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페넬로페

바다로 간 페넬로페

(원제 : Penélope en el mar)
세마 시르벤트 라구나 | 그림 라울 니에토 구리디 | 옮김 김미선 | 책과콩나무
(발행 : 2020/07/30)


표지 그림 속 벼랑 끝에 선 한 여자 아이. 아이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시름 가득한 표정 같기도 한 이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바다로 간 페넬로페

사람들은 언제나 기다리라고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창밖의 세상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늘 기다리라고만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아이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그저 창틀 안에 담긴 손바닥만한 세상뿐입니다. 그 세상 밖으로 넘어가면 온갖 위험한 것들로 가득하다고, 그러니 얌전히 이 안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고 하라는 것만 하며 사는 게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알게 되었습니다. 창밖의 세상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아이는 알고 싶었습니다. 창밖에 펼쳐진 세상을. 사람들이 들려주는 세상이 아닌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세상을.

바다로 간 페넬로페

사람들은 가만히 머물러 있으라고 합니다.
머무르는 동안 바람이 불어와 나를 항구로 데려 갔습니다.

세상이 궁금한 아이에게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 머물러 있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주어진 삶에 그저 순종하며 살라고 사람들이 아무리 강요해도 아이의 눈은 이미 세상을 바라보고 있고 아이의 마음은 이미 저 먼 바다의 파도 위에 일렁이고 있습니다.

바람이 이끌어준 항구에서 아이는 폭풍우 휘몰아친 후 고요해진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 검은 바다 위로 자신의 길을 열어줄 별도 보았습니다. 파도가 노래합니다. 용기를 내라고, 어서 나아가라고. 밤하늘의 별이 속삭입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바다로 간 페넬로페

나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속삭이는 대로 따랐습니다.

아이가 드디어 결심하는 순간입니다. 세상을 향해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딛겠노라고. 그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땅의 경계를 너머 바다로 나아갈 거라고. 벽에 걸린 제 몸보다 훨씬 더 큰 노를 꺼내들고 바닷가로 향합니다.

바다로 간 페넬로페

사람들은 정해진 대로 가야만 한다고 합니다.
나는 말합니다.
내가 정한 단 하나의 길은 ‘바다’라고요.

사람들은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거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저 작은 소녀이기에
도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바다를 향해 자신의 걸음을 내딛은 아이에게 사람들은 말합니다. 정해진 대로 가야만 한다고. 아이가 아닌 자신들이 정한 대로. 아이가 말합니다. 자신이 정한 단 하나의 길은 바다라고.

사람들은 쉽사리 아이를 놔주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거라고, 그저 작은 소녀이기에 결코 바다로 갈 수 없다고,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아이는 굳이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또 앞으로. 자신이 정한 단 하나의 길 바다를 향해.

바다로 간 페넬로페

돛단배를 바다로 힘껏 밉니다.

바닷가에는 작은 돛단배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걸음 폭이 점점 더 커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마다 아이의 떨림이 느껴집니다. 지금껏 자신을 짓눌렀던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는 걸음입니다. 비록 작은 창틀 안에 갇혀 있을지언정 단 한 순간도 저버린 적 없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은 걸음입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삶을 향한 걸음입니다.

바다로 간 페넬로페

사람들은 말합니다.
배운 게 없는 나에게 바다는 위험하다고.
하지만 나는 말합니다.
그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많은 것을 나 스스로 알아냈다고.
나는 바다로 나아갑니다.

작은 돛단배를 힘껏 밀어 거친 바다 위에 띄운 뒤 자신도 그 위에 올라탑니다. 이제 막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하려는 이 순간조차 죄인의 형틀 같은 사람들의 말이 귓가에 매달려 버텨댑니다. 배운 게 없는 너에게 바다는 위험하다고…

아이는 말합니다. 당신들이 가르쳐 주지 못한 많은 것을 나 스스로 알아냈다고. 이제 아이를 손바닥만한 창틀 안에 가둬둘 말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알아낸 아이가 바다로 나아갑니다.

바다로 간 페넬로페

바다 한가운데에서 누구보다 작지만 큰 나는
새로운 페넬로페입니다.

끝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 자신만의 항해를 시작한 아이. 누구보다 작지만 큰 이 아이의 이름은 페넬로페입니다. 수십 년을 오로지 남편을 기다리는 데 허비한 신화 속의 페넬로페가 아닌 나만의 꿈을 키우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페넬로페입니다.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새 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하는 이 세상 모든 페넬로페들에게 힘 내라고, 다 잘 될 거라고 등 두들겨주며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 “바다로 간 페넬로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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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2 Replies to “바다로 간 페넬로페

  1. 잔쯕 흐린 날씨에 마음이 가라앉으려는 찰라!! 뉴스레터로 전해온 책을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 자신을 다잡습니다. 고맙습니다..

    1. 영신님의 페넬로페를 응원하는 마음이 저희에게도 와닿았어요. ^^
      새로운 한주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길…
      가온빛이 영신님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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