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요

우리 엄마는요

글/그림 사카이 고마코 | 옮김 김숙 | 북뱅크
(발행 : 2020/10/05)

※ 이 그림책은 2002년 7월 중앙출판사에서 “나는 엄마가 좋아”란 제목으로 먼저 출간되었었고, 2020년 10월에 “우리 엄마는요”라는 제목으로 북뱅크에서 새롭게 출간했습니다.


굳이 가온빛에 그림책을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새 작품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 작가의 그림책들은 99.9% 좋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요시타케 신스케가 그렇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이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좋습니다. 다시마 세이조, 이세 히데코, 그리고 오늘 소개할 사카이 고마코의 그림책들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일본 작가만 있냐구요? 저들이야 가온빛을 모를테니 자기 이름이 빠졌다고 해서 서운해할 작가들이 없겠지만, 우리 작가들은 혹시 모르잖아요.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가온빛을 알고 있거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작가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음… 이수지 작가 정도는 언급해도 다른 작가분들이 서운해 하지 않겠죠? ^^

우리 엄마는요

볼 때마다 늘 느끼는 건데 사카이 고마코의 그림은 느낌이 참 독특합니다. 아주 오래 된 색 바랜 사진을 꺼내보는 것 같은 느낌? 마음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아주 오래 전의 기억들이 한 올 한 올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 그래서인지 가만히 그림책들 들여다 보고 있자면 마음 한 켠이 짠해지는…

오늘 소개할 “우리 엄마는요”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것 없는 단순한 내용의 그림 몇 장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이 밀려올라올 것만 같은 그런 그림책입니다. 엄마의 관심이 고픈 어린 아이에게는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우리 엄마뿐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고는 엄마한테 와락 달려들어 포근한 그 품에 파고들게 해주는 그림책이고, 이제 막 엄마 품 박차고 열심히 홀로서기 중인 청년들이라면 오랜만에 엄마에게 ‘엄마, 우리 오랜만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하고… 아니… ‘엄마, 나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어!’하고 전화하거나 톡을 보내고 싶어질 것 같은 그림책입니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투덜대는 아기 토끼의 충격 고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나, 엄마가……
싫어.

한창 엄마 품에 안겨서 재롱 떨기 바쁠 나이에 엄마가 싫다니… 아기 토끼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우리 엄마는요

엄마는 맨날 맨날 잠만 잔대요. 평일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나 돌아오는 엄마, 돌아와서도 밀린 집안일 정리하느라 아기한테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을테니 아기 토끼는 일주일 내내 주말만 기다렸을 겁니다. 그런데 기껏 주말이 되었지만 엄마는 온종일 이불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질 않으니 엄마가 미울 수밖에요.

우리 엄마는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기껏 일어나더니 엄마는 자기랑 놀아줄 생각은 않고 TV만 봐요. TV가 그렇게 좋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라도 같이 보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이 드니 엄마가 점점 더 미워지는 아기 토끼.

우리 엄마는요

자기랑 놀아주질 않으니 혼자서라도 재미있게 놀아보려던 아기 토끼는 그마저도 엄마에게 제재를 받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일마다 따라다니며 훼방을 놓는 엄마. 그럴거면 같이 좀 놀아주던가… 이 정도면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엄마 맞죠? ^^

그런데, 엄마가 싫은 아주 결정적인 이유가 있대요.

우리 엄마는요

내가 아무리 커도
엄마는 나랑 결혼 못 한대.

내가 크고 크고 아무리 쑥쑥 커도
나랑은 절대로 결혼 못 한대.

난 우리 엄마하고만 결혼하고 싶은데.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들에도 불구하고 다 용서하고 엄마랑 결혼해주겠다는데, 오직 엄마하고만 결혼하고 싶다는데… 안된대요. 모질고 매정한 엄마… ^^

결국 아기 토끼는 “엄마 싫어!”를 선언하고 이런 엄마랑은 그만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집을 나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멀리 아주 멀리 가 버릴 거래요. “엄마, 안녕!”…. 쾅… 하고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 버린 아기 토끼… 그런데 잠시 후…

우리 엄마는요

방문을 빼꼼 열고 엄마를 빤히 쳐다보는 아기 토끼. 뭐 잊어버린 거라도 있냐는 엄마의 물음에 자기가 제일 아끼는 공을 두고 갔다고 얼버무리던 아기 토끼의 입에서 결국 나온 말은…

“나랑 다시 만나서 좋아?”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을지, 그리고 그 대답에 이어지는 건 어떤 장면일지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죠?

굳이 엄마와 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끼리도 깔깔 거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책 “우리 엄마는요”. 제 생각엔 아이들보다는 엄마와 아빠들에게 더 짠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에게야 그저 재미난 이야기 정도일 테지만 엄마 아빠들에게는 조금 더 묵직하게 다가서지 않을까요?

저는 이제 막 오십 줄 넘긴 아내에게 이 그림책 선물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며 푹 안겨서는 어리광 피우던 아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엄마와 적당한 거리와 긴장을 유지하는 걸 지켜보며 서운함 느끼는 아내. 언제까지나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힘 센 아빠일 줄 알았는데 명절 끝에 헤어지기 아쉬워 친정 아버지 꼬옥 안아드렸다가 야윈 어깨 어디에서도 어릴 적 그 듬직하고 단단했던, 지금 자신의 나이보다 더 어렸던 아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빠 몰래 눈물만 한움큼 집어삼키던 아내. 요즘 부쩍 엄마, 아빠 두 글자만으로도 눈시울 적시는 아내에게 말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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