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원제 : My Dad Used to Be so Cool)
글/그림 키스 네글리 | 옮김 김세실 | 후즈갓마이테일
(발행 : 2020/09/01)


우리 어릴 적에 접했던 옛날 이야기나 동화에서 아빠는 늘 무뚝뚝하거나, 멀리 떠나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경외감이 들 정도로 거리감이 있는 존재들이었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배배 꼬이고 그것들이 하나둘 풀려가는 과정을 힘겹게 겪고 나서야 뒤늦게 ‘아 아빠도 우리를 사랑하는 구나’, ‘아빠도 사실은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었구나’ 등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들의 반복.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우리 아빠는 아닙니다. 팔뚝에 가득한 쿨한 문신만 보더라도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아빠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 눈엔 그저 구린 아저씨들 중 하나에 불과해 보이겠지만 아빠도 한 때는 수많은 팬들의 환호성 앞에서 자신의 쿨내 물씬한 멋짐을 한껏 플렉스 하던 록스타였을지도 모른다고 속삭이는 그림책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함께 보시죠.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여기 하루종일 아빠와 함께 보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엄마는 출근했고 아빠가 집안일이며 아이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합니다. 청소며 빨래며 집안 정리까지 아이 눈엔 대수롭지 않은 일들로 하루를 보내는 아빠의 모습이 시시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팔뚝을 가득 채운 힙한 문신들이 아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 우리 아빠 팔에 언제부터 저런 문신이 있었지? 그러고 보니 친구네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같은 멋진 악기들이 우리 집엔 가득했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 때부터 아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놀라지 마…
우리 아빠는…
록 밴드의 가수였던 것 같아!

그때는 우리 아빠도 엄청 멋졌겠지?

팔뚝 문신 하나에서 시작된 아이의 상상은 아빠를 멋진 록커로 변신시킵니다. 펑키한 머리에 치렁치렁한 팔찌와 귀걸이. 언제나 진지하고 재미 없기만 하던 아빠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갑자기 아빠가 엄청 멋져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우리 아빠도 잘나가던 때가 있었던 거야!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상상은 아빠가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었길 바라는 기대와 합쳐져서 점점 더 쿨내를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바이크에 몸을 맡기고 바람을 가르며 폭주하는 아빠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오로지 자유만을 탐닉하는 방랑자.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아이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멈춰 선 걸까?

아빠는 왜 갑자기 멈춰 섰을까? 환호하는 팬들의 함성, 폭열하는 엔진음, 자유와 젊음 그리고 낭만 가득한 삶을 무엇 때문에 멈춰 선 걸까? 청소기 돌리고 빨래 개는 일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빠는 더 재미있었던 걸까?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부릉대는 오토바이 대신 안전한 SUV를 타고 공원에 나온 아이와 아빠. 아빠의 문신 가득한 듬직한 팔뚝이 아이를 허공으로 높이 들어올렸을 때 아이는 그 알쏭달쏭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온 몸을 아빠의 팔에 맡긴 채 하늘과 바다를 돌아봅니다.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있잖아.
우리 아빠는 아직도 쪼끔 멋진 것 같아.

킥킥. 쪼끔 멋지다는 말 취소.
사실은 말이야.
우리 아빠는 지금도 엄청 멋진 것 같아!

아빠가 왜 갑자기 멈춰 선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이유가 궁금해지고 난 다음부터 아빠가 전보다는 쪼끔 더 멋져보이기 시작한 아이. 아빠 어깨 위에 올라타서 푸른 바다를 철없이 바라보는 아이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아빠가 멈춰 선 이유를.

아이를 목마 태운 채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아빠는 바랄 겁니다. 아이는 멈춰 서지 않기를. 그리고 슬며시 웃음 지으며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멈춰 서도 결코 불행하지는 않아. 네 앞에서 멈춰 선 그 날부터 아빠에게는 가장 행복한 날이 매일 매일 새로 찾아왔으니까!’ 라고.

아빠의 진짜 전성기는 쿨내 나는 그 때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그림책 “우리 아빠가 엄청 멋졌었다고?”. 기성 세대와는 많이 다른, 현대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중심이 된 밀레니얼 세대의 삶의 한 단면을 통해 이런저런 생각 거리들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 그 행복의 의미는 언제나 한결 같다고 말하기도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