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콩알

김영미 | 그림 홍지연 | 도토리숲
(발행 : 2020/10/06)


같은 제목의 소박한 시를 농사일로 푸석해진 할머니의 손처럼 투박한 그림으로 담아낸 “콩알”은 무슨 이유에서건 겁 먹고 주눅 든 이 세상 모든 콩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콩알’이 아닌 그들의 진짜 이름으로 또박또박 불러주는, 너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콩알

먹을 것 가득하고 사방팔방 뛰어다닐 곳 천지인 시골 할머니댁. 따뜻한 햇살 아래 잘 마르라고 널찍한 마당에다 멍석을 깔고 널어놓은 콩이 누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밭일하러 자리 비운 사이 짖궂은 수탉 한 녀석이 달겨들어 죄다 헤집어 놓는 바람에 콩알 하나가 멍석 밖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콩알

조그만 콩알이 떼구르르 굴러가서 멈춘 곳은 예쁜 꽃들 활짝 피어난 화단 바로 앞. 맨드라미, 채송화, 분꽃에 코스모스까지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이 콩알 앞에서 저마다 고운 빛깔 뻐기는 것만 같은 장면. 그래서일까요? 조그만 콩알이 왠지 잔뜩 움츠러든 것처럼 보입니다.

콩알

이 때 어디선가 날아든 무당벌레 한 마리. 꽃밭 위를 맴돌다 하필이면 콩알 옆에 내려앉더니 내뱉은 첫마디가…

너 진짜 못생겼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었다면 이 대목에서 재밌다고 깔깔 거리며 웃어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작건 크건 적건 많건간에 삶의 상처들을 갖고 살아가는 어른들은 이런 상황이 불쾌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아직 세상이 신나고 재미있기만 한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웃음 거리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무당벌레 녀석의 잘난 척이 다음 장 그 다음 장에서도 이어진다면 아이들은 태도를 바꿔서 잘난척쟁이 무당벌레를 얄미워하겠죠~ ^^

콩알

콩알이 자신의 물방울 무늬를 칭찬하자 잘난 척 끝판왕스럽게 더욱 나대는 무당벌레. 그 앞에서 콩알이 풀이 죽어 시무룩해져 있을 무렵 다가오는 그림자 하나.

콩알

아까운 콩이 떨어졌네!

그림자의 주인공은 이제 막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예쁜 무당벌레는 본 체도 않고 조그만 콩알만 귀하게 주워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그림자 품 안에서 콩알의 노란 빛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여지껏 저 잘났다 으스대던 무당벌레는 기가 죽은 채 어디론가 비실비실 날아가고, 저마다 제 빛깔 뽐내던 꽃들도 할머니와 콩알 앞에 고개를 조아린 듯 보입니다.

그림책을 다시 앞으로 한 장씩 돌아가며 콩알을 잘 살펴보세요. 그저 노란 콩알인줄로만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노란 속을 누렇고 단단한 껍질이 감싸고 있습니다. 조금 힘들고 기죽어도 견딜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고보니 콩알뿐만 아니라 이 책의 모든 그림은 노란 테두리 선이 둘러져 있네요. 무당벌레며 꽃들까지도 말이죠.

아마도 이 노란 테두리 선은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주눅들어 있을지도 모를 이 세상 모든 콩알들에게 작가가 선물하는 듬직한 보호막 아닐까요? 노란 콩알처럼 그렇게 참고 기다리며 제 모습을 지켜내다보면 결국엔 나만의 시간이 찾아올 거라는 응원과 격려를 담은.

‘콩알’이라는 동시를 만났을 때 다른 ‘콩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둑한 곳에서 그림자도 없이 화려한 꽃들에 치이고, 무당벌레와 비교하며 기죽어 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어여쁜 ‘콩알’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요.

– 홍지연 그림작가의 말 중에서

잊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가장 소중하고 어여쁜 ‘콩알’임을!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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