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내가 있다

내 안에 내가 있다

(원제 : Dans Moi)
알렉스 쿠소 | 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신혜은 | 바람의아이들
(발행 : 2020/11/10)

※ 이 책은 전집 형태로 2013년에 “나는 나의 왕이다”라는 제목으로 한글판이 출간되긴 했었지만 가온빛에서는 2020년 신간에 포함시켰습니다.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참 동안 표지 그림을 요리조리 뜯어보다 다시 찬찬히 그림책 제목을 읽어봅니다. 노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형체 안에 자리 잡은 검은 옷 입은 존재, 야릇한 미소는 어떤 의미일까요?

페이지를 넘기다 오싹 소름이 돋았어요. 면지에 그려진 해골 그림, 해부학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근육으로 둘러싸인 몸의 모습은 더 기묘하게 느껴집니다. 겹겹이 둘러싸인 모든 걸 헤치고 들어가면 내 안의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내 안에 내가 있다

내가 항상 나인 건 아니었다.
내가 되기 전까지, 난 내 안에 없었다.
다른 곳에 있었다.
다른 곳. 나를 제외한 모든 곳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방황하던 나는 그곳에서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내 나라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내 나라의 왕은 내가 아니었어요. 사방에 가득한 적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결심합니다. 불가능한 것들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왕이 되어야겠다고. 내 나라를 캄캄한 밤의 공간이 아닌 밝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야겠다고.

내 안에 내가 있다

내가 처리해야 하는 건 나를 없애려 드는 내 안의 괴물이었어요.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더 크고 뚱뚱한 괴물. 하지만 좀체 괴물을 없앨 수가 없습니다. 사라졌나 싶으면 또다시 나타나는 괴물. 결국 나는 결심했어요. 내가 괴물을 먹거나 내가 괴물에게 먹히거나.

회피하고 미루기만 해서는 끝나지 않아요.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비밀을 풀기 위해 나는 직접 괴물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어요. 내기에서 이긴 괴물이 나를 삼킵니다. 나는 괴물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가 발견한 건 이전과 똑같은 세상이었어요. 다른 나라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기대와 달리 그곳 역시 내 안이었죠.

내 안에 내가 있다

모든 것을 토해낼 듯이 아주 오랫동안 소리를 질러댑니다. 나를 삼킨 괴물이 내가 질러대는 소리에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상태입니다. 결국 괴물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고 나는 내 나라의 왕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왕이 된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거든요. 내가 지른 불꽃을 피해 나는 동굴로 들어갔어요. 커다랗고 컴컴한 동굴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은 앞서 괴물에게 먹히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악몽이 다시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괴물에게 먹힌 내가 내 안의 괴물을 토해내고 다시 괴물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

영원한 수수께끼 속을 헤매던 나는 그 안에서 드디어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내 안에서, 결정하는 건 나다.

멈추거나 나아가거나, 포기하거나 도전하거나, 모른 척 외면하거나 마주하거나… 이 모든 건 내 스스로 결정하는 것. 모든 걸 내려놓고 용감하게 나아간 덕분에 나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본 적 없고 만난 적 없는 모호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거짓 자아를 실체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했어요. 나를 닮았지만 어딘가 나와 다른 존재, 본래의 나를 영영 없애버릴 수도 있는 그런 위협적인 존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중 겪는 번뇌와 혼돈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입니다.

무섭고 두려워도 진짜 나를 직접 마주하는 것이 내 나라의 진짜 왕이 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내 안에 내가 있다”는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더라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침묵하지도 말고 적극적으로 구하고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늘도 진짜 나를 찾아 먼먼 곳을 헤매고 있을 이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나인 척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괴물,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루기, 늦잠, 게으름…? (아무리 해치우려 해도 자꾸만 되살아나고야 마는…😰) 너무 늦어져 손 쓸 수 없게 되기 전 서둘러 해치워야겠네요.

키티 크라우더가 아들에게 보내는 헌사를 찬찬히 음미해 봅니다. 짧은 문장이 긴 여운을 가져다줍니다.

이겨 낼 때마다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단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