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에 온 너에게

(원제 : If You Come To Earth)
글/그림 소피 블랙올 | 옮김 정회성 | 비룡소
(발행 : 2020/11/5)


뭘 고를지 몰라 망설여지고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기대와 달리 고를 만한 것이 별로 없을 때도 그렇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도 그래요. 이렇게 멋진 것들 중 뭘 골라야 하지,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제게는 소피 블랙올의 그림책이 늘 그래요. 마음을 빼앗는 수많은 장면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긴 시간을 다 쓰고 말죠. 오늘의 그림책 “지구에 온 너에게” 역시 그랬어요. ^^

“지구에 온 너에게”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지구를 찾아올 외계인 친구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지구 안내서입니다. 이 지구에 누가 살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장 한 장 섬세한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게 찬찬히 그림책을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아, 우리가 바로 이 초록빛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 살고 있었구나!

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 밖 우주에 사는 친구야, 안녕?
네가 언젠가 지구에 오면
알아야 할 게 몇 가지 있어.

지구 밖 우주에 사는 미지의 친구에게 지구 여행을 안내하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쓰고 있는 아이 표정이 행복해 보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꿈을 꾸는 아이처럼요.

아이의 행복한 상상은 먼 우주로 넘어가 시작됩니다. 태양계에서 지구는 어디에 위치했는지, 초록빛 파란빛이 도는 지구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곳엔 누가 살고 무엇이 있는지, 여기서 어떤 걸 만나고 볼 수 있는지.

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에 온 너에게

우주에서 지구로, 육지로, 마을로, 공원으로 지구는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커다란 도시, 작은 마을, 기후나 풍토에 따른 여러 가지 모양의 집, 그리고 세상 곳곳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 아이를 따라가는 여행은 신비한 체험처럼 느껴져요. 여행자가 되어 지구 곳곳을 돌아보며 모든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체험하는 여행.

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에 온 너에게

지구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생김새도 생각하는 것도 표현하는 방식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곳 지구. 산, 바다, 들판, 하늘… 지구 곳곳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생명체로 가득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것, 아주 작은 것. 바람, 중력, 세균, 냄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자연에서 스스로 생겨난 것, 인간이 만든 것들까지 지구는 정말 다양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난민 문제, 빈부 격차, 식량난, 기후 문제, 전쟁 같은 크고 작은 문제들도 안고 있지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 도우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작은 새들이 어울려 거대한 한 마리 새의 형상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날아가는 것처럼요.

지구에 온 너에게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태어나기 전에 어디 있었는지,
또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어.

‘네가 지구에 오면 내 방에서 함께 지내자’는 말을 끝으로 아이의 기나긴 편지가 끝났어요. 아이의 인사가 내게 하는 인사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래, 다음에 꼭 만나자!’ 나도 인사하고 싶어집니다. 이 순간 우린 연결됩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지구를 넘어서 저 우주까지.

하나로 연결된 탯줄처럼,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연결된 기나긴 편지 한 장에 담긴 지구의 모든 것. 오늘 이 여행이 어땠나요? 다시 지구를 찾고 싶을 만큼 괜찮은 여행이었나요?

소피 블랙올이 처음 이 책의 필요성을 느낀 건 학생이 열 명 뿐인 히말라야에 위치한 작은 학교를 방문했던 때라고 해요. 말이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그림과 책으로 소통했던 소피 블랙올은 ‘우리 모두’가 나오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여러 어린이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한지 5년만에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걸 보면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참으로 불안하고 예측불가능했던 2020년이었어요. 지구에 사는 누구도 예외없이 말이죠. 그렇기에 어느때보다 ‘같이’의 가치와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했던 한 해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지구에 온 너에게”를 보며 그림책으로 떠나는 지구로의 여행은 참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고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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