창인 어느 날 산불이 났습니다. 꽃샘바람에 이리저리 번지는 무서운 산불을 피해 모두들 허둥지둥 달아나기 바빴어요. 그 불에 나무도 꽃도 무섭게 타들어 갑니다.

무시무시한 산불을 피해 갓 태어난 꿩병아리 아홉 마리를 이끌고 엄마 까투리도 다급하게 달아나고 있었어요. 삐삐 삐삐 울면서 엄마를 따라가는 어린 꿩 병아리들, 온 힘 다해 무서운 산불을 피해 아가들을 이끄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하지만 바람은 점점 거세졌고 불길을 자꾸자꾸 가까워졌어요.

엄마 까투리

이리로 가도 저리로 가도 시뻘건 불길이 이들 앞을 가로막습니다. 숨이 턱 막혀오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덮친 불길에 엄마 까투리는 저도 모르게 그만 푸드득 날아올랐어요. 타들어 가는 고통에 그만 생존 본능이 앞서 버린 것이겠지요. 까맣게 탄 숲, 저 멀리 날아가는 엄마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발 동동 구르며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꿩병아리들, 보는 이의 마음도 그만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날아가던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저 아래 불길 속에 두고 혼자 달아난 걸 깨닫고는 다시 화염 가득한 산속으로 되돌아옵니다. 이리저리 흩어져 엄마를 찾고 있던 새끼들은 돌아온 엄마 품에 안겨 삐삐 삐삐 울어댔어요.

엄마 까투리

사나운 불길이 덮치자 저도 모르게 날아갔다 다시 되돌아오길 몇 번이나 거듭하던 엄마 까투리는 결국 마음을 단단히 먹었어요. 두 날개를 펼쳐 새끼들을 엄마 날개 밑으로 불러들였어요.

새끼들은 얼른얼른 엄마 날개 밑으로 숨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두 날개 안에 새끼들을 꼬옥 보듬어 안았습니다.
행여나 불길이 새끼들한테 덮칠까 봐
꼭꼭 보듬어 안았습니다.

자연의 매정함 앞에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었던 작고 가여운 한 생명 엄마 까투리가 이 순간 신화에 등장하는 새처럼 느껴집니다. 펼친 커다란 두 날개는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오는 화마로부터 새끼들을 다 감싸 안아주는 것 같습니다. 불길이 온 산을 뒤덮어 생명을 위협하는 위태위태한 순간 놀란 눈을 하고 허둥지둥 엄마 품에 파고드는 새끼들과 달리 지긋이 감은 엄마의 눈은 슬프면서도 비장해 보입니다.

엄마 까투리

새끼들은 엄마 품속에 숨으니까
뜨겁지 않았습니다.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사나운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휩쌌지만 엄마는 꼼짝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꼼짝하지 않았어요. 품에 새끼들을 꼭꼭 품은 채.

엄마 까투리의 실루엣을 따라 두텁게 그린 먹선은 언제까지라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새끼들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엄마의 의지이자 마음이에요.

엄마 까투리

온 산을 다 태워버리고서야 산불은 끝났어요. 혹시나 누군가 까투리 가족을 구해주지 않았을까, 산불이 무사히 지나가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마음 졸이던 독자들의 생각과 달리 숲은 너무나 처참하고 무섭게 다 타버렸어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숲, 생명의 기운이 온통 다 사라져 버린 숲에는 까맣게 타서 앙상해진 나무들만 남았습니다.

그 때 숲을 찾은 이는 땔감으로 쓸 나무를 찾으려던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 불에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본 아저씨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어요. 아저씨 발소리에 놀란 꿩병아리들이 새까맣게 탄 엄마 품속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삐삐 삐삐 커다랗게 소리 내어 울면서…

엄마 까투리

엄마 품 속에서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있었던 꿩 병아리들은 몰려다니며 부지런히 모이를 주워 먹고는 다시 엄마 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가들이 자라는 동안 엄마는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 자꾸만 모습이 변해갔어요. 엄마는 앙상하게 변해가면서도 새끼들을 잊지 못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까맣게 타죽었을 엄마 까투리의 모습을 아름답고 포근해 보이는 조각 이불로 표현했어요. 담백한 문장과 함께 아름다운 조각보로 표현한 엄마의 모습은 격앙되었던 마음을 평온하게 이끌어줍니다.

불길에 휩싸인 산, 엄마 까투리와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꿩병아리들, 다 타버린 숲에 떨어지는 파란 빗방울, 여백으로 가득한 배경… 때론 과감하게 생략하고 또 특징만을 묘사한 상징적 이미지와 각각의 상황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은 글이 불러일으키는 사실적 상상을 한 단계 승화 시켜주고 있어요.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필선으로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김세현 작가의 그림이 단연코 돋보입니다.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 그대로 “엄마 까투리”는 슬프지만 절대 절망적이지 않아요.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숲에서도 생명은 태어나고 또 자라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생명은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가온빛 책놀이 Kit 판매 : 까투리 가족 모빌 세트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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