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

(원제 : The Story About Ping)
마저리 플랙 | 그림 쿠르트 비저 | 옮김 양진희 | 소년한길
(발행 : 2001/07/10)

※ 1933년 초판 출간


마저리 플랙(1897~1958)은 완다 가그와 함께 미국 어린이책의 황금기를 연 작가입니다. 단순한 스토리 속에 담긴 서정적 문장, 밝고 선명한 색상으로 동물들의 움직임을 잘 살려 그려낸 그녀의 대표작 <앵거스> 시리즈는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많은 아이들은 이 그림책의 제목에 들어간 ‘꼴찌 오리’란 단어에 흥미를 보였어요. 아마도 무슨 일을 하든 어리고 서투른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정작 원서 제목은 “The story about Ping”로 ‘꼴찌 오리’란 말은 어디에도 없지요.)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

아기 오리 핑은 엄마, 아빠, 누나 둘, 형 셋, 작은 엄마 열한 마리, 작은아빠 일곱 마리, 사촌 마흔두 마리와 함께 양쯔강에 떠 있는 왕눈이 배에서 살아요. 아침이면 온 가족이 함께 띳띳띳 일렬로 발맞춰 나무다리를 건너 강으로 나와 하루 종일 맛난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이 핑의 일과였어요. 저녁이 되어 주인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서둘러 왕눈이 배에 올라야 해요. 행여나 꾸물대다 꼴찌가 되면 회초리로 등짝을 얻어맞을지도 모르거든요.

몸이 덜 풀린 모습으로 뒤뚱뒤뚱 줄 맞춰 배에서 내리는 아침 장면과 해 질 무렵 주인 아저씨의 회초리를 맞을까 두려워 서둘러 배에 오르는 오리들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혹시라도 꾸물대다 주인아저씨의 회초리가 등짝에 철썩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밀려와 보는 이의 마음도 조마조마 해져요. 정작 오리들을 불러 모으는 주인아저씨 표정은 태평해 보이는데 말이에요.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

어느 날 핑은 자맥질을 하느라 주인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꼴찌 오리에게 가해지는 회초리가 무서워 핑은 배로 돌아가지 않고 풀숲에 숨어 하룻밤을 보냈어요.

이제 핑은 혼자가 되었어요. 돌봐 줄 가족도 편안하게 쉴 곳도 없는 처지가 되었죠. 양쯔강 풀숲에서 홀로 아침을 맞이한 핑은 서둘러 식구들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왕눈이 배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는 동안 핑은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두렵고 무서운 건 주인아저씨의 회초리만이 아니었어요.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

가족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핑은 물 위에 둥둥 뜬 떡 조각을 맛보다 그만 어떤 소년에게 잡히고 말았어요. 꽥! 꽥! 꽥! 소리쳐 울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소년의 가족은 핑을 바구니에 가두었어요. 아기 오리로 어떤 요리를 할까 고민하면서. 바구니 살 틈새로 비치는 가느다란 햇빛 줄기를 바라보며 핑은 몹시 슬퍼졌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오후 소년이 가족들 몰래 핑을 강에 다시 풀어줍니다. 허둥지둥 강물 위로 도망치는 핑의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서 어서 들어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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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 서있는 왕눈이 배, 띳띳띳 발맞춰 나무 다리를 건너가는 그리운 가족들. 자, 이제 핑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회초리가 무서워 다시 되돌아 설까요? 가족을 발견하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핑의 표정에 자꾸만 감정이입이 됩니다.

핑은 이번에도 맨 꼴찌가 되고 말았어요.
하지만 핑은 힘껏 나무 다리로 올라섰지요.
철썩! 핑의 등짝 위로 주인 아저씨의  회초리가 떨어졌어요.

보금자리로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잠든 핑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잠이 오니, 지금?’ 엄마 오리의 꾸중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아요. 보송한 지푸라기로 뒤덮인 보금자리가 더없이 포근해 보이는 건 우리 역시 핑과 함께 고단한 모험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이겠지요.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는 편안하고 안락한 가정을 나와 거친 세계에서 모험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전형적인 어린이 책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핑을 통해 호기심 가득한 세상을 경험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무리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1933년 초판이 발행된 책이니 “띳띳띳 꼴찌 오리 핑 이야기”는 출간된지 90여 년 가까이 된 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한 활동을 한 마저리 플랙은 좀 더 사실에 근접한 그림을 위해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던 쿠르트 비저에게 이 이야기의 그림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쿠르트 비저는 빛으로 가득한 양쯔강 풍경을 유쾌한 느낌의 노란색과 차분하고 평온한 느낌의 파란색으로 아련하고 신비롭게 묘사하고 있어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친 후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진리들, 세상 모든 존재들이 따뜻한 격려와 사랑 속에서 배우고 생각하며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이 세상이 그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를 기원합니다.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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