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발타자르
(원제 : Baltasar, o Grande)
글/그림 크리스틴 심즈 | 핑거
(발행 : 2020/11/12)
※ 그림책 안에 있는 서지 정보에 옮긴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가온빛에서도 따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혼자 걷는 외로움, 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우리네 인생길을 담아낸 그림책 “킹 발타자르”. 우리도 잠시 그 길을 따라가 볼까요?
발타자르는 서커스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곰입니다. 한 때는 ‘위대한 발타자르 왕’이라 불리우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서커스에서 재주 부리는 곰일뿐입니다. 먹이를 주면 그 먹이를 먹고,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시키면 그냥 연주를 하고, 우리에 가두면 갇힌 채 잠을 자거나 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삶이 제 의지로 살아가는 것인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살아지고 있는 것인지 분간조차 할 수도 없는 그런 삶.
그런데 어느날 밤 발타자르는 지금까지의 그런 삶에서 강제로 내동댕이쳐집니다. 서커스단에 숨어든 환경운동가들이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몰래 풀어줬거든요. 발타자르도 그들에 의해 우리 밖으로 탈출 당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발타자르. 이제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만 합니다.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그리고 자기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
발타자르는 그렇게 길을 떠나게 되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랐지만
마음속에는 그리움이 있었어요.
발타자르는 걷고… 또 걸었어요…
어떤 날은,
운이 좋아 모든 일이 잘 풀리기도 했지만,
또 어떤 날은,
깊은 외로움에 길을 잃기도 했어요.
혼자서 걸어가는 길.
칠흑같이 어두운 밤 좁은 산등성이를 따라 끝도 없이 걷는 외롭고 쓸쓸한 길.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며 발타자르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이따금 찾아오는 행운과 불운을 되풀이하면서, 혼자라는 외로움에 힘겨워 하면서…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길을 그만 끝내고 싶어질 때도 간혹 있습니다. 차라리 서커스단 우리에 갇혀 지내던 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지만 발타자르 자신은 아직 이 길에 확신이 없습니다. 이 순간 누리고 있는 자유가 아직 어색하고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했구요.
끝을 알 수 없는 외롭고 힘든 길, 차라리 이쯤에서 그만하고 돌아갈까 싶을 때도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걷고 또 걸은 길. 발타자르는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스스로 갇혀 지내고 있음을 깨닫지도 못한 채 살아가던 삶을 버리고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난 발타자르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디쯤인가요? 여러분이 지금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눈이 수북히 쌓인 산등성이 좁다란 길. 밤하늘 별빛을 의지하며 그 길을 걷는 발타자르를 보며 문득 해묵은 노랫말이 떠올랐습니다(제목조차 몰랐던 노래의 가사가 왜 생각난 걸까요? 🙇)
하룻밤을 살아도 아름답게 잠든 꽃을 보듯이
잊고 사는 마음을 간직하며 세월 가는 줄 모르게
별 속에 숨어있는 내 그림자를 밟으며
한 마리 새인듯이 살아도 좋으련만
살아왔던 그 날을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인데
한숨 짓는 그 마음 어리석어 괜히 눈물 흘린다– 자화상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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