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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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3 2 1)
글/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책빛
(발행 : 2020/05/30)


그림으로 그린 그림책 제목이 재미있어 요리조리 살펴봅니다.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3 2 1 숫자 모양으로 변신한 동물들, 고 땡그란 눈이 귀여워 웃음 짓습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이라는 작가 이름이 반가워 내 눈도 똑같이 땡그래졌어요.

여름 방학을 맞이한 안나, 친구들의 멋진 여름 방학 계획을 듣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에게 ‘우리는 어디 가요?’하고  물었어요.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아주 멋진 방학을 보낼 거란다.
바로 우리 집에서 말이야!
색소폰 연주도 듣고, 그림도 그리고,
해가 저물면 정원에서 팬케이크를 먹을 거야.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거란다.”

이 상황에서 내가 만약 안나였다면? ‘에이~ 그건 너무 시시해요!’라고 말할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안나도 비슷하게 말했어요. ‘할머니, 그건 너무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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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할 것 같았던 안나의 여름 방학이 특별해진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난감 가게에서 본 토끼 인형 때문이었습니다. 토끼 인형을 너무너무 갖고 싶어 하는 안나에게 할머니가 제안했어요. 휴가를 떠난 동네 사람들의 빈집을 돌봐 주는 아르바이트를 잘 해낸다면 토끼 인형을 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가 없어.
할 수 있겠니?”
“네! 그럼요!”
안나는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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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아침, 안나는 일찍 일어나 주어진 아르바이트를 아주 멋지게 해냈어요. 둘째 날에도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첫날처럼 주어진 아르바이트에만 열중하지는 않았어요. 빈 집에서 텔레비전도 보고 토끼 놀이터도 만들고 신기한 옷도 입어보고 음식도 조금 맛보고… 할머니가 아르바이트가 잘 되어 가느냐고 물을 때마다 안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죠. ‘그럼요!’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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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빈 집에 가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결국 안나가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할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어요. 아르바이트는 안나의 일이었으니까요.

결국 안나는 모든 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돌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첫 번째 집의 뱀 한 마리, 두 번째 집의 토끼 두 마리, 세 번째 집의 앵무새 세 마리, 네 번째 집의 토마토 네 개 달린 화분, 다섯 번째 집의 물고기 다섯 마리를 한 장소에 모아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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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뱀도 토끼도 토마토 화분도 상태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몇몇 동물은 사라져 버리기까지 했어요.

축 늘어진 뱀을 치료하고 사라진 토마토와 물고기를 사고 나니 돈이 마이너스가 되고 말았어요. 계산을 마친 할머니가 마이너스 188크로네라고 말씀하시자 안나가 물었어요.

“마이너스 188크로네로는 뭘 살 수 있나요?”
“아무것도 살 수 없단다. 그 대신 너는 책을 읽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그건 공짜란다.”

늘 언제나 한결같이 단호하게 대처하는 할머니에게 토라진 안나, 안나는 억울해요. 친구들처럼 방학 동안 재미있게 지내지도 못하고, 토끼 인형도 갖지 못하고… 그야말로 최악의 여름 방학을 보낸 안나가 소리쳤어요. 이건 불공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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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안나에게 이웃집 할머니가 토끼 한 마리를 선물로 주셨어요. 안나가 돌보았던 토끼들이 낳은 토끼, 진짜 토끼, 살아있는 토끼를요.

“안나, 살아 있는 토끼는 아주 잘 돌봐 줘야 한단다.”
“약속해요, 할머니.
언제까지나 토끼를 잘 보살펴 줄 거예요.”

안나의 여름 방학이 행복하게 끝나 정말 다행이네요.^^ 짧은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안나는 분명 책임감을 배웠을 겁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때론 얼마나 긴 시간인지도 알았을 거예요. 물론 평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여름 방학이었겠죠. 다른 친구들 누구의 경험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안나 곁에서 책임감을 가르쳐준 멋진 할머니, 친절을 베푼 이웃들.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안나 덕분에 함께 행복해진 멋진 여름날입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이란 작가 이름을 보고 기대했듯이 “3 2 1”은 볼거리가 아주 많은 그림책입니다. 뱀 한 마리를 돌보아야 하는 첫 번째 집엔 모든 게 하나씩이에요. 토끼 두 마리를 돌보는 집엔 모자도 우산도 전등도 꽃도 무엇이든 두 개씩, 거실 벽면에 여자 둘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사진이 걸려있어요. 텔레비전이 있는 첫 번째 집에서 안나가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 있을 때 함께 관람하는 물고기들도 찾아보세요.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풍성한 그림 속에서 앵무새 한 마리가 스리슬쩍 도망치는 장면, 토마토를 누군가 따먹는 장면, 물고기 한 마리가 도망치는 장면, 날아간 앵무새가 살포시 등장하는 장면도 찾아보세요. 그리고 사라진 앵무새와 물고기를 무엇으로 대체해 놓았는지도 살펴보세요. 무엇이든 많이 먹는 토끼의 배가 점점 불러지다 새끼를 낳는 장면도 찾아보시고요. 마지막으로 안나가 할머니와 약속한 대로 토끼를 책임감 있게 잘 키우고 있는지도 꼭 확인보세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우는 그림 속 즐거운 그림 이야기에 풍덩 빠져 보시길~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낸 마리 칸스타 욘센의 풍성한 그림들이 마음까지 행복하게 물들입니다. 메마른 마음에 짙푸른 여름을 불러오고픈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림책 “3 2 1”, 귀여운 안나와 소신 있는 할머니와 함께 잊을 수 없는 멋진 여름 보내세요. 그림책 한 권에 꽉꽉 눌러 담아낸 사랑과 행복, 책장을 펼치는 순간 와라락 쏟아져 나온답니다.

▶ 마리 칸스타 욘센의 홈페이지 : http://marikajo.com/

작가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ABC” 책이 “3 2 1”에 앞서 출간되어 있네요. 잠깐 살펴보고 나니 귀여운 안나와 사랑 가득한 할머니의 ABC 이야기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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